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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6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14~15]
1986년 봄,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 상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다국적 패스트푸드 기업이 로마 시민들의 산책로이자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전통적 명소인 스페인 광장에 매장을 연 것이다. 해당 기업은 입점에 앞서 로마시와 협의를 거쳤고, 그 결과 매장에서 이탈리아의 식문화를 반영한 지중해식 샐러드도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로마의 역사적 공간에 패스트푸드 매장이 들어선다는 사실 자체에 깊은 거부감을 느꼈다. 이들은 패스트푸드의 확산에 대항하여 전통적 식문화를 지키자는 취지의 ‘슬로푸드 운동’을 시작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이탈리아는 슬로푸드 운동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라는 명칭에는 각각 ‘빠르다’와 ‘느리다’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일부 사전은 이러한 표면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패스트푸드는 주문 즉시 완성되어 나오는 음식으로 햄버거, 피자 등을 이른다”거나, “슬로푸드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 만들고 먹는 음식”이라고 정의한다. ㉠ 하지만 이러한 수식어는 오히려 두 개념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두 개념을 단순히 조리 및 제공 속도나 특정 메뉴의 이름에 한정하여 이해하려 들면, 그 이면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가령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피자를 패스트푸드라고 부른다면 그들은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본래 피자는 신선한 식재료를 엄선하여 화덕에 굽고, 식탁에 둘러앉아 그 맛을 천천히 음미하는 풍속을 지닌 음식으로 오히려 슬로푸드에 가깝기 때문이다. 햄버거 역시 유기농 밀로 만든 빵에 윤리적으로 사육된 고기와 신선한 채소를 넣어 만든다면 패스트푸드라 할 수 없다. 반대로 오랜 전통을 지닌 음식이라 할지라도 대량 생산을 위해 화학 첨가물을 다량 가미하고 공장식으로 조리해 낸다면 그것은 패스트푸드로 전락하고 만다.
이러한 맥락에서 슬로푸드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패스트푸드의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탐사 전문 기자 에릭 슐로서는 그의 저서에서 패스트푸드를 이해하려면 매장에서의 서비스 속도가 아니라, “그 음식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소비자와 사회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무엇인지”를 통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육류를 빠르고 저렴하게 대량 생산하기 위해 발생하는 노동력 착취,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한 산업 재해,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이 야기하는 생태계 파괴 등이 패스트푸드를 정의하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슬로푸드 운동의 창시자 카를로 페트리니는 슬로푸드의 원칙을 ‘좋은, 깨끗한, 공정한’이라는 세 가지 단어로 압축했다. 이는 단순히 맛과 품질이 훌륭한 식재료를 넘어서, 생산지의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며, 생산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우가 이루어지는 음식을 의미한다. 자연을 훼손하거나 농민을 착취하여 만들어진 음식은 결코 슬로푸드가 될 수 없다. 결국 슬로푸드란 패스트푸드가 초래한 획일화와 파괴에 맞서 우리 삶의 생물 다양성, 문화 다양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수호하려는 지향점 그 자체이다.
패스트푸드가 효율성과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현대 자본주의의 단면이라면, 슬로푸드는 잊힌 과거의 가치를 회복하여 병든 현재를 치유하고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려는 움직임이다. 현재의 기득권으로 자리 잡은 패스트푸드의 힘은 막강하지만, 진정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음식 문화 속에 내재된 ‘느림’의 철학을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려는 지속적인 성찰과 노력이 요구된다.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1
에릭 슐로서는 패스트푸드가 유발하는 환경 파괴, 노동 착취 문제에 주목했다.
2
로마 스페인 광장에 다국적 패스트푸드 매장이 입점한 사건은 슬로푸드 운동이 촉발되는 계기가 되었다.
3
피자나 햄버거와 같은 특정 메뉴들은 조리 방식이나 식재료의 출처와 관계없이 본질적으로 패스트푸드로 분류된다.
4
카를로 페트리니가 제시한 슬로푸드의 원칙에는 음식 생산 과정에서의 윤리적 대우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포함되어 있다.
해설

적절하지 않은 이해는 피자나 햄버거가 조리 방식이나 식재료 출처와 관계없이 본질적으로 패스트푸드라는 것이다.

지문은 피자가 ‘오히려 슬로푸드에 가깝’고, 햄버거도 유기농 밀과 윤리적으로 사육된 고기로 만들면 ‘패스트푸드라 할 수 없다’고 한다. 곧 분류의 기준은 메뉴가 아니라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 에릭 슐로서가 환경 파괴와 노동 착취에 주목했다는 이해: ‘노동력 착취’와 ‘생태계 파괴’를 핵심 요소로 든 내용과 일치한다.
  • 스페인 광장의 매장 입점이 슬로푸드 운동을 촉발했다는 이해: ‘이 사건을 계기로’ 이탈리아가 운동의 중심지가 되었다는 내용과 일치한다.
  • 페트리니의 원칙에 윤리적 대우와 지속가능성이 포함된다는 이해: ‘생태계의 지속가능성’과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우’라는 설명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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