[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기출문제 정답·해설 페이지

[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1[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1~4]
    피해자는 돌아섰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걷기 시작하였다. 뒤에서 두 놈이 총을 재었다.
    바야흐로 불길을 뿜으려는 총구를 등 뒤에 받으며, 주저없이 정확한 걸음걸이로 피해자는 눈길을 맨발로 헤쳐 가고 있다. 인제 몇 발의 총성과 더불어 그는 무참히 쓰러지고 말 것이다. 똑바로 정면으로 눈을 준 채 조금도 흩어질 줄 모르는 그의 침착한 걸음걸이…….
    눈앞이 빙빙 돈다. ⓐ 그는 마치 저 언덕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 자기인 것만 같았다. ㉠ 순간, 그는 총을 꽉 움켜쥐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의 싸움을 피한다는 것은 비겁한 수단이다. 지금 저 눈길을 걸어가고 있는 피해자는 그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 내가 지금 피살당하러 가고 있는 것이다. 쏴야 한다. 그는 사수를 겨누었다. 숨죽이는 순간 이미 그의 두 총구에서는 빗발같이 총알이 쏟아져 나갔다. 쓰러진다. 분명히 두 놈이 쓰러졌다. 그는 다음 다음 연달아 쏘았다. 일순간이 지나자 응수가 왔다. 이마에서 줄곧 땀이 흐른다. 눈앞이 돈다. 전신의 근육이 개머리판의 진동에 따라 약동한다. 의식이 자주 흐려진다. 그는 푹 고개를 묻고 쓰러졌다. 위기일발, 다시 겨눈다. 또 어깨 위에 급격한 진동이 지나간다. 자꾸 흩어지는 의식. 놈들의 사격이 뚝 그쳤다. 적은 전후 좌우방으로 흩어져서 육박하여 오고 있다. 의식을 잃은 난사. 그는 벌떡 일어섰다.
    그 순간 푹 쓰러졌다. 의식이 깜박 사라진다. 갓 지나간 격렬한 총성의 여음이 귓가에서 감돈다. 몸 어느 한 구석이 쿡쿡 찔리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는 것 같다. 소리가 난다. 무엇이 다가오고 있다. 머리를 쾅 하고 내리친다. 그는 순간 의식을 잃었다.
    오른편 팔 위에 격통이 일어난다. 그는 간신히 왼편 손으로 오른편 팔을 엎쓸어 더듬었다. 손끝에 오는 감촉이 끈적끈적하다. 손을 떼었다.
    눈앞으로 가져갔다. 그 손끝과 손가락 사이에는 피, 검붉은 피가 흠뻑 젖어 있다. 어디선가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린다.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먼지와 거미줄이 뽀야니 늘어 붙은 찢어진 천장 구멍으로 사라져 간다. 방안이다. 방안에 눕혀져 있는 것이다. 이따금 흰 눈을 밟고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가 희미한 의식 속에 떠오른다. 점점 멀어져 가는 발자국 소리를 따라서 그의 의식도 희미해진다.
    그 후 몇 번이고 신문이 지나갔다. 모든 것은 결정되었다. 인제 모든 것은 끝나는 것이다. 얼음장처럼 밑이 차다. 아무 생각도 없다. 전신의 근육이 감각을 잃은 채 이따금 경련을 일으킨다. 발자국 소리가 난다. 말소리도. ⓒ 시간이 되었나 보다. 문이 삐거덕거리며 열리고 급기야 어둠을 헤치고 흘러 들어오는 광선을 띠고 사닥다리가 내려올 것이다. 숨죽인 채 기다린다. 일순간이 지났다. 조용하다. 아무런 동정도 없다. 어떤 일일까……? 막연한 의식의 착오 탓인가. 확실히 구둣발 소리가 점점 가까워 오는 …… 정확한 …… 그는 몸을 일으키려고 애썼다.
    고개를 들었다. 맑은 광선이 눈부시게 흘러 들어온다. 사닥다리다.
    “뭐하고 있어! 빨리 나와!”
    착각이 아니었다. 그들은 벌써부터 빨리 나오라고 고함을
    지르면서 독촉하고 있었다. 한 단 한 단 정신을 가다듬고 감각을 잃은 무릎을 힘껏 괴어 짚으며 기어올랐다. 입구에 다다르자 억센 손아귀가 뒷덜미를 움켜쥐고 끌어당겼다. 몸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 눈 속에 그대로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찬 눈이 얼굴 위에 스치자 정신이 돌아왔다. 일어서야만 한다. 그리고 정확히 걸음을 옮겨야 한다. 모든 것은 인제 끝나는 것이다. ⓓ 끝나는 순간까지 정확히 나를 끝맺어야 한다.
    그는 눈을 다섯 손가락으로 꽉 움켜 짚고 떨리는 다리를 바로 잡아가며 일어섰다. 그리고 한걸음 한 걸음 정확히 걸음을 옮겼다. ㉡ 눈은 의지적인 신념으로 빛나고 있었다.
    본부에서 몇 마디 주고받은 다음, 준비 완료 보고와 집행 명령이 뒤이어 떨어졌다.
    ㉢ 눈에 함빡 싸인 흰 둑길이다. 오오 이 둑길…… 몇 사람이나 이 둑길을 걸었을 거냐. 훤칠히 트인 벌판 너머로 마주 선 언덕, 흰 눈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똑바로 걸어가시오. 남쪽으로 내 닿은 길이오. 그처럼 가고 싶어 하는 길이니 유감없을 거요. 걸음마다 흰 눈 위에 발자국이 따른다. 한 걸음 두 걸음, 정확히 걸어야 한다. 사수(射手) 준비! 총탄 재는 소리가 바람처럼 차갑다. 눈앞에 흰 눈뿐, 아무것도 없다. 인제 모든 것은 끝난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정확히 끝을 맺어야 한다. 끝나는 일 초, 일 각까지 나를, 자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걸음걸이는 그의 의지처럼 또한 정확했다. 아무리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걸음걸이가 죽음에 접근하여 가는 마지막 길일지라도 결코 허튼, 불안한, 절망적인 것일 수는 없었다. 흰 눈, 그 속을 걷고 있다. 훤칠히 트인 벌판 너머로, 마주선 언덕, 흰 눈이다. 연발하는 총성, 마치 외부 세계의 잡음만 같다. 아니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는 흰 눈 속을 그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정확히 걸어가고 있었다. 눈 속에 부서지는 발자국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난다. 누가 뒤통수서 잡아 일으키는 것 같다. 뒷허리에 충격을 느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흰 눈이 회색빛으로 흩어지다가 점점 어두워 간다. 모든 것은 끝난 것이다. 놈들은 멋쩍게 총을 다시 거꾸로 둘러메고 본부로 돌아들 갈 테지. 눈을 털고 추위에 손을 비벼 가며 방안으로 들어들 갈 것이다. 몇 분 후면 화롯불에 손을 녹이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담배들을 말아 피고 기지개를 할 것이다. 누가 죽었건 지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모두 평범한 일인 것이다. ㉣ 의식이 점점 그로부터 어두워 갔다. 흰 눈 위다. 햇볕이 따스히 눈 위에 부서진다.
    - 오상원, 「유예」-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특정 인물의 철학을 나타내고 있다.
    2
    서술자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작가의 주장을 직접 제시하고 있다.
    3
    짧은 호흡의 문장을 통해 상황의 긍정적인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
    4
    의식의 흐름에 따른 서술을 통해 현실에 대한 인물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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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1~4]
    피해자는 돌아섰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걷기 시작하였다. 뒤에서 두 놈이 총을 재었다.
    바야흐로 불길을 뿜으려는 총구를 등 뒤에 받으며, 주저없이 정확한 걸음걸이로 피해자는 눈길을 맨발로 헤쳐 가고 있다. 인제 몇 발의 총성과 더불어 그는 무참히 쓰러지고 말 것이다. 똑바로 정면으로 눈을 준 채 조금도 흩어질 줄 모르는 그의 침착한 걸음걸이…….
    눈앞이 빙빙 돈다. ⓐ 그는 마치 저 언덕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 자기인 것만 같았다. ㉠ 순간, 그는 총을 꽉 움켜쥐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의 싸움을 피한다는 것은 비겁한 수단이다. 지금 저 눈길을 걸어가고 있는 피해자는 그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 내가 지금 피살당하러 가고 있는 것이다. 쏴야 한다. 그는 사수를 겨누었다. 숨죽이는 순간 이미 그의 두 총구에서는 빗발같이 총알이 쏟아져 나갔다. 쓰러진다. 분명히 두 놈이 쓰러졌다. 그는 다음 다음 연달아 쏘았다. 일순간이 지나자 응수가 왔다. 이마에서 줄곧 땀이 흐른다. 눈앞이 돈다. 전신의 근육이 개머리판의 진동에 따라 약동한다. 의식이 자주 흐려진다. 그는 푹 고개를 묻고 쓰러졌다. 위기일발, 다시 겨눈다. 또 어깨 위에 급격한 진동이 지나간다. 자꾸 흩어지는 의식. 놈들의 사격이 뚝 그쳤다. 적은 전후 좌우방으로 흩어져서 육박하여 오고 있다. 의식을 잃은 난사. 그는 벌떡 일어섰다.
