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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법원직 9급 국어] 14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문9∼문13】
(가) 그래 내 어저께 싸운 것이지 결코 장인님이 밉다든가 해서가 아니다.
모를 붓다가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까 또 승겁다. 이 벼가 자라서 점순이가 먹고 좀 큰다면 모르지만, 그렇지도 못한 걸 내 심어서 뭘 하는 거냐. 해마다 앞으로 축 거불지는 장인님의 아랫배(가 너머 먹은 걸 모르고 내병이라나, 그 배)를 불리기 위하야 심으곤 조곰도 싶지 않다.
“아이구, 배야!”
난 몰 붓다 말고 배를 씨다듬으면서 그대루 논둑으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겨드랑에 꼈든 벼 담긴 키를 그냥 땅바닥에 털썩 떨어치며 나도 털썩 주저앉었다. 일이 암만 바뻐도 나 배 아프면 고만이니까. 아픈 사람이 누가 일을 하느냐. 파릇파릇 돋아 오른 풀 한 숲을 뜯어 들고 다리의 거머리를 쓱쓱 문태며 장인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논 가운데서 장인님이 이상한 눈을 해 가지고 한참 날 노려보드니
“너, 이 자식, 왜 또 이래, 응?”
“배가 좀 아파서유!”
하고 풀 우에 슬며시 쓰러지니까 장인님은 약이 올랐다. 저도 논에서 철벙철벙 둑으로 올라오드니 잡은 참 내 멱살을 웅켜잡고 뺨을 치는 것이 아닌가…….
<중략>
“난 갈 테야유. 그동안 사경 쳐 내슈, 뭐.”
“너, 사위로 왔지 어디 머슴 살러 왔니?”
“그러면 얼찐 성롈 해 줘야 안 하지유. 밤낮 부려만 먹구 해 준다, 해 준다…….”
“글쎄, 내가 안 하는 거냐, 그년이 안 크니까…….”
하고 어름어름 담배만 담으면서 늘 하는 소리를 또 늘어놓는다.
이렇게 따져 나가면 언제든지 늘 나만 밑지고 만다. 이번엔 안 된다 하고 대뜸 구장님한테로 단판 가자고 소맷자락을 내끌었다.
“아, 이 자식이 왜 이래, 어른을.”
(나) 그 전날, 왜 내가 새고개 맞은 봉우리 화전밭을 혼자 갈고 있지 않었느냐. 밭 가생이로 돌 적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 머리 우에서 벌들은 가끔 ‘붕, 붕.’ 소리를 친다. 바위 틈에서 샘물 소리밖에 안 들리는 산골짜기니까 맑은 하눌의 봄볕은 이불 속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 나는 몸이 나른하고 몸살(을 아즉 모르지만 병)이 날랴구 그러는지 가슴이 울렁울렁하고 이랬다.
<중략>
그러나 이 날은 웬일인지 성한 밥째루 밭머리에 곱게 나려놓았다. 그리고 또 ㉠내외를 해야 하니까 저만큼 떨어져 이쪽으로 등을 향하고 옹크리고 앉어서 그릇 나기를 기다린다.
내가 다 먹고 물러섰을 때, 그릇을 와서 챙기는데 난 깜짝 놀라지 않었느냐. 고개를 푹 숙이고 밥함지에 그릇을 포개면서 날더러 들으래는지 혹은 제 소린지
“밤낮 일만 하다 말 텐가!”
하고 혼자서 쫑알거린다.
㉡고대 잘 내외하다가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난 정신이 얼떨떨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무슨 좋은 수나 있는가 싶어서 나도 공중을 대고 혼잣말로,
“그럼 어떻게?”
하니까,
“성예시켜 달라지 뭘 어떻게.”
하고 ㉢되알지게 쏘아붙이고 얼굴이 발개져서 산으로 그저 도망질을 친다.
(다) 구장님도 내 이야기를 자세히 듣드니 퍽 딱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구장님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다 그럴 게다. 길게 길러 둔 새끼손톱으로 코를 후벼서 저리 탁 튀기며
“그럼 봉필 씨! 얼른 성옐 시켜 주구려, 그렇게까지 제가 하구 싶다는 걸…….”
하고 내 짐작대루 말했다. 그러나 이 말에 장인님이 삿대질로 눈을 부라리고
“아, 성례구 뭐구 기집애년이 미처 자라야 할 게 아닌가?”
하니까 고만 멀쑤룩해서 입맛만 쩍쩍 다실 뿐이 아닌가…….
“그것두 그래!”
“그래, 거진 사 년 동안에도 안 자랐다니 그 킨 은제 자라지유? 다 그만두구 사경 내슈…….”
“글쎄, 이 자식아! 내가 크질 말라구 그랬니, 왜 날 보구 떼냐?”
“빙모님은 참새만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앨 낳지유?(사실 장모님은 점순이보다도 귓배기 하나가 적다.)”
<중략>
그러나 이 말에는 별반 신통한 ㉣귀정을 얻지 못하고 도루 논으로 돌아와서 모를 부었다. 왜냐면, 장인님이 뭐라구 귓속말로 수군수군하고 간 뒤다. 구장님이 날 위해서 조용히 데리구 아래와 같이 일러 주었기 때문이다. (뭉태의 말은 구장님이 장인님에게 땅 두 마지기 얻어 부치니까 그래 꾀였다구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않는다.)
