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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법원직 9급 국어] 12년 1회차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문8~문9】
(가)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를 매우 흥미 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두루마기격으로 기모노를 둘렀고, 그 안에서 옥양목 저고리가 내어 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었다. (중략) 그 때, 나는 그의 얼굴이 웃기보다 찡기리기에 가장 적당한 얼굴임을 발견하였다. 군데군데 찍어진 겅성드뭇한 눈썹이 올올이 일어서며, 아래로 축 처지는 서슬에 양미간에는 여러가닥 주름이 잡히고, (중략) 삼십 세밖에 안 되어 보이는 그 얼굴이 삼년 가량은 늙어진 듯하였다. 나는 그 신산스러운 표정에 얼마쯤 감동이 되어서 그에게 대한 반감이 풀려지는 듯하였다. (중략)
“어데서 오시는 길입니까?”
“흥, 고향에서 오누마.”
하고 그는 휘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그의 신세타령이 풀려나왔다.
(나) 그의 고향은 대구에서 멀지 않은 K군 H란 외딴 동리였다. (중략) 넉넉지는 못할망정 평화로운 농촌으로 남부럽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뒤바뀌자 그 땅은 전부가 동양 척식 회사의 소유에 들어가고 말았다. (중략) 지금으로부터 구 년 전, 그가 열일곱 살 되던 해 봄에(그의 나이는 실상 스물여섯이었다. 가난과 고생이 얼마나 사람을 늙히는가.), 그의 집안은 살기 좋다는 바람에 서간도로 이사를 갔었다. 쫓겨가는 이의 운명이거든 어디를 간들 신신하랴. (중략) 남의 밑천을 얻어서 농사를 짓고 보니, 가을이 되어 얻는 것은 빈주먹뿐이었다. 이태 동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버티어 갈 제, 그의 아버지는 우연히 병을 얻어 타국의 외로운 혼이 되고 말았다.
(다) 그 후, 그는 부모 잃은 땅에 오래 머물기 싫었다. 신의주로, 안동현으로 품을 팔다가 일본으로 또 벌이를 찾아가게 되었다. 구주 탄광에 있어도 보고, 대판 철공장에도 몸을 담아 보았다. 벌이는 조금 나았으나 외롭고 젊은 몸은 자연히 방탕해졌다. 돈을 모으려야 모을 수 없고, 이따금 울화만 치받치기 때문에 한 곳에 주접을 하고 있을 수 없었다. 화도 나고 고국 산천이 그립기도 하여서 훌쩍 뛰어나왔다가 오래간만에 고향을 둘러보고 벌이를 구할 겸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라 한다.
(라) “그래, 이번 길에 고향 사람은 하나도 못 만났습니까?” (중략)
“나와 혼인말이 있던 여자구마.”
“하-.” 나는 놀란듯이 벌린 입이 닫혀지지 않았다. (중략)
“암만 사람이 변하기로 어째 그렇게도 변하는기요? 그 숱 많던 머리가 훌렁 다 벗어졌더마. 눈은 푹 들어가고, 그 이들이들하던 얼굴빛도 마치 유산을 끼얹은 듯하더마.”
“서로 붙잡고 많이 우셨겠지요?”
“눈물도 안 나오더마. 일본 우동집에 들어가서 둘이서 정종만 한 열 병 따라뉘고 헤어졌구마.” (중략)
“이야기를 다 하면 무얼 하는기요?” 하고 쓸쓸하게 입을 다문다. 나 또한 너무도 참혹한 사람살이를 듣기에 쓴물이 났다.
“자, 우리 술이나 마저 먹읍시다.” 하고 우리는 주거니 받거니 한 되 병을 다 말리고 말았다. 그는 취흥에 겨워서 우리가 어릴 때 멋모르고 부르던 노래를 읊조렸다.
[A] 볏섬이나 나는 전토는/ 신작로가 되고요-/ 말마디나 하는 친구는/ 감옥소로 가고요-
담뱃대나 떠는 노인은/ 공동묘지 가고요-/ 인물이나 좋은 계집은/ 유곽으로 가고요-
-현진건, 「고향」

위 글에서 [A]의 기능으로 가장 적절하지 못한 것은?
1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집약해서 드러내는 기능을 한다.
2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적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3
산업화로 인해 문명화된 고향을 형상화하는 기능을 한다.
4
작가가 당시 현실을 비관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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