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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법원직 9급 국어] 20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문6∼문7]
(가)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 쓸쓸한 낯이 녯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늬 산(山)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女人)은 나 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섭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山)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山)절의 마당귀에 여인(女人)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백석, ‘여승(女僧)’ -
(나)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 갓 태어난 새끼들 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봅니다.
종암동 버스 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 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 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 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 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 때 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집 한 채 짓는 대신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도 흙바람이 몰려오나 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 못 하나, 그 위의 잠
- 나희덕, ‘못 위의 잠’ -
(다)
어머님,
제 예닐곱 살 적 겨울은 / 목조 적산 가옥 이층 다다미 방의
벌거숭이 유리창 깨질 듯 울어 대던 외풍 탓으로
한없이 추웠지요, 밤마다 나는 벌벌 떨면서
아버지 가랭이 사이로 시린 발을 밀어 넣고
그 가슴팍에 벌레처럼 파고들어 얼굴을 묻은 채
겨우 잠이 들곤 했었지요.
요즈음도 추운 밤이면
곁에서 잠든 아이들 이불깃을 덮어 주며
늘 그런 추억으로 마음이 아프고,
나를 품어 주던 그 가슴이 이제는 한 줌 뼛가루로 삭아
붉은 흙에 자취 없이 뒤섞여 있음을 생각하면
옛날처럼 나는 다시 아버지 곁에 눕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머님,
오늘은 영하(零下)의 한강교를 지나면서 문득
나를 품에 안고 추위를 막아 주던
예닐곱 살 적 그 겨울밤의 아버지가
이승의 물로 화신(化身)해 있음을 보았습니다.
품 안에 부드럽고 여린 물살은 무사히 흘러
바다로 가라고,
꽝 꽝 얼어붙은 잔등으로 혹한을 막으며
하얗게 얼음으로 엎드려 있던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 이수익, ‘결빙(結氷)의 아버지’ -

(가)∼(다)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옳지 않은 것은?
1
(가)는 사람이, (다)는 사물이 시상을 유발한다.
2
(가)는 비유적인 표현을 통하여 화자의 정서를 형상화하고 있다.
3
(가)와 (다)에는 모두 시적 대상에 대한 화자의 그리움이 잘 드러나 있다.
4
(나)와 (다)는 모두 화자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시상이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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