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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법원직 9급 국어] 24년 1회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22~25]
해설자, 촌장이 되어 등장. 검은 옷차림. 이해심이 많아 보이는 얼굴과 정중한 태도.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한다.
촌장 수고하시는군요, 파수꾼님.
나 아, 촌장님. 여긴 웬일이십니까?
촌장 추억을 더듬으러 왔습니다. 이 황야는 내가 어린 시절 야생 딸기를 따러 오곤 했던 곳이지요. 그땐 이리가 무섭지도 않았나 봐요. 여기저기 덫이 깔려 있고 망루 위의 파수꾼이 외치는데도 어린 난 딸기 따기에만 열중했었으니까요. 그 즐거웠던 옛 추억, 오늘 아침 나는 그 추억을 상기시켜 주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래 이곳엘 찾아온 겁니다.
나 잘 오셨습니다, 촌장님.
촌장 오래 뵙지 못했더니 그동안 흰머리가 더 많아지셨군요.
나 촌장님도요, 더 늙으셨어요.
촌장 오다 보니까 저쪽 덫에 이리가 치어 있었습니다.
나 이리요? 어느 쪽이죠?
촌장 저쪽요, 저쪽. 찔레 덩굴 밑이던가요…….
나 드디어 붙잡는군요!
파수꾼 나 퇴장. 촌장은 편지를 꺼내 다에게 보인다.
촌장 이것, 네가 보낸 거니?
다 네, 촌장님.
촌장 ㉠나를 이곳에 오도록 해서 고맙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건, 이 편지를 가져온 운반인이 도중에서 읽어 본 모양이더라. “이리 떼는 없고, 흰 구름뿐.” ㉡그 수다쟁이가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있단다. 조금 후엔 모두들 이곳으로 몰려올 거야. 물론 네 탓은 아니다. 넌 나 혼자만을 와 달라고 하지 않았니? 몰려오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불청객이지. 더구나 어떤 사람은 도끼까지 들고 온다더라.
다 도끼는 왜 들고 와요?
촌장 망루를 부순다고 그런단다. “이리 떼는 없고, 흰 구름뿐.” 그것이 구호처럼 외쳐지고 있어. Ⓐ그 성난 사람들만 오지 않는다면 난 너하고 딸기라도 따러 가고 싶다. 난 어디에 딸기가 많은지 알고 있거든. 이리 떼를 주의하라는 팻말 밑엔 으레 잘 익은 딸기가 가득하단다.
다 촌장님은 이리가 무섭지 않으세요?
촌장 없는 걸 왜 무서워하겠니?
다 촌장님도 아시는군요?
촌장 난 알고 있지.
다 아셨으면서 왜 숨기셨죠? 모든 사람들에게, 저 덫을 보러 간 파수꾼에게 왜 말하지 않은 거예요?
촌장 말해 주지 않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중략)
촌장 얘야, 이리 떼는 처음부터 없었다. 없는 걸 좀 두려워한다는 것이 뭐가 그렇게 나쁘다는 거냐?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이리에게 물리지 않았단다. 마을은 늘 안전했어. 그리고 사람들은 이리 떼에 대항하기 위해서 단결했다. 그들은 질서를 만든 거야. 질서, 그게 뭔지 넌 알기나 하니? 모를 거야, 너는. 그건 마을을 지켜 주는 거란다. 물론 저 충직한 파수꾼에겐 미안해. 수천 개의 쓸모없는 덫들을 보살피고 양철 북을 요란하게 두들겼다. 허나 말이다,
그의 일생이 그저 헛되다고만 할 순 없어. 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고귀하게 희생한 거야. 난 네가 이러한 것들을 이해하여 주기 바란다. Ⓑ만약 네가 새벽에 보았다는 구름만을 고집한다면, 이런 것들은 모두 허사가 된다. 저 파수꾼은 늙도록 헛북이나 친 것이 되고, 마을의 질서는 무너져 버린다. 얘야, 넌 이렇게 모든 걸 헛되게 하고 싶진 않겠지?
다 왜 제가 헛된 짓을 해요? 제가 본 흰 구름은 아름답고 평화로웠어요. 저는 그걸 보여 주려는 겁니다. 이제 곧 마을 사람들이 온다죠? 잘됐어요. 저는 망루 위에 올라가서 외치겠어요.