    그 순간 푹 쓰러졌다. 의식이 깜박 사라진다. 갓 지나간 격렬한 총성의 여음이 귓가에서 감돈다. 몸 어느 한 구석이 쿡쿡 찔리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는 것 같다. 소리가 난다. 무엇이 다가오고 있다. 머리를 쾅 하고 내리친다. 그는 순간 의식을 잃었다.
    오른편 팔 위에 격통이 일어난다. 그는 간신히 왼편 손으로 오른편 팔을 엎쓸어 더듬었다. 손끝에 오는 감촉이 끈적끈적하다. 손을 떼었다.
    눈앞으로 가져갔다. 그 손끝과 손가락 사이에는 피, 검붉은 피가 흠뻑 젖어 있다. 어디선가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린다.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먼지와 거미줄이 뽀야니 늘어 붙은 찢어진 천장 구멍으로 사라져 간다. 방안이다. 방안에 눕혀져 있는 것이다. 이따금 흰 눈을 밟고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가 희미한 의식 속에 떠오른다. 점점 멀어져 가는 발자국 소리를 따라서 그의 의식도 희미해진다.
    그 후 몇 번이고 신문이 지나갔다. 모든 것은 결정되었다. 인제 모든 것은 끝나는 것이다. 얼음장처럼 밑이 차다. 아무 생각도 없다. 전신의 근육이 감각을 잃은 채 이따금 경련을 일으킨다. 발자국 소리가 난다. 말소리도. ⓒ 시간이 되었나 보다. 문이 삐거덕거리며 열리고 급기야 어둠을 헤치고 흘러 들어오는 광선을 띠고 사닥다리가 내려올 것이다. 숨죽인 채 기다린다. 일순간이 지났다. 조용하다. 아무런 동정도 없다. 어떤 일일까……? 막연한 의식의 착오 탓인가. 확실히 구둣발 소리가 점점 가까워 오는 …… 정확한 …… 그는 몸을 일으키려고 애썼다.
    고개를 들었다. 맑은 광선이 눈부시게 흘러 들어온다. 사닥다리다.
    “뭐하고 있어! 빨리 나와!”
    착각이 아니었다. 그들은 벌써부터 빨리 나오라고 고함을
    지르면서 독촉하고 있었다. 한 단 한 단 정신을 가다듬고 감각을 잃은 무릎을 힘껏 괴어 짚으며 기어올랐다. 입구에 다다르자 억센 손아귀가 뒷덜미를 움켜쥐고 끌어당겼다. 몸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 눈 속에 그대로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찬 눈이 얼굴 위에 스치자 정신이 돌아왔다. 일어서야만 한다. 그리고 정확히 걸음을 옮겨야 한다. 모든 것은 인제 끝나는 것이다. ⓓ 끝나는 순간까지 정확히 나를 끝맺어야 한다.
    그는 눈을 다섯 손가락으로 꽉 움켜 짚고 떨리는 다리를 바로 잡아가며 일어섰다. 그리고 한걸음 한 걸음 정확히 걸음을 옮겼다. ㉡ 눈은 의지적인 신념으로 빛나고 있었다.
    본부에서 몇 마디 주고받은 다음, 준비 완료 보고와 집행 명령이 뒤이어 떨어졌다.
    ㉢ 눈에 함빡 싸인 흰 둑길이다. 오오 이 둑길…… 몇 사람이나 이 둑길을 걸었을 거냐. 훤칠히 트인 벌판 너머로 마주 선 언덕, 흰 눈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똑바로 걸어가시오. 남쪽으로 내 닿은 길이오. 그처럼 가고 싶어 하는 길이니 유감없을 거요. 걸음마다 흰 눈 위에 발자국이 따른다. 한 걸음 두 걸음, 정확히 걸어야 한다. 사수(射手) 준비! 총탄 재는 소리가 바람처럼 차갑다. 눈앞에 흰 눈뿐, 아무것도 없다. 인제 모든 것은 끝난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정확히 끝을 맺어야 한다. 끝나는 일 초, 일 각까지 나를, 자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걸음걸이는 그의 의지처럼 또한 정확했다. 아무리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걸음걸이가 죽음에 접근하여 가는 마지막 길일지라도 결코 허튼, 불안한, 절망적인 것일 수는 없었다. 흰 눈, 그 속을 걷고 있다. 훤칠히 트인 벌판 너머로, 마주선 언덕, 흰 눈이다. 연발하는 총성, 마치 외부 세계의 잡음만 같다. 아니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는 흰 눈 속을 그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정확히 걸어가고 있었다. 눈 속에 부서지는 발자국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난다. 누가 뒤통수서 잡아 일으키는 것 같다. 뒷허리에 충격을 느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흰 눈이 회색빛으로 흩어지다가 점점 어두워 간다. 모든 것은 끝난 것이다. 놈들은 멋쩍게 총을 다시 거꾸로 둘러메고 본부로 돌아들 갈 테지. 눈을 털고 추위에 손을 비벼 가며 방안으로 들어들 갈 것이다. 몇 분 후면 화롯불에 손을 녹이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담배들을 말아 피고 기지개를 할 것이다. 누가 죽었건 지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모두 평범한 일인 것이다. ㉣ 의식이 점점 그로부터 어두워 갔다. 흰 눈 위다. 햇볕이 따스히 눈 위에 부서진다.
    - 오상원, 「유예」-

    윗글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
    주인공은 ‘피해자’의 모습을 자신과 동일시했다.
    2
    ‘피해자’는 주인공에게서 도망가다가 죽게 되었다.
    3
    주인공은 기밀을 지키기 위해 적의 신문을 견뎠다.
    4
    주인공은 적군에게서 탈출하던 중 총에 맞게 되었다.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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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1~4]
    피해자는 돌아섰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걷기 시작하였다. 뒤에서 두 놈이 총을 재었다.
    바야흐로 불길을 뿜으려는 총구를 등 뒤에 받으며, 주저없이 정확한 걸음걸이로 피해자는 눈길을 맨발로 헤쳐 가고 있다. 인제 몇 발의 총성과 더불어 그는 무참히 쓰러지고 말 것이다. 똑바로 정면으로 눈을 준 채 조금도 흩어질 줄 모르는 그의 침착한 걸음걸이…….
    눈앞이 빙빙 돈다. ⓐ 그는 마치 저 언덕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 자기인 것만 같았다. ㉠ 순간, 그는 총을 꽉 움켜쥐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의 싸움을 피한다는 것은 비겁한 수단이다. 지금 저 눈길을 걸어가고 있는 피해자는 그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 내가 지금 피살당하러 가고 있는 것이다. 쏴야 한다. 그는 사수를 겨누었다. 숨죽이는 순간 이미 그의 두 총구에서는 빗발같이 총알이 쏟아져 나갔다. 쓰러진다. 분명히 두 놈이 쓰러졌다. 그는 다음 다음 연달아 쏘았다. 일순간이 지나자 응수가 왔다. 이마에서 줄곧 땀이 흐른다. 눈앞이 돈다. 전신의 근육이 개머리판의 진동에 따라 약동한다. 의식이 자주 흐려진다. 그는 푹 고개를 묻고 쓰러졌다. 위기일발, 다시 겨눈다. 또 어깨 위에 급격한 진동이 지나간다. 자꾸 흩어지는 의식. 놈들의 사격이 뚝 그쳤다. 적은 전후 좌우방으로 흩어져서 육박하여 오고 있다. 의식을 잃은 난사. 그는 벌떡 일어섰다.
    그 순간 푹 쓰러졌다. 의식이 깜박 사라진다. 갓 지나간 격렬한 총성의 여음이 귓가에서 감돈다. 몸 어느 한 구석이 쿡쿡 찔리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는 것 같다. 소리가 난다. 무엇이 다가오고 있다. 머리를 쾅 하고 내리친다. 그는 순간 의식을 잃었다.
    오른편 팔 위에 격통이 일어난다. 그는 간신히 왼편 손으로 오른편 팔을 엎쓸어 더듬었다. 손끝에 오는 감촉이 끈적끈적하다. 손을 떼었다.
