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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법원직 9급 전산·사서 국어] 24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11~13]
앞부분 줄거리: ‘나’의 친정어머니는 넘어져 크게 다치는 바람에 수술을 받게 되고, ‘나’는 홀로 어머니의 병실을 지키게 된다. 아흔에 가까운 고령의 어머니는 수술 후 마취가 풀리면서 허공에 대고 소리치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그놈 또 왔다. 뭘하고 있냐! 느이 오래빌 숨겨야지, 어서”
“엄마, 제발 이러시지 좀 마세요. 오빠가 어디 있다고 숨겨요?”
“그럼 느이 오래빌 벌써 잡아갔냐.”
“엄마, 제발.”
어머니의 손이 사방을 더듬었다. 그러다가 붕대 감긴 자기의 다리에 손이 닿자 날카롭게 속삭였다.
“가엾은 내 새끼 여기 있었구나. 꼼짝 말아. 다 내가 당할 테니.”
어머니의 떨리는 손이 다리를 감싸는 시늉을 했다. ㉠그때부터 어머니의 다리는 어머니의 아들이었다. 어머니는 온몸으로 그 다리를 엄호하면서 어머니의 적을 노려보았다. 어머니의 적은 저승의 사자가 아니었다.
“군관 동무, 군관 선생님, 우리 집엔 여자들만 산다니까요.”
어머니의 눈의 푸른 기가 애처롭게 흔들리면서 입가에 비굴한 웃음이 감돌았다. 나는 어머니가 환각으로 보고 있는 게 무엇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가엾은 어머니, 차라리 저승의 사자를 보시는 게 나았을 것을…….
어머니는 그 다리를 어디다 숨기려는지 몸부림쳤다. 그러나 어머니의 다리는 요지부동이었다.
“군관 나으리, 우리 집엔 여자들만 산다니까요. 찾아보실 것도 없다니까요. 군관 나으리.”
그러나 절대절명의 위기가 어머니에게 육박해오고 있음을 난들 어쩌랴. 공포와 아직도 한 가닥 기대를 건 비굴이 어머니의 얼굴을 뒤죽박죽으로 일그러뜨리고 이마에선 구슬 같은 땀이 송글송글 솟아오르고 다리를 감싼 손과 앙상한 어깨는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가엾은 어머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차라리 죽게 하시지, 그 몹쓸 일을 두 번 겪게 하시다니…….
“어머니, 어머니 이러시지 말고 제발 정신 차리세요.”
나는 어머니의 어깨를 흔들면서 울부짖었다. 어머니는 어디서 그런 힘이 솟는지 나를 검부러기처럼 가볍게 털어내면서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안된다. 안돼. 이 노옴. 안돼. 너도 사람이냐? 이 노옴, 이 노옴.”
나는 벽까지 떠다밀린 채 와들와들 떨면서 점점 심해가는 어머니의 광란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의 몸에서 수술한 다리만 빼고는 온몸이 노한 파도처럼 출렁였다. 그래서 더욱 그 다리는 어머니의 몸이 아닌 이물질처럼 괴기스러워 보였다. 어머니의 그 다리와 아들과의 동일시가 나한테까지 옮아붙은 것처럼 나는 그 다리가 무서웠다.
“안된다 이 노옴”이라는 호통과 “군관 나으리, 군관 선생님, 군관 동무”라는 아부를 번갈아 하며 몸부림치는 서슬에 마침내 링거줄이 주사바늘에서 빠져 버렸다. 혈관에 꽂힌 채인 주사바늘을 통해 피가 역류해 환자복과 시트를 점점 물들였다. 피를 보자 어머니의 광란은 극에 달했다.
중략 줄거리: ‘나’는 겨우 어머니를 진정시킨다. 과거 6․25 전쟁에서 ‘나’의 오빠는 인민군 치하에서 어쩔 수 없이 의용군에 지원했다가 겨우 탈출하여 돌아온다.
그런데 오빠는 속속들이 망가져 있었다.
전세가 불리해져 피란을 갈 상황에 처한 가족은 예전에 살던 동네에 숨어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들어닥친 인민군 군관에게 발각된다.
다시 포성이 가까워지고 그들의 눈에 핏발이 서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앉으나서나 그들이 곱게 물러가기만을 축수했다.
“그저 내 자식 해코지만 마소서. 불쌍한 내 자식 해코지만 마소서.”
마침내 보위군관이 작별하러 왔다. 그의 작별방법은 특이했다.
“내가 동무들같이 간사한 무리들한테 끝까지 속을 것 같소. 지금이라도 바른 대로 대시오. 이래도 바른 소리를 못하겠소?”
그가 허리에 찬 권총을 빼 오빠에게 겨누며 말했다.
“안된다. 안돼. 이 노옴 너도 사람이냐? 이 노옴.”
어머니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그의 팔에 매달렸다. 오빠는 으, 으, 으, 으, 짐승 같은 소리로 신음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가 어머니를 획 뿌리쳤다.
“이래도 이래도 바른 말을 안할 테냐? 이래도.”
총성이 울렸다. 다리였다. 오빠는 으, 으, 으, 으, 같은 소리밖에 못 냈다.
“좋다. 이래도 바른 말을 안할 테냐? 이래도.”
또 총성이 울렸다. 같은 말과 총성이 서너 번이나 되풀이됐다. 잔혹하게도 그 당장 목숨이 끊어지지 않게 하체만 겨냥하고 쏴댔다.
오빠는 유혈이 낭자한 가운데 기절해 꼬꾸라지고 어머니도 그가 뿌리쳐 나동그라진 자리에서 처절한 외마디 소리만 지르다가 까무라쳤다.
“죽기 전에 바른말 할 기회를 주기 위해 당장 죽이진 않겠다.”
그후 군관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며칠만에 세상은 또 바뀌었다.
오빠의 총상은 다 치명상이 아니었는데도 며칠만에 운명했다. 출혈이 심한데다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 박완서, <엄마의 말뚝2> -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1
환각을 보는 ‘어머니’의 몸은 심하게 떨렸다.
2
주삿바늘이 빠져 피가 나면서 ‘어머니’의 이상 행동이 심해졌다.
3
‘보위군관’은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나’의 집을 찾아왔다.
4
‘오빠’는 총에 맞아 생긴 상처로 인해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해설

※ 법원행정처 확정정답이 복수정답(②③)으로 공개된 문항입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②③ 모두 정답 처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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