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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법원직 9급 국어] 19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문6∼문9]
(가)
사내는 고개를 떨구고 한참 동안 무언지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안이 손가락으로 내 무릎을 찌르며 우리는 꺼지는 게 어떻겠느냐는 눈짓을 보냈다. 나 역시 동감이었지만 그때 그 사내가 다시 고개를 들고 말을 계속했기 때문에 우리는 눌러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내와는 재작년에 결혼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친정이 대구 근처에 있다는 얘기만 했지 한 번도 친정과는 내왕이 없었습니다. ⓐ난 처갓집이 어딘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었어요.”
그는 다시 고개를 떨구고 입을 우물거렸다.
ⓑ“뭘 할 수 없었다는 말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는 내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그러나 한참 후에 다시 고개를 들고 마치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난 서적 외판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돈 사천 원을 주더군요. 난 두 분을 만나기 얼마 전까지도 세브란스 병원 울타리 곁에 서 있었습니다. 아내가 누워 있을 시체실이 있는 건물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만 어딘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울타리 곁에 앉아서 병원의 큰 굴뚝에서 나오는 희끄무레한 연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어떻게 될까요? 학생들이 해부 실습하느라고 톱으로 머리를 가르고 칼로 배를 째고 한다는데 정말 그러겠지요?”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환이 다쿠앙과 양파가 담긴 접시를 갖다 놓고 나갔다.
(나)
“기분 나쁜 얘길 해서 미안합니다. 다만 누구에게라도 얘기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한 가지만 의논해 보고 싶은데,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오늘 저녁에 다 써버리고 싶은데요.”
“쓰십시오.” 안이 얼른 대답했다.
“이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 주시겠어요?”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함께 있어 주십시오.”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승낙했다.
“멋있게 한번 써 봅시다.”라고 사내는 우리와 만난 후 처음으로 웃으면서, ⓕ그러나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다)
아무데도 갈 데가 없었다. 방금 우리가 나온 중국집 곁에 양품점의 쇼윈도가 있었다. 사내가 그쪽을 가리키며 우리를 끌어 당겼다. 우리는 양품점 안으로 들어갔다.
“넥타이를 하나 골라 가져. 내 아내가 사주는 거야.” 사내가 호통을 쳤다. 우리는 알록달록한 넥타이를 하나씩 들었고, 돈은 육백 원이 없어져 버렸다. 우리는 양품점에서 나왔다. “어디로 갈까?”라고 사내가 말했다. 갈 데는 계속해서 없었다.
(라)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화재가 난 곳에 도착했다. 삼십 원이 없어졌다. 화재가 난 곳은 아래층인 페인트 상점이었는데 지금은 미용 학원 이층에서 불길이 창으로부터 뿜어 나오고 있었다. 경찰들의 호각 소리, 소방차들의 사이렌 소리, 불길 속에서 나는 탁탁 소리, 물줄기가 건물의 벽에 부딪쳐서 나는 소리. 그러나 사람들의 소리는 아무것도 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불빛에 비쳐 무안당한 사람들처럼 붉은 얼굴로 정물처럼 서 있었다.
우리는 발밑에 굴러 있는 페인트 통을 하나씩 궁둥이 밑에 깔고 웅크리고 앉아서 불구경을 했다. 나는 불이 좀더 오래 타기를 바랐다. 미용 학원이라는 간판에 불이 붙고 있었다. ‘원’자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김 형, 우리 얘기나 합시다.”하고 안이 말했다. “화재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일 아침 신문에서 볼 것을 오늘 밤에 미리 봤다는 차이밖에 없습니다. 저 화재는 김 형의 것도 아니고 내 것도 아니고 이 아저씨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난 화재엔 흥미가 없습니다. 김 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승옥,「서울, 1964년 겨울」-
<보기>에서 ㉠∼㉤의 상황을 바르게 이해한 것으로 묶은 것은?<보 기>
ㄱ. 사내가 ⓒ를 한 이유는 ⓐ 때문이다.
ㄴ. 나는 ⓒ의 상황을 알지 못해 ⓑ로 되묻고 있다.
ㄷ. 사내는 ⓒ의 결과로 ⓓ를 갖게 되었다.
ㄹ. 사내의 ⓓ는 ⓔ를 요청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ㅁ. 사내가 ⓕ처럼 반응한 것은 ⓔ가 좌절되었기 때문이다.
1
ㄱ,ㄴ,ㅁ
2
ㄱ,ㄷ,ㄹ
3
ㄱ,ㄴ,ㄷ,ㄹ
4
ㄱ,ㄴ,ㄷ,ㄹ,ㅁ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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