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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국회직 9급 국어] 23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12.∼문13.]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가]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나]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백석,「흰 바람벽이 있어」-

㉠∼㉦에 대한 감상으로 옳은 것은?
1
㉠은 현재의 공간, ㉥은 과거의 공간이다.
2
㉡,㉢은 화자의 쓸쓸함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3
㉢,㉦은미각적이미지를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그려낸다.
4
㉣은화자가원망하는대상이고, ㉤은 그리워하는 대상이다.
5
㉡,㉢,㉣,㉤은 모두 ㉠에 비친 그림자의 모습이다.
해설

옳은 감상은 ㉡,㉢이 화자의 쓸쓸함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의 ‘어두운 그림자’는 시각적으로, ㉢의 ‘달디단 따끈한 감주’는 미각·촉각적으로 표현되어, 지친 처지와 ‘외로운 생각’을 감각적 이미지로 보여 준다.

  • ㉠과 ㉥의 공간: ㉥은 ‘저녁을 먹는다’는 현재형으로 그려지는,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 사는 곳이므로 과거의 공간이 아니다.
  • ㉢과 ㉦의 미각적 이미지: ㉢은 ‘외로운 생각’이고 ㉦은 사랑하는 사람의 저녁 풍경이므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묶을 수 없다.
  • ㉣과 ㉤의 대상: 찬물에 손을 담근 어머니는 원망이 아니라 연민의 대상이다.
  • ㉠에 비친 그림자: ‘그림자’는 ㉡에만 나오며, ㉢은 생각이고 ㉣과 ㉤은 바람벽에 떠오르는 상상 속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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