    눈앞으로 가져갔다. 그 손끝과 손가락 사이에는 피, 검붉은 피가 흠뻑 젖어 있다. 어디선가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린다.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먼지와 거미줄이 뽀야니 늘어 붙은 찢어진 천장 구멍으로 사라져 간다. 방안이다. 방안에 눕혀져 있는 것이다. 이따금 흰 눈을 밟고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가 희미한 의식 속에 떠오른다. 점점 멀어져 가는 발자국 소리를 따라서 그의 의식도 희미해진다.
    그 후 몇 번이고 신문이 지나갔다. 모든 것은 결정되었다. 인제 모든 것은 끝나는 것이다. 얼음장처럼 밑이 차다. 아무 생각도 없다. 전신의 근육이 감각을 잃은 채 이따금 경련을 일으킨다. 발자국 소리가 난다. 말소리도. ⓒ 시간이 되었나 보다. 문이 삐거덕거리며 열리고 급기야 어둠을 헤치고 흘러 들어오는 광선을 띠고 사닥다리가 내려올 것이다. 숨죽인 채 기다린다. 일순간이 지났다. 조용하다. 아무런 동정도 없다. 어떤 일일까……? 막연한 의식의 착오 탓인가. 확실히 구둣발 소리가 점점 가까워 오는 …… 정확한 …… 그는 몸을 일으키려고 애썼다.
    고개를 들었다. 맑은 광선이 눈부시게 흘러 들어온다. 사닥다리다.
    “뭐하고 있어! 빨리 나와!”
    착각이 아니었다. 그들은 벌써부터 빨리 나오라고 고함을
    지르면서 독촉하고 있었다. 한 단 한 단 정신을 가다듬고 감각을 잃은 무릎을 힘껏 괴어 짚으며 기어올랐다. 입구에 다다르자 억센 손아귀가 뒷덜미를 움켜쥐고 끌어당겼다. 몸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 눈 속에 그대로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찬 눈이 얼굴 위에 스치자 정신이 돌아왔다. 일어서야만 한다. 그리고 정확히 걸음을 옮겨야 한다. 모든 것은 인제 끝나는 것이다. ⓓ 끝나는 순간까지 정확히 나를 끝맺어야 한다.
    그는 눈을 다섯 손가락으로 꽉 움켜 짚고 떨리는 다리를 바로 잡아가며 일어섰다. 그리고 한걸음 한 걸음 정확히 걸음을 옮겼다. ㉡ 눈은 의지적인 신념으로 빛나고 있었다.
    본부에서 몇 마디 주고받은 다음, 준비 완료 보고와 집행 명령이 뒤이어 떨어졌다.
    ㉢ 눈에 함빡 싸인 흰 둑길이다. 오오 이 둑길…… 몇 사람이나 이 둑길을 걸었을 거냐. 훤칠히 트인 벌판 너머로 마주 선 언덕, 흰 눈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똑바로 걸어가시오. 남쪽으로 내 닿은 길이오. 그처럼 가고 싶어 하는 길이니 유감없을 거요. 걸음마다 흰 눈 위에 발자국이 따른다. 한 걸음 두 걸음, 정확히 걸어야 한다. 사수(射手) 준비! 총탄 재는 소리가 바람처럼 차갑다. 눈앞에 흰 눈뿐, 아무것도 없다. 인제 모든 것은 끝난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정확히 끝을 맺어야 한다. 끝나는 일 초, 일 각까지 나를, 자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걸음걸이는 그의 의지처럼 또한 정확했다. 아무리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걸음걸이가 죽음에 접근하여 가는 마지막 길일지라도 결코 허튼, 불안한, 절망적인 것일 수는 없었다. 흰 눈, 그 속을 걷고 있다. 훤칠히 트인 벌판 너머로, 마주선 언덕, 흰 눈이다. 연발하는 총성, 마치 외부 세계의 잡음만 같다. 아니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는 흰 눈 속을 그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정확히 걸어가고 있었다. 눈 속에 부서지는 발자국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난다. 누가 뒤통수서 잡아 일으키는 것 같다. 뒷허리에 충격을 느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흰 눈이 회색빛으로 흩어지다가 점점 어두워 간다. 모든 것은 끝난 것이다. 놈들은 멋쩍게 총을 다시 거꾸로 둘러메고 본부로 돌아들 갈 테지. 눈을 털고 추위에 손을 비벼 가며 방안으로 들어들 갈 것이다. 몇 분 후면 화롯불에 손을 녹이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담배들을 말아 피고 기지개를 할 것이다. 누가 죽었건 지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모두 평범한 일인 것이다. ㉣ 의식이 점점 그로부터 어두워 갔다. 흰 눈 위다. 햇볕이 따스히 눈 위에 부서진다.
    - 오상원, 「유예」-

    윗글을 영화로 제작하려고 할 때, ㉠~㉣의 영상 제작에 대한 계획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1
    ㉠:결심에 찬 내면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총을 세게 잡는 주인공의 손아귀를 확대하여 촬영한다.
    2
    ㉡:마지막까지 신념을 지키려는 태도를 강조하기 위해 주인공의 의지에 찬 표정을 확대하여 촬영한다.
    3
    ㉢:운명에 대한 원망과 좌절을 나타내기 위해 주인공의 내적 독백을 효과음으로 삽입한다.
    4
    ㉣:흐려지는 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눈 위에 햇볕이 비치는 장면에서 점차 화면이 어두워지고 소리가 작아지도록 한다.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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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1~4]
    피해자는 돌아섰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걷기 시작하였다. 뒤에서 두 놈이 총을 재었다.
    바야흐로 불길을 뿜으려는 총구를 등 뒤에 받으며, 주저없이 정확한 걸음걸이로 피해자는 눈길을 맨발로 헤쳐 가고 있다. 인제 몇 발의 총성과 더불어 그는 무참히 쓰러지고 말 것이다. 똑바로 정면으로 눈을 준 채 조금도 흩어질 줄 모르는 그의 침착한 걸음걸이…….
    눈앞이 빙빙 돈다. ⓐ 그는 마치 저 언덕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 자기인 것만 같았다. ㉠ 순간, 그는 총을 꽉 움켜쥐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의 싸움을 피한다는 것은 비겁한 수단이다. 지금 저 눈길을 걸어가고 있는 피해자는 그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 내가 지금 피살당하러 가고 있는 것이다. 쏴야 한다. 그는 사수를 겨누었다. 숨죽이는 순간 이미 그의 두 총구에서는 빗발같이 총알이 쏟아져 나갔다. 쓰러진다. 분명히 두 놈이 쓰러졌다. 그는 다음 다음 연달아 쏘았다. 일순간이 지나자 응수가 왔다. 이마에서 줄곧 땀이 흐른다. 눈앞이 돈다. 전신의 근육이 개머리판의 진동에 따라 약동한다. 의식이 자주 흐려진다. 그는 푹 고개를 묻고 쓰러졌다. 위기일발, 다시 겨눈다. 또 어깨 위에 급격한 진동이 지나간다. 자꾸 흩어지는 의식. 놈들의 사격이 뚝 그쳤다. 적은 전후 좌우방으로 흩어져서 육박하여 오고 있다. 의식을 잃은 난사. 그는 벌떡 일어섰다.
    그 순간 푹 쓰러졌다. 의식이 깜박 사라진다. 갓 지나간 격렬한 총성의 여음이 귓가에서 감돈다. 몸 어느 한 구석이 쿡쿡 찔리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는 것 같다. 소리가 난다. 무엇이 다가오고 있다. 머리를 쾅 하고 내리친다. 그는 순간 의식을 잃었다.
    오른편 팔 위에 격통이 일어난다. 그는 간신히 왼편 손으로 오른편 팔을 엎쓸어 더듬었다. 손끝에 오는 감촉이 끈적끈적하다. 손을 떼었다.
    눈앞으로 가져갔다. 그 손끝과 손가락 사이에는 피, 검붉은 피가 흠뻑 젖어 있다. 어디선가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린다.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먼지와 거미줄이 뽀야니 늘어 붙은 찢어진 천장 구멍으로 사라져 간다. 방안이다. 방안에 눕혀져 있는 것이다. 이따금 흰 눈을 밟고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가 희미한 의식 속에 떠오른다. 점점 멀어져 가는 발자국 소리를 따라서 그의 의식도 희미해진다.
    그 후 몇 번이고 신문이 지나갔다. 모든 것은 결정되었다. 인제 모든 것은 끝나는 것이다. 얼음장처럼 밑이 차다. 아무 생각도 없다. 전신의 근육이 감각을 잃은 채 이따금 경련을 일으킨다. 발자국 소리가 난다. 말소리도. ⓒ 시간이 되었나 보다. 문이 삐거덕거리며 열리고 급기야 어둠을 헤치고 흘러 들어오는 광선을 띠고 사닥다리가 내려올 것이다. 숨죽인 채 기다린다. 일순간이 지났다. 조용하다. 아무런 동정도 없다. 어떤 일일까……? 막연한 의식의 착오 탓인가. 확실히 구둣발 소리가 점점 가까워 오는 …… 정확한 …… 그는 몸을 일으키려고 애썼다.