(라) 이렇게 말하자면 결국 어젯밤 뭉태네 집에 ㉤마슬 간 것이 썩 나뻤다. 낮에 구장님 앞에서 장인님과 내가 싸운 것을 어떻게 알었는지 대구 빈정거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 맞구두 그걸 가만둬?”
“그럼 어떻거니?”
“임마, 봉필일 모판에다 거꾸루 박아 놓지 뭘 어떡해?”
하고 괜히 내 대신 화를 내 가지고 주먹질을 하다 등잔까지 쳤다. 놈이 본시 괄괄은 하지만 그래 놓고 날더러 석유값을 물라구 막 ㉥찌다우를 붙는다. 난 어안이 벙벙해서 잠자코 앉었으니까 저만 연신 지꺼리는 소리가
“밤낮 일만 해 주구 있을 테냐?”
“영득이는 일 년을 살구두 장갈 들었는데 넌 사 년이나 살구두 더 살아야 해?”
“네가 세 번째 사윈 줄이나 아니, 세 번째 사위.”
“남의 일이라두 분하다, 이 자식아. 우물에 가 빠져 죽어.”
나종에는 겨우 손톱으로 목을 따라구까지 하고, 제 아들같이 함부루 ㉦훅닥이었다.
(마) 실토이지 나는 점순이가 아츰상을 가지고 나올 때까지는 오늘은 또 얼마나 밥을 담었나 하고 이것만 생각했다. 상에는 된장찌개하고 간장 한 종지, 조밥 한 그릇, 그리고 밥보다 더 수부룩하게 담은 산나물이 한 대접, 이렇다. 나물은 점순이가 틈틈이 해오니까 두 대접이고 네 대접이고 멋대루 먹어도 좋나, 밥은 장인님이 한 사발 외엔 더 주지 말라고 해서 안 된다. 그런데 점순이가 그 상을 내 앞에 나려놓며 제 말로 지껄이는 소리가
“구장님한테 갔다 그냥 온담 그래!”
하고 엊그제 산에서와 같이 ㉧되우 쫑알거린다. 딴은 내가 더 단단히 덤비지 않고 만 것이 좀 어리석었다, 속으로 그랬다. 나도 저쪽 벽을 향하야 외면하면서 내 말로
“안 된다는 걸 그럼 어떻건담!”
하니까,
“쇰을 잡아채지 그냥 둬, 이 바보야!”
하고 또 얼굴이 빨개지면서 성을 내며 안으로 샐죽하니 튀들어 가지 않느냐. 이때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게 망정이지 보았다면 내 얼굴이 에미 잃은 황새새끼처럼 가여웁다 했을 것이다.
(바) 내가 머리가 터지도록 매를 얻어맞은 것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가 또한 우리 장인님이 유달리 착한 곳이다. 여느 사람이면 사경을 주어서라도 당장 내쫓았지, 터진 머리를 불솜으로 손수 지져 주고, 호주머니에 히연 한 봉을 넣어 주고, 그리고
“올 갈엔 꼭 성례를 시켜 주마. 암말 말구 가서 뒷골의 콩밭이나 얼른 갈아라.”
하고 등을 뚜덕여 줄 사람이 누구냐.
나는 장인님이 너무나 고마워서 어느덧 눈물까지 났다. 점순이를 남기고 인젠 내쫓기려니 하다 뜻밖의 말을 듣고,
“빙장님! 인제 다시는 안 그러겠어유…….”
이렇게 맹서를 하며 ㉨불랴살야 지게를 지고 일터로 갔다.
(사) “아! 아! 이놈아! 놔라, 놔, 놔…….”
장인님은 헷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질렀다. 놓긴 왜, 이왕이면 호되게 혼을 내 주리라 생각하고 짓궂이 더 댕겼다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져서 눈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다.
“할아버지! 놔라, 놔, 놔, 놔놔.”
그래도 안 되니까,
“얘, 점순아! 점순아!”
이 악장에 안에 있었든 장모님과 점순이가 헐레벌떡하고 단숨에 뛰어나왔다. 나의 생각에 장모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순이는 내 편을 들어서 속으로 고수해서 하겠지…….
대체 이게 웬 속인지(지금까지도 난 영문을 모른다.) 아버질 혼내 주기는 제가 내래 놓고 이제 와서는 달겨들며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내 귀를 뒤로 잡어댕기며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었다. 장모님도 덤벼들어 한쪽 귀마저 뒤로 잡아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
이렇게 꼼짝도 못 하게 해 놓고 장인님은 지게막대기를 들어서 사뭇 나려조겼다. 그러나 나는 구태여 피할랴지도 않고 암만해도 그 속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 들여다보았다.
“이 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김유정, 「봄․봄」(1935)>
위 글을 읽고 파악한 등장인물들의 성격으로 가장 옳지 않은 것은?
1
‘나’는 어수룩하고 순박함
2
‘장인’은 교활하고 욕심이 많음
3
‘점순’은 당돌하고 야무진 성격임
4
‘뭉태’는 사리를 밝힐 줄 알고, 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함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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