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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법원직 9급 국어] 16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문22∼문24]
(가) 바비도는 1410년 이단으로 지목되어 분형(焚刑)을 받은 재봉직공이다.
당시의 왕은 헨리 4세, 후일의 헨리 5세다.
일찍이 위대하던 것들은 이제 부패하였다.

사제는 토끼 사냥에 바쁘고 사교는 회개와 순례를 팔아 별장을 샀다.
살찐 수도사들은 외면하고 위클리프의 영역(英譯) 복음서를 몰래 읽는 백성들은 성서의 진리를 성직자의 독점에서 뺏고 독단과 위선의 껍데기를 벗기니 교회의 종소리는 헛되이 울리고 김빠진 찬송가는 먼지 낀 공기의 진동에 불과하였다. 불신과 냉소의 집중공격으로 송두리째 뒤흔들리는 교회를 지킬 유일한 방패는 이단분형령(異端焚刑令)과 스미스필드의 사형장뿐이었다.
(나) 영역 복음서 비밀독회에서 돌아온 재봉직공 바비도는 일하던 손을 멈추고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희미한 등불은 연신 깜박인다. 가끔 무서운 소름이 온몸을 스쳐 지나갔다. 생각하면 할수록 못된 세상에 태어난 것만 같다. 순회재판소는 교구마다 돌아다니면서 차례차례로 이단을 숙청하고 있다. 내일은 이 교구가 걸려들 판이다. 성경만이 진리요, 그 밖의 모든 것은 성직자들의 허구라고 열변을 토하던 경애하는 지도자들도 대개 재판정에서는 영역을 읽는 것이 잘못이요, 성찬의 빵과 포도주는 틀림없이 그리스도의 살과 피라고 시인하고 전비(前非)를 눈물로써 회개하였다. 자기와 나란히 앉아 같은 지도자의 혁신적 성서 강의를 듣고, 그 정당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목숨으로써 지키기를 맹세하던 같은 재봉직공이나 가죽직공들도 모두 맹세를 깨뜨리고 회개함으로써 목숨을 구하였다. 온 영국을 휩쓸고 있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 구차한 생명들이 풀잎같이 떨고 있다. 권력을 쥔 자들은 권력 보지(保持)에 양심과 양식이 마비되어 이 폭풍에 장단을 맞추고, 힘없는 백성들은 생명의 보전이라는 동물의 본능에 다른 것을 돌아볼 여지가 없다.
(다) 바비도는 울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위로 로마 교황부터 아래는 사제에 이르기까지 거창한 조직체가 자기를 억누르고 목을 졸라매는 위압을 느꼈다. 전체 로마 교회와 일개 재봉직공과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대조였다. 선택의 자유는 있을 수 없었다. 죽음이냐, 굴복이냐 두 갈래 길밖에는 없다. 죽음! ……소름이 끼친다. 등불에 비친 손을 어루만지고, 다시 손으로 얼굴을 만져 보았다. 이 손, 이 얼굴이 타서 재가 되어 버린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내 자체가 없어진다!
아무것도 없이, 생각이라는 것도 없어진다!
그는 공포에 떨었다.
그래도 사람이라는 것이 자기의 똑바른 마음을 속이지 않을 권리가 이 천하의 어느 한구석에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자체가 현실에서는 망상이다. 이런 조건하에서도 흑백을 똑바로 말해야 하느냐? 그럼으로써 재가 되고, 영원한 시간의 흐름의 이 일점에 단 한 번 존재하는 이 주체가 없어져야만 하느냐?’
전신의 힘이 일시에 풀렸다.
‘나같이 천한 놈이 양심을 안 속였다고 별수 있을 것도 아닌데…… 되는대로 대답하고 목숨을 구하는 것이 상책이 아닐까?’

이렇게 변명하면 할수록 마음속은 더욱 더 께름칙하고 가슴이 답답하였다. 맥이 풀린 손에서는 일감이 저절로 떨어졌다.
(라) 뒷짐을 묶인 바비도는 종교재판정에 나타났다.
검은 옷을 입은 사교는 가슴에 십자를 그리고 엄숙하게 개정을 선언하였다.
"네가 재봉직공 바비도냐?" / "그렇습니다."
"밤이면 몰래 모여들어서 영역(英譯) 복음서를 읽었다지?"
"그렇습니다." /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느냐."
"옳다고도 그르다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옳으면 옳구 그르면 그르지 그런 법이 어딨단 말이냐? 똑바루 말해."
"전에는 옳다구 생각했습니다."
"그럼 그렇지, 지금은 그르다구 생각한다는 말이지?"
"그렇지 않습니다."
사교는 상을 찌푸렸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단 말이냐?"
"다 흥미가 없어졌다는 말입니다."
"흥미가 없어지다니, 신성한 교회에 흥미가 없단 말 이냐?"
"교회뿐만 아니라 온 인간세상, 나 자신에 대해서까지 흥미가 없어졌습니다."
"오오 이 무슨 독신인고!"
사교는 눈을 감고 외쳤다.
"내가 이렇게 재판을 연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너를 구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이 간절한 심정을 살펴서 회개하고 바른대로 대답해라."
"그렇게 간절하걸랑 아뭏지도 않은 사람을 구한다고 수다를 떨지 말고 내버려두시죠."
사교는 온 낯이 새빨개지면서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아뭏지도 않다니?"
"보시는 바와 같이 말짱한 사람을 미치광이 취급을 해서 구하느니 마느니 들볶는 그 심보가 틀렸다는 말입니다."
이런 일에 능란한 사교는 성난 얼굴에서 곧 미소로 변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기 시작하였다.
"처음부터 묻기루 하자, 무슨 마귀의 장난으로 영어 복음서를 읽구 듣구 했지?"
"마귀의 장난이라뇨? 천만에. 우리말루 읽는 것이 왜 그렇게까지 옳지 못하다는 말입니까?"
"교회에서 금하니까 옳지 못허지."
"교회에서 하는 일은 무어든지 다 옳습니까?"
"암 그렇구말구, 교회는 성 페테로(베드로)에서 시작되고 페테로는 직접 그리스도의 위임을 맡으셨으니까."
"그러니까 무조건 옳단 말씀이죠?"
"그렇지, 교회의 명령은 교황의 명령이요, 교황의 명령은 성 페테로의 명령, 성 페테로의 명령은 그리스도의 명령이시니까."

"사실 당신과 이러니저러니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마는 기왕 말이 났으니 한 가지 더 묻지요, 간통죄를 용서하고 대신 돈 받는 것도 그리스도의 명령인가요?"
"독신두 유분수지 그런 법이 어딨단 말이냐!"
사교는 흥분한 나머지 주먹으로 책상을 쳤다.
"허어, 저의 옆엣집 프란시스코의 처가 당장 당신한테서 지난봄에 그런 판결을 받지 않았습니까?"
사교는 안색이 홱 변했다.
"암, 더 고칠 수 없는 마귀에 걸려들었구나."
- 김성한, ‘바비도’ -

(라)에서 ‘사교’의 말하기 방식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
상대의 의견을 일부 인정하며 타협점을 찾는다.
2
상대 근거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질문을 던진다.
3
권위에 기대어 자신의 주장이 정당함을 밝힌다.
4
상대방의 처지에 공감하며 감정적으로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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