    고개를 들었다. 맑은 광선이 눈부시게 흘러 들어온다. 사닥다리다.
    “뭐하고 있어! 빨리 나와!”
    착각이 아니었다. 그들은 벌써부터 빨리 나오라고 고함을
    지르면서 독촉하고 있었다. 한 단 한 단 정신을 가다듬고 감각을 잃은 무릎을 힘껏 괴어 짚으며 기어올랐다. 입구에 다다르자 억센 손아귀가 뒷덜미를 움켜쥐고 끌어당겼다. 몸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 눈 속에 그대로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찬 눈이 얼굴 위에 스치자 정신이 돌아왔다. 일어서야만 한다. 그리고 정확히 걸음을 옮겨야 한다. 모든 것은 인제 끝나는 것이다. ⓓ 끝나는 순간까지 정확히 나를 끝맺어야 한다.
    그는 눈을 다섯 손가락으로 꽉 움켜 짚고 떨리는 다리를 바로 잡아가며 일어섰다. 그리고 한걸음 한 걸음 정확히 걸음을 옮겼다. ㉡ 눈은 의지적인 신념으로 빛나고 있었다.
    본부에서 몇 마디 주고받은 다음, 준비 완료 보고와 집행 명령이 뒤이어 떨어졌다.
    ㉢ 눈에 함빡 싸인 흰 둑길이다. 오오 이 둑길…… 몇 사람이나 이 둑길을 걸었을 거냐. 훤칠히 트인 벌판 너머로 마주 선 언덕, 흰 눈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똑바로 걸어가시오. 남쪽으로 내 닿은 길이오. 그처럼 가고 싶어 하는 길이니 유감없을 거요. 걸음마다 흰 눈 위에 발자국이 따른다. 한 걸음 두 걸음, 정확히 걸어야 한다. 사수(射手) 준비! 총탄 재는 소리가 바람처럼 차갑다. 눈앞에 흰 눈뿐, 아무것도 없다. 인제 모든 것은 끝난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정확히 끝을 맺어야 한다. 끝나는 일 초, 일 각까지 나를, 자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걸음걸이는 그의 의지처럼 또한 정확했다. 아무리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걸음걸이가 죽음에 접근하여 가는 마지막 길일지라도 결코 허튼, 불안한, 절망적인 것일 수는 없었다. 흰 눈, 그 속을 걷고 있다. 훤칠히 트인 벌판 너머로, 마주선 언덕, 흰 눈이다. 연발하는 총성, 마치 외부 세계의 잡음만 같다. 아니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는 흰 눈 속을 그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정확히 걸어가고 있었다. 눈 속에 부서지는 발자국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난다. 누가 뒤통수서 잡아 일으키는 것 같다. 뒷허리에 충격을 느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흰 눈이 회색빛으로 흩어지다가 점점 어두워 간다. 모든 것은 끝난 것이다. 놈들은 멋쩍게 총을 다시 거꾸로 둘러메고 본부로 돌아들 갈 테지. 눈을 털고 추위에 손을 비벼 가며 방안으로 들어들 갈 것이다. 몇 분 후면 화롯불에 손을 녹이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담배들을 말아 피고 기지개를 할 것이다. 누가 죽었건 지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모두 평범한 일인 것이다. ㉣ 의식이 점점 그로부터 어두워 갔다. 흰 눈 위다. 햇볕이 따스히 눈 위에 부서진다.
    - 오상원, 「유예」-

    ⓐ~ⓓ 중 <보기>의 밑줄 친 내용의 예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보 기 >
    ‘유예’의 서술 방식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의 혼용이다. 즉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주인공의 의식을 3인칭 시점으로 서술하기도 하고,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1인칭 ‘나’의 시점에서 서술하기도 한다.
    1
    ⓐ
    2
    ⓑ
    3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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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다음 <보기>의 ㉠~㉢에 들어갈 단어로 가장 적절한 것은?
    < 보 기 >
    자음의 분류 기준은 자음이 실현될 때 일어나는 ‘방해 과정’을 중시한다. 방해가 일어나는 위치를 조음 위치, 방해가 일어나는 방식을 조음 방식이라고 한다. ‘ㄱ’의 경우에 조음 위치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 ㉠ )이며, 조음 방식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 ㉡ )이다. ‘ㄴ’의 경우에 조음 위치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 ㉢ )이며, 조음 방식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비음이다.
    1
    ㉠ 연구개음 / ㉡ 파열음 / ㉢ 양순음
    2
    ㉠ 연구개음 / ㉡ 파열음 / ㉢ 치조음
    3
    ㉠ 치조음 / ㉡ 마찰음 / ㉢ 경구개음
    4
    ㉠ 치조음 / ㉡ 마찰음 / ㉢ 연구개음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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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다음 <보기>에서 나타난 중세 국어의 특징을 분석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 보 기 >
    <제7장>
    블근 새 그를 므러 寢室(침실) 이페 안ᄌᆞ니 聖子革命(성자혁명)에 帝祜(제호)ᄅᆞᆯ 뵈ᅀᆞᄫᆞ니
    ᄇᆞ야미 가칠 므러 즘겟 가재 연ᄌᆞ니 聖孫將興(성손장흥)에 嘉祥(가상)이 몬졔시니
    - 「용비어천가」(1447) -
    [현대어 풀이]
    <제7장>
    붉은 새가 글을 물어 침실의 지게문에 앉으니, 성자가 혁명을 일으킴에 하늘이 내린 복을 보이니
    뱀이 까치를 물어 나무의 가지에 얹으니, 성손이 장차 일어남에 기쁜 징조가 먼저 나타나니
    1
    ‘ᄇᆞ야미’를 보니, 중세에는 오늘날 쓰이는 주격 조사와는 다른 형태의 주격 조사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군.
    2
    ‘블근’과 ‘안ᄌᆞ니’를 보니, 중세에는 앞 음절 종성에 쓰인 자음을 뒤 음절 초성에 덧쓰는 거듭적기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군.
    3
    ‘뵈ᅀᆞᄫᆞ니’를 보니, 중세에는 오늘날과는 달리 어말 어미를 활용하여 객체 높임을 드러냈음을 알 수 있군.
    4
    ‘그를’을 보니, 오늘날 자음으로 끝나는 체언 뒤에 쓰이는 목적격 조사와 동일한 형태의 조사가 중세에도 쓰였음을 알 수 있군.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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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다음 <보기>에서 일어난 음운 변동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 보 기 >
    ㉠ 급행열차 → [그팽녈차]
    ㉡ 끓는 → [끌른]
    ㉢ 알약 → [알략]
    1
    ㉠에서는 ㉢과 달리 2회 이상 음운 변동이 일어났다.
    2
    ㉠~㉢에서는 각각 탈락이 1회 이상 일어났다.
    3
    ㉡과 ㉢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난 음운 변동은 유음화이다.
    4
    음운 변동의 결과 ㉠, ㉡은 음운의 개수가 하나 줄었다.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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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8~11]
    [앞부분의 줄거리]
    일본에 유학 중인 나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길에 오른다. 나는 도쿄에서 기차로 시모노세키까지 와서 관부 연락선에 올라 배 안의 목욕탕에 들렀다. 나는 목욕탕 안에서 일본인들이 조선 노동자들을 어떻게 착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엿듣게 된다.
    “그래 그렇게 모집을 해 가면, 얼마나 생기나요?”
    촌뜨기는, 구수하다는 듯이 침을 흘리며 듣는다.
    “얼마가 뭐요. 여비가 있지, 일당이 또 있지, 게다가 한 사람 모집하는 데에 일 원 내지 이 원이니까―그건, 회사와 일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가령 방적회사의 여공 같은 것은 임금도 싼 데다가, 모집원의 수수료도 제일 헐하고, 광부 같은 것은 지금 시세로도 일 원 오십 전으로 이 원까지라오. 가령 지금 천 명만 맡아 가지고 와서 보구려. 이삼 삭 동안 여비나 일당에서 남는 것은, 그까짓 건 다 제하고라도, 일천삼사백 원, 잘만 되면 근 이천 원은 간데없는 것일 게니…… 하하하, 나도 맨 처음에―그건 제주도에서 모집해 갔지만―그때에 오백 명 모아다 주고, 실살고로 남긴 것이, 팔구백 근 천 원이었고, 둘째 번에는 올가을에 팔백 명이나 홋카이도 탄광에 보내고, 근 이천 원 돈이 들어왔다우.”
    노동자 모집원이라는 자는 입의 침이 마르게 천 원, 이천 원을 신이 나서 뇌며 목욕탕 속에서 나왔다.
