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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1~5]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 [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5년 1회차 기출문제 상세 페이지

1[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5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1~5]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쪼이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 뒤에서 푸드득푸드득 하고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려 보니 아니나 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점순네 수탉(은 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수탉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또 푸드득하고 모가지를 쪼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못생긴 것은 쪼일 적마다 주둥이로 땅을 받으며 그 비명이 킥, 킥 할 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면두를 또 쪼이어 붉은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내 대강이가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것같이 두 눈에서 불이 버쩍 난다. 대뜸 지게막대기를 메고 달려들어 점순네 닭을 후려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헛매질로 떼어만 놓았다.
이번에도 점순이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놈의 계집애가 요새로 들어서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렁거리는지 모른다.
나흘 전 감자 쪼간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계집애가 나물을 캐러 가면 갔지 남 울타리 엮는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 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너 혼자만 일하니?” 하고 긴치 않은 수작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척만척하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망아지만 한 계집애가 남 일하는 놈 보고…….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디?”
내가 이렇게 내뱉은 소리를 하니까
“너 일하기 좋니?”
또는
“한여름이나 되거던 하지 벌써 울타리를 하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 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즈 집께를 할금할금 돌아다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 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구웠는지 아직도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감자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 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 큰일 날 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봄 감자가 맛있단다.”
“난 감자 안 먹는다. 니나 먹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려 하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감자를 도로 어깨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그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
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동리에 들어온 것은 근 삼 년째 되어 오지만 여지껏 가무잡잡한 점순이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바구니를 다시 집어 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더질 듯 자빠질 듯 논둑으로 휭하니 달아나는 것이다.
어쩌다 동리 어른이
“너 얼른 시집을 가야지?” 하고 웃으면
“염려 마서유. 갈 때 되면 어련히 갈라구…….”
이렇게 천연덕스레 받는 점순이였다. 본시 부끄럼을 타는 계집애도 아니거니와 또한 분하다고 눈에 눈물을 보일 얼병이도 아니다. 분하면 차라리 나의 등어리를 바구니로 한번 모질게 후려 쌔리고 달아날지언정.
그런데 고약한 그 꼴을 하고 가더니 그 뒤로는 나를 보면 잡아먹으려고 기를 복복 쓰는 것이다.
설혹 주는 감자를 안 받아먹은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 “느 집엔 이거 없지?”는 다 뭐냐. 그렇잖아도 즈이는 마름이고 우리는 그 손에서 배재를 얻어 땅을 부치므로 일상 굽실거린다. 우리가 이 마을에 처음 들어와 집이 없어서 곤란으로 지낼 제, 집터를 빌리고 그 위에 집을 또 짓도록 마련해 준 것도 점순네의 호의였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농사 때 양식이 달리면 점순네한테 가서 부지런히 꾸어다 먹으면서 인품 그런 집은 다시없으리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열일곱씩이나 된 것들이 수군수군하고 붙어 다니면 동리의 소문이 사납다고 주의를 시켜 준 것도 또 어머니였다. 왜냐하면 내가 점순이하고 일을 저질렀다가는 점순네가 노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땅도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었다.
- 김유정, 「동백꽃」 -

다음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보 기 >
「동백꽃」에서 이야기의 갈등을 해학적으로 풀어 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장치는 둔하고 어리숙한 인물로 설정된 서술자이다. 상대적으로 영악한 ‘점순이’가 벌이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가 엉뚱하게 반응하는 데에서 작품의 해학성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서술자의 어리숙함은 독자에게 웃음을 유발함과 동시에 긴장감을 완화하며 독자가 웃음 속에서 계층 간 갈등과 같은 당대의 사회적 현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1
계속 자신을 괴롭히는 점순이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고 ‘왜 나를 못 먹겠다고 아르렁거리는지 모른다’고 표현하는 것은 서술자의 둔감함을 드러내어 웃음을 유발한다.
2
‘나’가 점순이에게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디?’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것은 내면의 호감을 계층 의식으로 인해 억누르는 서술자의 어리숙함을 드러내어 웃음을 유발한다.
3
점순이의 감자 선물을 거절하면서 ‘난 감자 안 먹는다. 니나 먹어라.’라고 무뚝뚝하게 대응하는 장면은 점순이의 호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서술자의 엉뚱한 반응을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
4
점순네 수탉을 ‘후려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헛매질로 떼어만’ 놓는 장면은, ‘나’와 점순네 집안 사이의 계층 차이라는 당대 사회의 사회적 제약에 영향을 받는 서술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해설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디?’를 내면의 호감을 계층 의식으로 억누르는 말로 본 이해가 적절하지 않다.

이 말은 ‘긴치 않은 수작’으로 여겨 ‘내뱉은 소리’일 뿐이다. <보기>에 따르면 ‘나’는 점순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숙한 서술자이므로, 호감을 자각하고 억누른다는 근거가 없다.

  • ‘아르렁거리는지 모른다’는 ‘나’의 말: 점순이가 자신을 괴롭히는 속뜻을 모르는 둔감함이 웃음을 준다.
  • ‘난 감자 안 먹는다. 니나 먹어라.’라는 응대: 호의를 알아차리지 못한 엉뚱한 반응이 웃음을 준다.
  • 점순네 수탉을 때리려다 그만두는 장면: 마름 집안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 곧 계층 차이라는 당대 현실이 행동을 제약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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