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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법원직 9급 국어] 18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문1∼문4]
[앞부분의 줄거리] 오 일병과 ‘나’는 기동 훈련에 대비하여 참호를 파다가 철사에 감긴 사람의 유골을 발견하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인근 마을에 사는 한 노인을 모셔 온다. 그와 함께 유골을 수습하여 간단하게 장례를 지낸 뒤 노인을 배웅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는 공산주의 활동을 하다가 전쟁 중에 종적을 감춘 아버지와 관련된 과거를 떠올린다.
첫 휴가를 받아 집에 도착한 다음 날이었다. 밤새 완행열차를 타고 내려와 집에 닿자마자 쓰러지듯 잠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눈을 비비며 일어났던 나는 ㉠그득한 밥상을 보고 놀랐다. 아이들처럼 연신 수줍은 웃음을 흘리며 어머니는 나를 쳐다보았다.
참, 이상도 하지. 네가 온다는 말에만 정신이 팔려 깜박 잊고 있었는데, 글쎄 오늘이 그 양반 생일이로구나.
누구 말예요?
느그 아버지 말이다.
얼결에 그렇게 말해 놓고, 그제서야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황히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도대체 지금 정신이 있으세요, 어머니. 그 얘긴 다시 꺼내지 말라고 그랬잖아요. 아버진 진즉 죽은 사람이에요. 아니, 설사 살아있더라도 우리한테는 그게 백번 나아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 거냐. 얘야. 아직 살아 계실지 누가 안다고 그래.
죽었어요. 그런 줄만 아시라니까요!
그래도……살아 있기만 하믄야 언제고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디…….
나는 기어코 폭발하고야 말았다.
어떻게요? 이제 와서 대체 어떻게, 어떤 꼬락서니를 하고 서로 만난다는 말입니까, 네?
입에 씹히는 대로 나는 내뱉고 있었다. 숟가락을 쥔 손이 벌벌 떨릴 지경이었다.
아, 아니다. 내가 잘못했다. 빌어묵을 놈의 이, 이……주둥아리가 방정이지 뭐이다냐.
어머니는 훌쩍 등을 돌리고 앉았다. 그리고 주섬주섬 저고리섶을 끌어 올리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울고 있었다. 외아들 앞에선 좀체 눈물을 비치지 않던 그녀였다. 아무리 앓아누웠을 때라도 입을 앙다물고 애써 태연해 보이던 그녀가 쭐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아,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가 그토록 오랫동안 누군가를 기다려왔음을. 내 유년 시절의 퇴락한 고가의 마루 밑 그 깜깜한 어둠 속에서 음습하고 불길한 냄새와 함께 나를 쏘아보고 있던 한 사내의 눈빛을, 그리고 청년이 된 지금까지도 가슴을 새까맣게 그을려 놓으며 깊숙한 상흔으로만 찍혀 있을 뿐인 그 증오스런 사내의 이름을, 어머니는 스물다섯 해가 넘도록 혼자서 몰래 불씨처럼 가슴속에 키워 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한테 그 사내는 다른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만 곱고 자상한 눈매로서만, 나직한 음성으로서만 늘 곁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울고 있는 건 그 미련스럽도록 끈질긴 기다림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아니, 사실상 어머니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녀의 기다림이 얼마나 까마득하게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으로 자꾸만 자꾸만 밀려 나가고 있는 것인가를 말이다. 스물다섯 해의 세월이, ⓐ스스로 묶어 놓은 그 완고한 기만이 목에 잠기어, 흐느낌도 없이 지금 어머니는 울고 있는 것이었다. 밥상을 받아 놓은 채 나는 고개를 처박고 앉아 있었다. 눈앞에는 우리 가족의 그 오랜 어둠과 같은 미역 가닥이 국그릇 속에서 멀겋게 식어 가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노인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새 수북이 쌓인 눈을 밟으며 나는 오던 길을 천천히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어깨에 멘 소총이 수통과 부딪치며 쩔렁쩔렁 소리를 냈다. 나는 어깨로부터 전해 오는 그 ㉡섬뜩한 쇠붙이의 촉감과 확실한 중량을 새삼스레 확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항상 누구인가를 겨누고 열려 있는 총구의 속성을, 그 냉혹함을, 또한 그 조그맣고 둥근 구멍 속에서 완강하게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소름 끼치는 그 어둠의 깊이를 생각했다.
까우욱. 까우욱.
어느 틈에 날아왔는지 길 옆 밭고랑마다 수많은 까마귀들이 구물거리고 있었다. 온 세상 가득히 내려 쌓이는 풍성한 눈발 속에 저희들끼리만 모여서 새까맣게 구물거리며 놈들은 그 음산함과 불길함을 역병처럼 퍼뜨리고 있는 것이었다. 얼핏, 쏟아지는 그 눈발 속에서 나는 얼어붙은 땅 밑에 새우등으로 웅크리고 누운 누군가의 몸 뒤척이는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였다. 손발이 묶인 아버지가 이따금 돌아누우며 낮은 신음을 토해 내고 있었다. 나는 황량한 들판 가운데에 서서 그 ㉢몸집이 크고 불길한 새들의 펄렁거리는 날갯짓과 구물거리는 모습을 오래오래 지켜보았다.
머리 위로 눈은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함박눈이었다. ㉣굵고 탐스러운 눈송이들은 세상을 가득 채워 버리려는 듯이 밭고랑을 지우고, 밭둑을 지우고, 그 위에 선 내 발목을 지우고, 구물거리는 검은 새 떼를 지우고, 이윽고는 들판과 또 마주 바라뵈는 거대한 산의 몸뚱이마저도 하얗게 하얗게 지워 가고 있었다. 그것은 어머니가 새벽마다 샘물을 길어 와 소반 위에 떠서 올려놓곤 하던 바로 그 사기대접의 눈부시도록 하얀 빛깔이었다.
- 임철우, ‘아버지의 땅’ -
‘나’의 입장에서 ⓐ의 의미를 가장 잘 이해한 것은?
1
아버지가 돌아올 수 없는 현실과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심정 사이의 괴리
2
아버지가 돌아올 수 없는 절망적 현실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어머니의 체념
3
아버지의 부재라는 현실을 바꾸고 싶어 했지만 한계를 느껴 포기한 어머니의 아픔
4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절망감을 아들에 대한 희망으로 바꾼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력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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