    “에, 에.” 하며, 일평생 들어 보지도 못하던 천 원 이천 원 소리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귀를 기울이고 앉았던 시골자는, 때를 다 밀었는지, 그 장대한 동색(銅色) 거구를 벌떡 일으켜, 다시 욕탕 속에 출렁 집어넣으면서, 만족한 듯이 또다시 말을 붙였다.
    “그래 조선 농군들이 가서, 그런 공사일을 잘들 하나요?”
    “잘하구 못하는 것은, 내가 상관할 것 무엇 있소마는, 하여간 요보는 말을 잘 듣고 힘드는 일을 잘하는 데다가 임은(賃銀)이 헐하니까, 안성맞춤이지. 그야 처음 데려갈 때에는 품삯도 많고, 일은 드러누워서 떡 먹기라고 푹 삶아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갈 노자며, 처자까지 데리고 가게 하고, 게다가 빚까지 갚아 주는 데야 제 아무런 놈이기로 안 따라나설 놈이 있겠소. 한번 따라나서기만 하면야, 전차(前借)가 있는데,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지. 일이 고되거나 품이 헐하긴 고사하고 굶어 뒈진다기루 하는 수 있나…… 하하하.”
    벌써 부하가 되었다는 듯이, 득의만면하여 모집 방법의 비술까지, 도도히 설명을 해 주고 앉았다.
    나는 좀 더 들으려고, 일부러 머뭇머뭇하며 앉았으려니까, 승객이 다 올라탔는지, 별안간에 욕객의 한 떼가 디밀어 들어오기에, 금시초문의 그 무서운 이야기를, 곰곰 생각하며 몸을 훔치기 시작하였다.
    스물두셋쯤 된 ㉠ 책상 도련님인 그때의 나로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이 어떠하니 인간성이 어떠하니 사회가 어떠하니 해야, 다만 심심파적으로 하는 탁상의 공론에 불과할 것은 물론이다. 아버지나, 그렇지 않으면 코빼기도 보지 못한 조상의 덕택으로, 공부 자(工夫字)나 얻어 하였거나, 소설 권이나 들춰 보았다고 인생이니 자연이니 시니 소설이니 한대야 결국은 배가 불러서,
    포만의 비애를 호소함일 따름이요, 실인생 실사회의 이면의 이면, 진상의 진상과는 아무 관계도 연락도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지금 하는 것, 이로부터 하려는 일이 결국 무엇인가 하는 의문과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 년 열두 달 죽도록 애를 쓰고도, 반년짝은 시래기로 목숨을 이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으니까…….’ 하는 말을 들을 제, 그것이 과연 사실일까 하는 의심이 날만치, 나는 귀가 번쩍하였다. 나도 팔구 세까지는 부모의 고향인 충청도 촌 속에서 자라났고, 그 후에 1년에 한 두어 번씩은, 촌락에 발을 들여놓아 보았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소작인의 생활이 참혹하리라고는, 꿈에도 들어 본 일이 없었다.
    ‘시를 짓는 것보다는 밭을 갈라고 한다. 그러나 ㉡ 밭을 가는 그것이 벌써 시가 아니냐.…… 사람은 흙에서 나와서 흙에 돌아간다. 흙의 방순한 냄새에 취할 수 있는 자의 행복이여! 흙의 복욱(馥郁)한 생기야말로, 너 인간의 끊임없는 새 생명이니라…….’
    이러한 의미로 올봄에 산문시를 쓰던, 자기의 공상과 천려(淺慮)가 도리어 부끄러웠다. 흙의 냄새가 방순치 않다는 것도 아니다. 그 향기에 취할 수 있는 자가 행복스럽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조반 후의 낮잠은 위약(胃弱)’이라는 고등유민 계급의 유행병에나 걸릴까 보아서, 대팻밥모자에 연경(煙鏡)이나 쓰고, 아침저녁으로 호미 자루를 잡는 것이 행복스럽지 않고 시적(詩的)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저러나, 일 년 열두 달, 우마(牛馬) 이상의 죽을 고역을 다 하고도, 시래기죽에 얼굴이 붓는 것도 시일까? 그들이 삼복의 끓는 햇볕에, 손등을 데면서 호미 자루를 놀릴 때, 그들은 행복을 느끼는가? 그들은 흙의 노예다. 자기 자신의 생명의 노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는 것은, 다만 땀과 피뿐이다. 그리고 주림뿐이다. 그들이 어머니의 배 속에서 뛰어나오기 전에, 벌써 확정된 유일한 사실은, 그들의 모공이 막히고 혈청이 마르기까지, 흙에, 그 땀과 피를 쏟으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열 방울의 땀과 백 방울의 피는 한 알의 나락을 기른다. 그러나 그 한 알의 나락은 누구의 입으로 들어가는가? ㉢ 그에게 지불되는 보수는 무엇인가.―주림만이 무엇보다도 확실한 그의 받을 품삯이다.
    - 염상섭, 「만세전」-

    윗글의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
    실제 지명을 언급하여 사실성을 더하고 있다.
    2
    서술자를 교체하며 다양한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3
    3인칭 관찰자 시점을 통해 사회비판적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4
    빈번한 장면 전환을 통해 사건에 역동성이 드러나도록 표현하고 있다.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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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8~11]
    [앞부분의 줄거리]
    일본에 유학 중인 나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길에 오른다. 나는 도쿄에서 기차로 시모노세키까지 와서 관부 연락선에 올라 배 안의 목욕탕에 들렀다. 나는 목욕탕 안에서 일본인들이 조선 노동자들을 어떻게 착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엿듣게 된다.
    “그래 그렇게 모집을 해 가면, 얼마나 생기나요?”
    촌뜨기는, 구수하다는 듯이 침을 흘리며 듣는다.
    “얼마가 뭐요. 여비가 있지, 일당이 또 있지, 게다가 한 사람 모집하는 데에 일 원 내지 이 원이니까―그건, 회사와 일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가령 방적회사의 여공 같은 것은 임금도 싼 데다가, 모집원의 수수료도 제일 헐하고, 광부 같은 것은 지금 시세로도 일 원 오십 전으로 이 원까지라오. 가령 지금 천 명만 맡아 가지고 와서 보구려. 이삼 삭 동안 여비나 일당에서 남는 것은, 그까짓 건 다 제하고라도, 일천삼사백 원, 잘만 되면 근 이천 원은 간데없는 것일 게니…… 하하하, 나도 맨 처음에―그건 제주도에서 모집해 갔지만―그때에 오백 명 모아다 주고, 실살고로 남긴 것이, 팔구백 근 천 원이었고, 둘째 번에는 올가을에 팔백 명이나 홋카이도 탄광에 보내고, 근 이천 원 돈이 들어왔다우.”
    노동자 모집원이라는 자는 입의 침이 마르게 천 원, 이천 원을 신이 나서 뇌며 목욕탕 속에서 나왔다.
    “에, 에.” 하며, 일평생 들어 보지도 못하던 천 원 이천 원 소리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귀를 기울이고 앉았던 시골자는, 때를 다 밀었는지, 그 장대한 동색(銅色) 거구를 벌떡 일으켜, 다시 욕탕 속에 출렁 집어넣으면서, 만족한 듯이 또다시 말을 붙였다.
    “그래 조선 농군들이 가서, 그런 공사일을 잘들 하나요?”
    “잘하구 못하는 것은, 내가 상관할 것 무엇 있소마는, 하여간 요보는 말을 잘 듣고 힘드는 일을 잘하는 데다가 임은(賃銀)이 헐하니까, 안성맞춤이지. 그야 처음 데려갈 때에는 품삯도 많고, 일은 드러누워서 떡 먹기라고 푹 삶아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갈 노자며, 처자까지 데리고 가게 하고, 게다가 빚까지 갚아 주는 데야 제 아무런 놈이기로 안 따라나설 놈이 있겠소. 한번 따라나서기만 하면야, 전차(前借)가 있는데,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지. 일이 고되거나 품이 헐하긴 고사하고 굶어 뒈진다기루 하는 수 있나…… 하하하.”
    벌써 부하가 되었다는 듯이, 득의만면하여 모집 방법의 비술까지, 도도히 설명을 해 주고 앉았다.
    나는 좀 더 들으려고, 일부러 머뭇머뭇하며 앉았으려니까, 승객이 다 올라탔는지, 별안간에 욕객의 한 떼가 디밀어 들어오기에, 금시초문의 그 무서운 이야기를, 곰곰 생각하며 몸을 훔치기 시작하였다.
