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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8~11]
[앞부분의 줄거리]
일본에 유학 중인 나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길에 오른다. 나는 도쿄에서 기차로 시모노세키까지 와서 관부 연락선에 올라 배 안의 목욕탕에 들렀다. 나는 목욕탕 안에서 일본인들이 조선 노동자들을 어떻게 착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엿듣게 된다.
“그래 그렇게 모집을 해 가면, 얼마나 생기나요?”
촌뜨기는, 구수하다는 듯이 침을 흘리며 듣는다.
“얼마가 뭐요. 여비가 있지, 일당이 또 있지, 게다가 한 사람 모집하는 데에 일 원 내지 이 원이니까―그건, 회사와 일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가령 방적회사의 여공 같은 것은 임금도 싼 데다가, 모집원의 수수료도 제일 헐하고, 광부 같은 것은 지금 시세로도 일 원 오십 전으로 이 원까지라오. 가령 지금 천 명만 맡아 가지고 와서 보구려. 이삼 삭 동안 여비나 일당에서 남는 것은, 그까짓 건 다 제하고라도, 일천삼사백 원, 잘만 되면 근 이천 원은 간데없는 것일 게니…… 하하하, 나도 맨 처음에―그건 제주도에서 모집해 갔지만―그때에 오백 명 모아다 주고, 실살고로 남긴 것이, 팔구백 근 천 원이었고, 둘째 번에는 올가을에 팔백 명이나 홋카이도 탄광에 보내고, 근 이천 원 돈이 들어왔다우.”
노동자 모집원이라는 자는 입의 침이 마르게 천 원, 이천 원을 신이 나서 뇌며 목욕탕 속에서 나왔다.
“에, 에.” 하며, 일평생 들어 보지도 못하던 천 원 이천 원 소리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귀를 기울이고 앉았던 시골자는, 때를 다 밀었는지, 그 장대한 동색(銅色) 거구를 벌떡 일으켜, 다시 욕탕 속에 출렁 집어넣으면서, 만족한 듯이 또다시 말을 붙였다.
“그래 조선 농군들이 가서, 그런 공사일을 잘들 하나요?”
“잘하구 못하는 것은, 내가 상관할 것 무엇 있소마는, 하여간 요보는 말을 잘 듣고 힘드는 일을 잘하는 데다가 임은(賃銀)이 헐하니까, 안성맞춤이지. 그야 처음 데려갈 때에는 품삯도 많고, 일은 드러누워서 떡 먹기라고 푹 삶아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갈 노자며, 처자까지 데리고 가게 하고, 게다가 빚까지 갚아 주는 데야 제 아무런 놈이기로 안 따라나설 놈이 있겠소. 한번 따라나서기만 하면야, 전차(前借)가 있는데,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지. 일이 고되거나 품이 헐하긴 고사하고 굶어 뒈진다기루 하는 수 있나…… 하하하.”
벌써 부하가 되었다는 듯이, 득의만면하여 모집 방법의 비술까지, 도도히 설명을 해 주고 앉았다.
나는 좀 더 들으려고, 일부러 머뭇머뭇하며 앉았으려니까, 승객이 다 올라탔는지, 별안간에 욕객의 한 떼가 디밀어 들어오기에, 금시초문의 그 무서운 이야기를, 곰곰 생각하며 몸을 훔치기 시작하였다.
스물두셋쯤 된 ㉠ 책상 도련님인 그때의 나로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이 어떠하니 인간성이 어떠하니 사회가 어떠하니 해야, 다만 심심파적으로 하는 탁상의 공론에 불과할 것은 물론이다. 아버지나, 그렇지 않으면 코빼기도 보지 못한 조상의 덕택으로, 공부 자(工夫字)나 얻어 하였거나, 소설 권이나 들춰 보았다고 인생이니 자연이니 시니 소설이니 한대야 결국은 배가 불러서,
포만의 비애를 호소함일 따름이요, 실인생 실사회의 이면의 이면, 진상의 진상과는 아무 관계도 연락도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지금 하는 것, 이로부터 하려는 일이 결국 무엇인가 하는 의문과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 년 열두 달 죽도록 애를 쓰고도, 반년짝은 시래기로 목숨을 이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으니까…….’ 하는 말을 들을 제, 그것이 과연 사실일까 하는 의심이 날만치, 나는 귀가 번쩍하였다. 나도 팔구 세까지는 부모의 고향인 충청도 촌 속에서 자라났고, 그 후에 1년에 한 두어 번씩은, 촌락에 발을 들여놓아 보았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소작인의 생활이 참혹하리라고는, 꿈에도 들어 본 일이 없었다.
‘시를 짓는 것보다는 밭을 갈라고 한다. 그러나 ㉡ 밭을 가는 그것이 벌써 시가 아니냐.…… 사람은 흙에서 나와서 흙에 돌아간다. 흙의 방순한 냄새에 취할 수 있는 자의 행복이여! 흙의 복욱(馥郁)한 생기야말로, 너 인간의 끊임없는 새 생명이니라…….’
이러한 의미로 올봄에 산문시를 쓰던, 자기의 공상과 천려(淺慮)가 도리어 부끄러웠다. 흙의 냄새가 방순치 않다는 것도 아니다. 그 향기에 취할 수 있는 자가 행복스럽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조반 후의 낮잠은 위약(胃弱)’이라는 고등유민 계급의 유행병에나 걸릴까 보아서, 대팻밥모자에 연경(煙鏡)이나 쓰고, 아침저녁으로 호미 자루를 잡는 것이 행복스럽지 않고 시적(詩的)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저러나, 일 년 열두 달, 우마(牛馬) 이상의 죽을 고역을 다 하고도, 시래기죽에 얼굴이 붓는 것도 시일까? 그들이 삼복의 끓는 햇볕에, 손등을 데면서 호미 자루를 놀릴 때, 그들은 행복을 느끼는가? 그들은 흙의 노예다. 자기 자신의 생명의 노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는 것은, 다만 땀과 피뿐이다. 그리고 주림뿐이다. 그들이 어머니의 배 속에서 뛰어나오기 전에, 벌써 확정된 유일한 사실은, 그들의 모공이 막히고 혈청이 마르기까지, 흙에, 그 땀과 피를 쏟으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열 방울의 땀과 백 방울의 피는 한 알의 나락을 기른다. 그러나 그 한 알의 나락은 누구의 입으로 들어가는가? ㉢ 그에게 지불되는 보수는 무엇인가.―주림만이 무엇보다도 확실한 그의 받을 품삯이다.
- 염상섭, 「만세전」-
윗글의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
실제 지명을 언급하여 사실성을 더하고 있다.
2
서술자를 교체하며 다양한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3
3인칭 관찰자 시점을 통해 사회비판적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4
빈번한 장면 전환을 통해 사건에 역동성이 드러나도록 표현하고 있다.
해설
윗글의 특징은 실제 지명을 언급해 사실성을 더한다는 점이다.
‘시모노세키’, ‘제주도’, ‘홋카이도 탄광’과 같은 지명이 나와 식민지 현실을 사실적으로 느끼게 한다.
- 서술자를 교체한다는 설명: 처음부터 끝까지 ‘나’ 한 사람이 서술한다.
- 3인칭 관찰자 시점이라는 설명: ‘나’가 직접 겪고 생각한 것을 말하는 1인칭 시점이다.
- 장면 전환이 빈번하다는 설명: 장면은 연락선의 목욕탕에 머물고, 뒷부분은 ‘나’의 생각이 이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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