촌장 ㉢뭐라고?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킨 후에 웃으며) 사실 우습기도 해. 이리 떼? 그게 뭐냐? 있지도 않은 그걸 이 황야에 가득 길러 놓고, 마을엔 가시 울타리를 둘렀다. 망루도 세웠고, 양철 북도 두들기고, 마을 사람들은 무서워서 떨기도 한다. 아하, 언제부터 내가 이런 거짓 놀이에 익숙해졌는지 모른다만, 나도 알고는 있지. 이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다는 걸 말이다.
다 그럼 촌장님, 저와 같이 망루 위에 올라가요. 그리고 함께 외치세요.
촌장 그래, 외치마.
다 아, 이젠 됐어요!
촌장 (혼잣말처럼) …… 그러나 잘될까? 흰 구름, 허공에 뜬 그것만 가지고 마을이 잘 유지될까? 오히려 이리 떼가 더 좋은 건 아닐지 몰라.
다 뭘 망설이시죠?
촌장 아냐, 아무것도……. 난 아직 안심이 안 돼서 그래. ㉣ (온화한 얼굴에서 혀가 날름 나왔다가 들어간다.) 지금 사람들은 도끼까지 들고 온다잖니? 망루를 부순 다음엔 속은 것에 더욱 화를 낼 거야! 아마 날 죽이려고 덤빌지도 몰라. 아니 꼭 그럴 거다. 그럼 뭐냐? 지금까진 이리에게 물려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흰 구름의 첫날 살인이 벌어진다.
다 살인이라고요?
촌장 Ⓒ그래, 살인이지. (난폭하게) 생각해 보렴, 도끼에 찍힌 내 모습을. 피가 샘솟듯 흘러내릴 거다. 끔찍해. 얘, 너는 내가 그런 꼴이 되길 바라고 있지?
다 아니에요, 그건!
촌장 아니라고? 그렇지만 내가 변명할 시간이 어디 있니? 난 마을 사람들에게 왜 이리 떼를 만들었던가, 그걸 알려 줘야 해. 그럼 그들도 날 이해해 줄 거야.
다 네, 그렇게 말씀하세요.
촌장 허나 내가 말할 틈이 없다. 사람들이 오면, 넌 흰 구름이라 외칠 거고, 사람들은 분노하여 도끼를 휘두를 테고, 그럼 나는, 나는……. (은밀한 목소리로) 얘, 네가 본 그 흰 구름 있잖니, 그건 내일이면 사라지고 없는 거냐?
다 아뇨. 그렇지만 난 오늘 외치고 싶어요.
촌장 그것 봐. 넌 내 피를 보고 싶은 거야. 더구나 더 나쁜 건, 넌 흰 구름을 믿지도 않아. 내일이면 변할 것 같으니까, 오늘 꼭 외치려고 그러는 거지. 아하, 넌 네가 본 그 아름다운 걸 믿지도 않는구나!
다 (창백해지며) 그건, 그건 아니에요!
촌장 Ⓓ그래? 그럼 너는 내일까지 기다려야 해. (괴로워하는 파수꾼 다를 껴안으며) 오늘은 나에게 맡겨라. 그러면 나도 내일은 너를 따라 흰 구름이라 외칠 테니.
다 꼭 약속하시는 거죠?
촌장 물론 약속하지.
다 정말이죠, 정말?
촌장 그럼. 정말 약속한다니까.
- 이강백, <파수꾼>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 < 보 기 > 이 작품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체제 유지를 위해 거짓말을 일삼던 지배 권력의 안보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위선적인 독재 권력은 자신들이 집권하고 있는 체제를 안정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가상의 적에 대한 두려움을 사람들에게 심어 주었다. 이러한 통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진실은 철저히 은폐되어야 했고 진실을 알 수 없게 소통을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이유로 진실을 말하는 개인, 언론이나 단체들을 탄압하였다. 이 작품은 이러한 현실을 우의적으로 형상화하였다. |
1
‘이리떼’는 마을 사람들에게 ‘가상의 적’이며 ‘촌장’에게는 사회 통제의 수단이 되는군.
2
‘파수꾼 다’는 ‘가상의 적’이 실체 없는 허상임을 알지만 ‘흰 구름’의 진실을 혼자만 알기를 원하는군.
3
‘촌장’은 체제 유지를 위해 진실을 왜곡하는 것에 대한 명분으로 마을 사람들 사이의 단결과 질서를 내세우고 있군.
4
‘망루’는 위와 아래로 분할되어 망루 아래에서는 진실을 알 수 없게 소통을 차단함으로써 진실을 은폐하는 권력의 기제 역할을 하는군.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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