    스물두셋쯤 된 ㉠ 책상 도련님인 그때의 나로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이 어떠하니 인간성이 어떠하니 사회가 어떠하니 해야, 다만 심심파적으로 하는 탁상의 공론에 불과할 것은 물론이다. 아버지나, 그렇지 않으면 코빼기도 보지 못한 조상의 덕택으로, 공부 자(工夫字)나 얻어 하였거나, 소설 권이나 들춰 보았다고 인생이니 자연이니 시니 소설이니 한대야 결국은 배가 불러서,
    포만의 비애를 호소함일 따름이요, 실인생 실사회의 이면의 이면, 진상의 진상과는 아무 관계도 연락도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지금 하는 것, 이로부터 하려는 일이 결국 무엇인가 하는 의문과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 년 열두 달 죽도록 애를 쓰고도, 반년짝은 시래기로 목숨을 이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으니까…….’ 하는 말을 들을 제, 그것이 과연 사실일까 하는 의심이 날만치, 나는 귀가 번쩍하였다. 나도 팔구 세까지는 부모의 고향인 충청도 촌 속에서 자라났고, 그 후에 1년에 한 두어 번씩은, 촌락에 발을 들여놓아 보았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소작인의 생활이 참혹하리라고는, 꿈에도 들어 본 일이 없었다.
    ‘시를 짓는 것보다는 밭을 갈라고 한다. 그러나 ㉡ 밭을 가는 그것이 벌써 시가 아니냐.…… 사람은 흙에서 나와서 흙에 돌아간다. 흙의 방순한 냄새에 취할 수 있는 자의 행복이여! 흙의 복욱(馥郁)한 생기야말로, 너 인간의 끊임없는 새 생명이니라…….’
    이러한 의미로 올봄에 산문시를 쓰던, 자기의 공상과 천려(淺慮)가 도리어 부끄러웠다. 흙의 냄새가 방순치 않다는 것도 아니다. 그 향기에 취할 수 있는 자가 행복스럽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조반 후의 낮잠은 위약(胃弱)’이라는 고등유민 계급의 유행병에나 걸릴까 보아서, 대팻밥모자에 연경(煙鏡)이나 쓰고, 아침저녁으로 호미 자루를 잡는 것이 행복스럽지 않고 시적(詩的)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저러나, 일 년 열두 달, 우마(牛馬) 이상의 죽을 고역을 다 하고도, 시래기죽에 얼굴이 붓는 것도 시일까? 그들이 삼복의 끓는 햇볕에, 손등을 데면서 호미 자루를 놀릴 때, 그들은 행복을 느끼는가? 그들은 흙의 노예다. 자기 자신의 생명의 노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는 것은, 다만 땀과 피뿐이다. 그리고 주림뿐이다. 그들이 어머니의 배 속에서 뛰어나오기 전에, 벌써 확정된 유일한 사실은, 그들의 모공이 막히고 혈청이 마르기까지, 흙에, 그 땀과 피를 쏟으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열 방울의 땀과 백 방울의 피는 한 알의 나락을 기른다. 그러나 그 한 알의 나락은 누구의 입으로 들어가는가? ㉢ 그에게 지불되는 보수는 무엇인가.―주림만이 무엇보다도 확실한 그의 받을 품삯이다.
    - 염상섭, 「만세전」-

    윗글의 ㉠과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
    ㉠에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나고 있다.
    2
    ㉡은 ‘나’가 노동에 대해 인지한 비참한 면모를 드러낸다.
    3
    ‘나’가 ㉡을 떠올린 이유는 목욕탕에서 엿들은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4
    ㉠과 ㉡은 모두 목욕탕 속 일본인들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된 표현들이다.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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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8~11]
    [앞부분의 줄거리]
    일본에 유학 중인 나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길에 오른다. 나는 도쿄에서 기차로 시모노세키까지 와서 관부 연락선에 올라 배 안의 목욕탕에 들렀다. 나는 목욕탕 안에서 일본인들이 조선 노동자들을 어떻게 착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엿듣게 된다.
    “그래 그렇게 모집을 해 가면, 얼마나 생기나요?”
    촌뜨기는, 구수하다는 듯이 침을 흘리며 듣는다.
    “얼마가 뭐요. 여비가 있지, 일당이 또 있지, 게다가 한 사람 모집하는 데에 일 원 내지 이 원이니까―그건, 회사와 일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가령 방적회사의 여공 같은 것은 임금도 싼 데다가, 모집원의 수수료도 제일 헐하고, 광부 같은 것은 지금 시세로도 일 원 오십 전으로 이 원까지라오. 가령 지금 천 명만 맡아 가지고 와서 보구려. 이삼 삭 동안 여비나 일당에서 남는 것은, 그까짓 건 다 제하고라도, 일천삼사백 원, 잘만 되면 근 이천 원은 간데없는 것일 게니…… 하하하, 나도 맨 처음에―그건 제주도에서 모집해 갔지만―그때에 오백 명 모아다 주고, 실살고로 남긴 것이, 팔구백 근 천 원이었고, 둘째 번에는 올가을에 팔백 명이나 홋카이도 탄광에 보내고, 근 이천 원 돈이 들어왔다우.”
    노동자 모집원이라는 자는 입의 침이 마르게 천 원, 이천 원을 신이 나서 뇌며 목욕탕 속에서 나왔다.
    “에, 에.” 하며, 일평생 들어 보지도 못하던 천 원 이천 원 소리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귀를 기울이고 앉았던 시골자는, 때를 다 밀었는지, 그 장대한 동색(銅色) 거구를 벌떡 일으켜, 다시 욕탕 속에 출렁 집어넣으면서, 만족한 듯이 또다시 말을 붙였다.
    “그래 조선 농군들이 가서, 그런 공사일을 잘들 하나요?”
    “잘하구 못하는 것은, 내가 상관할 것 무엇 있소마는, 하여간 요보는 말을 잘 듣고 힘드는 일을 잘하는 데다가 임은(賃銀)이 헐하니까, 안성맞춤이지. 그야 처음 데려갈 때에는 품삯도 많고, 일은 드러누워서 떡 먹기라고 푹 삶아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갈 노자며, 처자까지 데리고 가게 하고, 게다가 빚까지 갚아 주는 데야 제 아무런 놈이기로 안 따라나설 놈이 있겠소. 한번 따라나서기만 하면야, 전차(前借)가 있는데,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지. 일이 고되거나 품이 헐하긴 고사하고 굶어 뒈진다기루 하는 수 있나…… 하하하.”
    벌써 부하가 되었다는 듯이, 득의만면하여 모집 방법의 비술까지, 도도히 설명을 해 주고 앉았다.
    나는 좀 더 들으려고, 일부러 머뭇머뭇하며 앉았으려니까, 승객이 다 올라탔는지, 별안간에 욕객의 한 떼가 디밀어 들어오기에, 금시초문의 그 무서운 이야기를, 곰곰 생각하며 몸을 훔치기 시작하였다.
    스물두셋쯤 된 ㉠ 책상 도련님인 그때의 나로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이 어떠하니 인간성이 어떠하니 사회가 어떠하니 해야, 다만 심심파적으로 하는 탁상의 공론에 불과할 것은 물론이다. 아버지나, 그렇지 않으면 코빼기도 보지 못한 조상의 덕택으로, 공부 자(工夫字)나 얻어 하였거나, 소설 권이나 들춰 보았다고 인생이니 자연이니 시니 소설이니 한대야 결국은 배가 불러서,
    포만의 비애를 호소함일 따름이요, 실인생 실사회의 이면의 이면, 진상의 진상과는 아무 관계도 연락도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지금 하는 것, 이로부터 하려는 일이 결국 무엇인가 하는 의문과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 년 열두 달 죽도록 애를 쓰고도, 반년짝은 시래기로 목숨을 이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으니까…….’ 하는 말을 들을 제, 그것이 과연 사실일까 하는 의심이 날만치, 나는 귀가 번쩍하였다. 나도 팔구 세까지는 부모의 고향인 충청도 촌 속에서 자라났고, 그 후에 1년에 한 두어 번씩은, 촌락에 발을 들여놓아 보았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소작인의 생활이 참혹하리라고는, 꿈에도 들어 본 일이 없었다.
    ‘시를 짓는 것보다는 밭을 갈라고 한다. 그러나 ㉡ 밭을 가는 그것이 벌써 시가 아니냐.…… 사람은 흙에서 나와서 흙에 돌아간다. 흙의 방순한 냄새에 취할 수 있는 자의 행복이여! 흙의 복욱(馥郁)한 생기야말로, 너 인간의 끊임없는 새 생명이니라…….’
