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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법원직 9급 국어] 21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문21∼문23]
[중중모리]
흥보 마누라 나온다. 흥보 마누라 나온다. “아이고 여보 영감. 영감 오신 줄 내 몰랐소. 어디 돈, 어디 돈허고 돈 봅시다, 돈 봐.” “놓아두어라 이 사람아. 이 돈 근본(根本)을 자네 아나. 못난 사람도 잘난 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느냐. 얼씨구나 돈 봐. 어 어 어 얼씨구 얼씨구 돈 봐.”
[아니리]
이 돈을 가지고 쌀팔고 고기 사고 고기 죽을 누그름하게 열한 통이 되게 쑤어 가지고 각기 한 통씩 먹여 놓으니, 모두 식곤증이 나서 앉은 자리에서 고자빠기잠*을 자는데, 죽 국물이 코끝에서 쇠죽 후주국 내리듯 댕강댕강 떨어지것다. 흥보 마누라가 하는 말이, “여보 영감 그런디 이 돈이 무슨 돈이오? 어떻게 해서 생겨난 돈인지 좀 압시다.” “이 돈이 다른 돈이 아닐세. 우리 고을 좌수가 병영 영문에 잡혔는데 대신 가서 곤장 열대만 맞으면 한 대에 석 냥씩 서른 냥을 준다기에 대신 가기로 하고 삯으로 받아 온 돈이제.” 흥보 마누라 깜짝 놀라며, “소중한 가장 매품 팔아 먹고산단 말은 고금천지에 어디서 보았소.”
[진양]
“가지 마오 가지 마오, 불쌍한 영감, 가지를 마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는 법이니, 설마한들 죽사리까. 병영 영문 곤장 한 대를 맞고 보면 죽도록 골병 된답디다. 여보 영감 불쌍한 우리 영감, 가지를 마오.”
[아니리]
흥보 아들놈들이 저의 어머니 울음소리를 듣고 물소리 들은 거위 모양으로 고개를 들고, “아버지 병영 가시오?” “오냐 병영 간다.” “갔다 올 제 떡 한 보따리 사 가지고 오시오.”
[중모리]
아침밥을 끓여 먹고 병영 길을 나려간다. 허유허유 나려를 가며 신세자탄(身世自嘆) 울음을 운다. “어떤 사람 팔자 좋아 화려한 집 짓고 잘사는데 내 팔자는 왜 그런고.” 병영골을 당도하여 치어다보니 대장기요, 나려 굽어보니 숙정패로구나. 깊은 산속에 있는 사나운 범의 용맹 같은 용(勇) 자 붙인 군로사령들이 이리 가고 저리 간다. 그때 박흥보는 숫한 사람이라 벌벌 떨며 들어간다.
[아니리]
방울이 떨렁, 사령 “예이.” 야단났지. 흥보가 삼문 간에 들어서 가만히 굽어보니 죄인이 볼기를 맞거늘, 흥보 마음에는 그 사람들도 돈 벌러 온 줄 알고, ‘저 사람들은 먼저 와서 돈 수백 냥 번다. 나도 볼기 좀 까고 업저 볼까.’ 볼기를 까고 삼문 간에 가 엎드렸을 제 사령 한 쌍이 나오더니, “병영 생긴 후 볼기전 보는 놈이 생겼구나.”사령 중에 뜻밖에 흥보 씨 아는 사령이 있던가,“아니 박 생원 아니시오?” “알아맞혔구만그려.”

“당신 곯았소.” “곯다니 계란이 곯지, 사람이 곯나. 그게 어떤 말인가?” “박생원 대신이라 하고 어떤 사람이 와서 곤장 열 대 맞고 돈 서른 냥 받아 가지고 벌써 떠나갔소.” 흥보가 기가 막혀, “그놈이 어떻게 생겼던가?” “키가 구 척이요 방울눈에 기운 좋습디다.” 흥보가 말을 듣더니, “허허 그전 밤에 우리 마누라가 밤새도록 울더니마는 옆집 꾀수 애비란 놈이 알고 발등걸이*를 허였구나.”
[중모리]
“번수네들 그러한가. 나는 가네. 지키기나 잘들 하소. 매품 팔러 왔는데도 손재(損財)가 붙어 이 지경이 웬일이냐. 우리 집을 돌아가면 밥 달라고 우는 자식은 떡 사 주마고 달래고, 떡 사 달라 우는 자식 엿 사 주마고 달랬는데, 돈이 있어야 말을 허지.” 그렁저렁 울며불며 돌아온다. 그때에 흥보 마누라는 영감이 떠난 그날부터 후원에 단(壇)을 세우고 정화수를 바치고, 병영 가신 우리 영감 매 한 대도 맞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시라고 밤낮 기도하면서, “병영 가신 우리 영감 하마 오실 제 되었는데 어찌하여 못 오신가. 병영 영문 곤장을 맞고 허약한 체질 주린 몸에 병이 나서 못 오신가. 길에 오다 누웠는가.”
[A]

[아니리]
문밖에를 가만히 내다보니 자기 영감이 분명하것다. 눈물 씻고 바라보니 흥보가 들어오거늘, “여보영감 매 맞았소? 매 맞았거든 어디 곤장 맞은 자리 상처나 좀 봅시다.” “놔둬. 상처고 여편네 죽은 것이고, 요망스럽게 여편네가 밤새도록 울더니 돈 한 푼 못 벌고 매 한 대를 맞았으면 인사불성 쇠아들이다.” 흥보 마누라 좋아라고,
- 작자 미상, 「흥보가(興甫歌)」
*고자빠기잠:나무를 베어 낸 뒤에 남은 밑동처럼 꼿꼿이 앉아서 자는 잠
*발등걸이:남이 하려는 일을 앞질러 하는 행위

[A]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1
흥보는 매품팔기에 실패하자 사령을 원망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2
흥보는 다른 인물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게 되었다.
3
흥보가 처한 비극적 상황을 해학적으로 표현하여 독자의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4
흥보의 매품팔기가 실패하는 것을 통해 당시 서민들의 삶이 몹시 힘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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