    이러한 의미로 올봄에 산문시를 쓰던, 자기의 공상과 천려(淺慮)가 도리어 부끄러웠다. 흙의 냄새가 방순치 않다는 것도 아니다. 그 향기에 취할 수 있는 자가 행복스럽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조반 후의 낮잠은 위약(胃弱)’이라는 고등유민 계급의 유행병에나 걸릴까 보아서, 대팻밥모자에 연경(煙鏡)이나 쓰고, 아침저녁으로 호미 자루를 잡는 것이 행복스럽지 않고 시적(詩的)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저러나, 일 년 열두 달, 우마(牛馬) 이상의 죽을 고역을 다 하고도, 시래기죽에 얼굴이 붓는 것도 시일까? 그들이 삼복의 끓는 햇볕에, 손등을 데면서 호미 자루를 놀릴 때, 그들은 행복을 느끼는가? 그들은 흙의 노예다. 자기 자신의 생명의 노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는 것은, 다만 땀과 피뿐이다. 그리고 주림뿐이다. 그들이 어머니의 배 속에서 뛰어나오기 전에, 벌써 확정된 유일한 사실은, 그들의 모공이 막히고 혈청이 마르기까지, 흙에, 그 땀과 피를 쏟으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열 방울의 땀과 백 방울의 피는 한 알의 나락을 기른다. 그러나 그 한 알의 나락은 누구의 입으로 들어가는가? ㉢ 그에게 지불되는 보수는 무엇인가.―주림만이 무엇보다도 확실한 그의 받을 품삯이다.
    - 염상섭, 「만세전」-

    윗글의 ㉢을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
    조선인 노동자들은 정당한 품삯을 받고 있다.
    2
    어떤 보수를 받는지와는 상관없이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
    3
    앞으로 더 많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일본인에게 착취당할 것이다.
    4
    조선인 노동자들이 힘든 노동을 하더라도 얻는 것은 배고픔뿐이다.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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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8~11]
    [앞부분의 줄거리]
    일본에 유학 중인 나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길에 오른다. 나는 도쿄에서 기차로 시모노세키까지 와서 관부 연락선에 올라 배 안의 목욕탕에 들렀다. 나는 목욕탕 안에서 일본인들이 조선 노동자들을 어떻게 착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엿듣게 된다.
    “그래 그렇게 모집을 해 가면, 얼마나 생기나요?”
    촌뜨기는, 구수하다는 듯이 침을 흘리며 듣는다.
    “얼마가 뭐요. 여비가 있지, 일당이 또 있지, 게다가 한 사람 모집하는 데에 일 원 내지 이 원이니까―그건, 회사와 일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가령 방적회사의 여공 같은 것은 임금도 싼 데다가, 모집원의 수수료도 제일 헐하고, 광부 같은 것은 지금 시세로도 일 원 오십 전으로 이 원까지라오. 가령 지금 천 명만 맡아 가지고 와서 보구려. 이삼 삭 동안 여비나 일당에서 남는 것은, 그까짓 건 다 제하고라도, 일천삼사백 원, 잘만 되면 근 이천 원은 간데없는 것일 게니…… 하하하, 나도 맨 처음에―그건 제주도에서 모집해 갔지만―그때에 오백 명 모아다 주고, 실살고로 남긴 것이, 팔구백 근 천 원이었고, 둘째 번에는 올가을에 팔백 명이나 홋카이도 탄광에 보내고, 근 이천 원 돈이 들어왔다우.”
    노동자 모집원이라는 자는 입의 침이 마르게 천 원, 이천 원을 신이 나서 뇌며 목욕탕 속에서 나왔다.
    “에, 에.” 하며, 일평생 들어 보지도 못하던 천 원 이천 원 소리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귀를 기울이고 앉았던 시골자는, 때를 다 밀었는지, 그 장대한 동색(銅色) 거구를 벌떡 일으켜, 다시 욕탕 속에 출렁 집어넣으면서, 만족한 듯이 또다시 말을 붙였다.
    “그래 조선 농군들이 가서, 그런 공사일을 잘들 하나요?”
    “잘하구 못하는 것은, 내가 상관할 것 무엇 있소마는, 하여간 요보는 말을 잘 듣고 힘드는 일을 잘하는 데다가 임은(賃銀)이 헐하니까, 안성맞춤이지. 그야 처음 데려갈 때에는 품삯도 많고, 일은 드러누워서 떡 먹기라고 푹 삶아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갈 노자며, 처자까지 데리고 가게 하고, 게다가 빚까지 갚아 주는 데야 제 아무런 놈이기로 안 따라나설 놈이 있겠소. 한번 따라나서기만 하면야, 전차(前借)가 있는데,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지. 일이 고되거나 품이 헐하긴 고사하고 굶어 뒈진다기루 하는 수 있나…… 하하하.”
    벌써 부하가 되었다는 듯이, 득의만면하여 모집 방법의 비술까지, 도도히 설명을 해 주고 앉았다.
    나는 좀 더 들으려고, 일부러 머뭇머뭇하며 앉았으려니까, 승객이 다 올라탔는지, 별안간에 욕객의 한 떼가 디밀어 들어오기에, 금시초문의 그 무서운 이야기를, 곰곰 생각하며 몸을 훔치기 시작하였다.
    스물두셋쯤 된 ㉠ 책상 도련님인 그때의 나로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이 어떠하니 인간성이 어떠하니 사회가 어떠하니 해야, 다만 심심파적으로 하는 탁상의 공론에 불과할 것은 물론이다. 아버지나, 그렇지 않으면 코빼기도 보지 못한 조상의 덕택으로, 공부 자(工夫字)나 얻어 하였거나, 소설 권이나 들춰 보았다고 인생이니 자연이니 시니 소설이니 한대야 결국은 배가 불러서,
    포만의 비애를 호소함일 따름이요, 실인생 실사회의 이면의 이면, 진상의 진상과는 아무 관계도 연락도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지금 하는 것, 이로부터 하려는 일이 결국 무엇인가 하는 의문과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 년 열두 달 죽도록 애를 쓰고도, 반년짝은 시래기로 목숨을 이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으니까…….’ 하는 말을 들을 제, 그것이 과연 사실일까 하는 의심이 날만치, 나는 귀가 번쩍하였다. 나도 팔구 세까지는 부모의 고향인 충청도 촌 속에서 자라났고, 그 후에 1년에 한 두어 번씩은, 촌락에 발을 들여놓아 보았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소작인의 생활이 참혹하리라고는, 꿈에도 들어 본 일이 없었다.
    ‘시를 짓는 것보다는 밭을 갈라고 한다. 그러나 ㉡ 밭을 가는 그것이 벌써 시가 아니냐.…… 사람은 흙에서 나와서 흙에 돌아간다. 흙의 방순한 냄새에 취할 수 있는 자의 행복이여! 흙의 복욱(馥郁)한 생기야말로, 너 인간의 끊임없는 새 생명이니라…….’
    이러한 의미로 올봄에 산문시를 쓰던, 자기의 공상과 천려(淺慮)가 도리어 부끄러웠다. 흙의 냄새가 방순치 않다는 것도 아니다. 그 향기에 취할 수 있는 자가 행복스럽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조반 후의 낮잠은 위약(胃弱)’이라는 고등유민 계급의 유행병에나 걸릴까 보아서, 대팻밥모자에 연경(煙鏡)이나 쓰고, 아침저녁으로 호미 자루를 잡는 것이 행복스럽지 않고 시적(詩的)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저러나, 일 년 열두 달, 우마(牛馬) 이상의 죽을 고역을 다 하고도, 시래기죽에 얼굴이 붓는 것도 시일까? 그들이 삼복의 끓는 햇볕에, 손등을 데면서 호미 자루를 놀릴 때, 그들은 행복을 느끼는가? 그들은 흙의 노예다. 자기 자신의 생명의 노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는 것은, 다만 땀과 피뿐이다. 그리고 주림뿐이다. 그들이 어머니의 배 속에서 뛰어나오기 전에, 벌써 확정된 유일한 사실은, 그들의 모공이 막히고 혈청이 마르기까지, 흙에, 그 땀과 피를 쏟으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열 방울의 땀과 백 방울의 피는 한 알의 나락을 기른다. 그러나 그 한 알의 나락은 누구의 입으로 들어가는가? ㉢ 그에게 지불되는 보수는 무엇인가.―주림만이 무엇보다도 확실한 그의 받을 품삯이다.
    - 염상섭, 「만세전」-

    다음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에 대해 추론한 것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보 기 >
    1924년에 연재를 시작한 「만세전」이 「묘지(墓地)」란 제목으로 잡지 <신생활>에 연재되던 때 검열에 걸려 연재 3회분이 전문 삭제되었다. 잡지의 편집자는 “상섭 군의 「묘지」는 더 말할 수 없는 참살을 당하였습니다.”라는 말로 분노를 드러내었다. 이때 삭제되었던 ‘연재 3회분’은 이후 단행본에 담겼다. 윗글은 이 가운데 일부이다.
    1
    당대의 잡지 구독자들은 검열된 부분을 확인하기 어려웠겠군.
    2
    작품 창작 당시의 시대적 현실이 전개에 영향을 줄 수 있겠군.
    3
    당대 현실을 담은 다른 사실주의 소설들 중에도 검열을 당한 사례가 있겠군.
    4
    작가는 ‘연재 3회분’ 이후의 연재본에도 ‘연재 3회분’과 비슷한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었겠군.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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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12~13]
    (가)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 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
    역설법을 통해 애상감을 드러내고 있다.
    2
    특정 시어를 반복하여 주제 의식을 강화하고 있다.
    3
    하강 이미지를 활용하여 시간적 배경을 드러내고 있다.
    4
    설의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운율감을 형성하고 있다.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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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12~13]
    (가)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 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

    ㉠과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1
    ㉠은 화자의 정서가 변화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
    ㉡에는 정적 이미지와 동적 이미지가 모두 부여되고 있다.
    3
    ㉠과 ㉡은 모두 화자에게 그리움의 매개체로서 작용하고 있다.
    4
    ㉠과 ㉡은 모두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제시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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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14~15]
    1986년 봄,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 상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다국적 패스트푸드 기업이 로마 시민들의 산책로이자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전통적 명소인 스페인 광장에 매장을 연 것이다. 해당 기업은 입점에 앞서 로마시와 협의를 거쳤고, 그 결과 매장에서 이탈리아의 식문화를 반영한 지중해식 샐러드도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로마의 역사적 공간에 패스트푸드 매장이 들어선다는 사실 자체에 깊은 거부감을 느꼈다. 이들은 패스트푸드의 확산에 대항하여 전통적 식문화를 지키자는 취지의 ‘슬로푸드 운동’을 시작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이탈리아는 슬로푸드 운동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라는 명칭에는 각각 ‘빠르다’와 ‘느리다’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일부 사전은 이러한 표면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패스트푸드는 주문 즉시 완성되어 나오는 음식으로 햄버거, 피자 등을 이른다”거나, “슬로푸드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 만들고 먹는 음식”이라고 정의한다. ㉠ 하지만 이러한 수식어는 오히려 두 개념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두 개념을 단순히 조리 및 제공 속도나 특정 메뉴의 이름에 한정하여 이해하려 들면, 그 이면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가령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피자를 패스트푸드라고 부른다면 그들은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본래 피자는 신선한 식재료를 엄선하여 화덕에 굽고, 식탁에 둘러앉아 그 맛을 천천히 음미하는 풍속을 지닌 음식으로 오히려 슬로푸드에 가깝기 때문이다. 햄버거 역시 유기농 밀로 만든 빵에 윤리적으로 사육된 고기와 신선한 채소를 넣어 만든다면 패스트푸드라 할 수 없다. 반대로 오랜 전통을 지닌 음식이라 할지라도 대량 생산을 위해 화학 첨가물을 다량 가미하고 공장식으로 조리해 낸다면 그것은 패스트푸드로 전락하고 만다.
    이러한 맥락에서 슬로푸드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패스트푸드의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탐사 전문 기자 에릭 슐로서는 그의 저서에서 패스트푸드를 이해하려면 매장에서의 서비스 속도가 아니라, “그 음식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소비자와 사회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무엇인지”를 통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육류를 빠르고 저렴하게 대량 생산하기 위해 발생하는 노동력 착취,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한 산업 재해,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이 야기하는 생태계 파괴 등이 패스트푸드를 정의하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슬로푸드 운동의 창시자 카를로 페트리니는 슬로푸드의 원칙을 ‘좋은, 깨끗한, 공정한’이라는 세 가지 단어로 압축했다. 이는 단순히 맛과 품질이 훌륭한 식재료를 넘어서, 생산지의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며, 생산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우가 이루어지는 음식을 의미한다. 자연을 훼손하거나 농민을 착취하여 만들어진 음식은 결코 슬로푸드가 될 수 없다. 결국 슬로푸드란 패스트푸드가 초래한 획일화와 파괴에 맞서 우리 삶의 생물 다양성, 문화 다양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수호하려는 지향점 그 자체이다.
    패스트푸드가 효율성과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현대 자본주의의 단면이라면, 슬로푸드는 잊힌 과거의 가치를 회복하여 병든 현재를 치유하고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려는 움직임이다. 현재의 기득권으로 자리 잡은 패스트푸드의 힘은 막강하지만, 진정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음식 문화 속에 내재된 ‘느림’의 철학을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려는 지속적인 성찰과 노력이 요구된다.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1
    에릭 슐로서는 패스트푸드가 유발하는 환경 파괴, 노동 착취 문제에 주목했다.
    2
    로마 스페인 광장에 다국적 패스트푸드 매장이 입점한 사건은 슬로푸드 운동이 촉발되는 계기가 되었다.
    3
    피자나 햄버거와 같은 특정 메뉴들은 조리 방식이나 식재료의 출처와 관계없이 본질적으로 패스트푸드로 분류된다.
    4
    카를로 페트리니가 제시한 슬로푸드의 원칙에는 음식 생산 과정에서의 윤리적 대우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포함되어 있다.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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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14~15]
    1986년 봄,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 상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다국적 패스트푸드 기업이 로마 시민들의 산책로이자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전통적 명소인 스페인 광장에 매장을 연 것이다. 해당 기업은 입점에 앞서 로마시와 협의를 거쳤고, 그 결과 매장에서 이탈리아의 식문화를 반영한 지중해식 샐러드도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로마의 역사적 공간에 패스트푸드 매장이 들어선다는 사실 자체에 깊은 거부감을 느꼈다. 이들은 패스트푸드의 확산에 대항하여 전통적 식문화를 지키자는 취지의 ‘슬로푸드 운동’을 시작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이탈리아는 슬로푸드 운동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라는 명칭에는 각각 ‘빠르다’와 ‘느리다’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일부 사전은 이러한 표면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패스트푸드는 주문 즉시 완성되어 나오는 음식으로 햄버거, 피자 등을 이른다”거나, “슬로푸드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 만들고 먹는 음식”이라고 정의한다. ㉠ 하지만 이러한 수식어는 오히려 두 개념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두 개념을 단순히 조리 및 제공 속도나 특정 메뉴의 이름에 한정하여 이해하려 들면, 그 이면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가령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피자를 패스트푸드라고 부른다면 그들은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본래 피자는 신선한 식재료를 엄선하여 화덕에 굽고, 식탁에 둘러앉아 그 맛을 천천히 음미하는 풍속을 지닌 음식으로 오히려 슬로푸드에 가깝기 때문이다. 햄버거 역시 유기농 밀로 만든 빵에 윤리적으로 사육된 고기와 신선한 채소를 넣어 만든다면 패스트푸드라 할 수 없다. 반대로 오랜 전통을 지닌 음식이라 할지라도 대량 생산을 위해 화학 첨가물을 다량 가미하고 공장식으로 조리해 낸다면 그것은 패스트푸드로 전락하고 만다.
    이러한 맥락에서 슬로푸드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패스트푸드의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탐사 전문 기자 에릭 슐로서는 그의 저서에서 패스트푸드를 이해하려면 매장에서의 서비스 속도가 아니라, “그 음식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소비자와 사회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무엇인지”를 통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육류를 빠르고 저렴하게 대량 생산하기 위해 발생하는 노동력 착취,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한 산업 재해,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이 야기하는 생태계 파괴 등이 패스트푸드를 정의하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슬로푸드 운동의 창시자 카를로 페트리니는 슬로푸드의 원칙을 ‘좋은, 깨끗한, 공정한’이라는 세 가지 단어로 압축했다. 이는 단순히 맛과 품질이 훌륭한 식재료를 넘어서, 생산지의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며, 생산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우가 이루어지는 음식을 의미한다. 자연을 훼손하거나 농민을 착취하여 만들어진 음식은 결코 슬로푸드가 될 수 없다. 결국 슬로푸드란 패스트푸드가 초래한 획일화와 파괴에 맞서 우리 삶의 생물 다양성, 문화 다양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수호하려는 지향점 그 자체이다.
    패스트푸드가 효율성과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현대 자본주의의 단면이라면, 슬로푸드는 잊힌 과거의 가치를 회복하여 병든 현재를 치유하고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려는 움직임이다. 현재의 기득권으로 자리 잡은 패스트푸드의 힘은 막강하지만, 진정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음식 문화 속에 내재된 ‘느림’의 철학을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려는 지속적인 성찰과 노력이 요구된다.

    윗글의 ㉠에 대한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1
    조리 기술의 발전으로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의 조리 시간 차이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2
    음식의 메뉴명과 조리 속도에만 집착할 경우, 식재료의 본질적인 가치 기준을 간과하게 되기 때문이다.
    3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도 지중해식 샐러드처럼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메뉴를 판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4
    전통 음식은 아무리 대량으로 가공되어 빠르게 제공되더라도 그 역사성 덕분에 슬로푸드의 지위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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