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 풍경 소리 날러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던 거미줄 친 옥좌 위엔 여의주 희롱하는 쌍룡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 소리도 없었다. 품석 옆에서 정일품, 종구품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에 호곡하리라. <조지훈, ‘봉황수’> (나)나는 떠난다. 청동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종은 끝이 났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흑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을 타고 들에서는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박남수, ‘종소리’> (다)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 ‘절정’> |
(가), (나), (다)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세 작품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은 역사적 현실에 대한 체험을 형상화했다는 점이다.
(가)는 ‘큰 나라 섬기던’ 옥좌와 ‘몸 둘 곳’ 없는 화자를 통해 망국의 비애를, (나)는 ‘역사’를 가둔 ‘칠흑의 감방’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다)는 ‘매운 계절의 채찍’에 휩쓸린 극한 상황을 그린다.
- 대상을 의인화했다는 설명: (다)는 화자 자신의 처지를 직접 노래할 뿐 의인화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 과거 반성을 통해 미래를 제시했다는 설명: 세 작품 모두 과거에 대한 반성이 중심이 아니다.
- 전통 리듬을 변용해 새 리듬을 창조했다는 설명: (가)는 산문시 형식으로, 세 작품에 공통된 특징이 아니다.
| (가)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 풍경 소리 날러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던 거미줄 친 옥좌 위엔 여의주 희롱하는 쌍룡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 소리도 없었다. 품석 옆에서 정일품, 종구품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에 호곡하리라. <조지훈, ‘봉황수’> (나)나는 떠난다. 청동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종은 끝이 났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흑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을 타고 들에서는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박남수, ‘종소리’> (다)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 ‘절정’> |
(나)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태도로 가장 알맞은 것은?
(나)의 화자는 억압의 공간을 벗어나 확산하려는 현실 극복의 의지를 보인다.
‘인종은 끝이 났는가’라며 ‘칠흑의 감방’을 떠나 푸름·웃음·악기를 거쳐 ‘뇌성’이 되겠다는 진술에서 억압을 깨뜨리려는 능동적 태도가 드러난다.
- 현실 도피: ‘떠난다’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억압에서 풀려나 세계로 퍼져 나가는 해방이다.
- 주체적 자아 확립: 자아의 정체성 탐색보다 억압 상황을 뚫고 나가는 데 초점이 있다.
- 처지 비관: 화자는 절망하지 않고 ‘뇌성이 되어’ 터지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 (가)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 풍경 소리 날러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던 거미줄 친 옥좌 위엔 여의주 희롱하는 쌍룡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 소리도 없었다. 품석 옆에서 정일품, 종구품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에 호곡하리라. <조지훈, ‘봉황수’> (나)나는 떠난다. 청동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종은 끝이 났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흑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을 타고 들에서는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박남수, ‘종소리’> (다)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 ‘절정’> |
다음에서 ㉠과 가장 유사한 시적 의미가 나타난 시행은?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유치환, ‘바위’>
㉠과 가장 가까운 시행은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이다.
㉠은 더 물러설 곳 없는 상황에서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라며 내면으로 성찰하는 자세이고, 이 시행 역시 외부가 아닌 자기 내면을 단련하는 태도를 보여 준다.
-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절제의 다짐이다.
-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기쁨과 노여움에 흔들리지 않는 초연함을 말한다.
-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내면 단련의 결과 도달하는 초월의 경지이다.
| (가)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 풍경 소리 날러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던 거미줄 친 옥좌 위엔 여의주 희롱하는 쌍룡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 소리도 없었다. 품석 옆에서 정일품, 종구품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에 호곡하리라. <조지훈, ‘봉황수’> (나)나는 떠난다. 청동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종은 끝이 났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흑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을 타고 들에서는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박남수, ‘종소리’> (다)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 ‘절정’> |
다음은 (다)에 대한 감상이다. 작품 자체의 내재적 의미만을 주목한 것은?
작품 내재적 의미만 주목한 감상은 겨울·강철·무지개의 연결이라는 시어와 발상 자체에 주목한 것이다.
내재적(절대주의) 관점은 작가·시대·독자를 끌어오지 않고 작품의 언어와 이미지만으로 의미를 해석한다.
- 시인의 의지력에 감탄한 감상: 작가에 주목한 표현론적 관점이다.
- ‘서릿발 칼날진 그 위’를 일제 치하로 읽은 감상: 시대 현실과 연결한 반영론적 관점이다.
- 희망을 잃지 말라는 교훈을 얻은 감상: 독자에게 주는 영향에 주목한 효용론적 관점이다.
| 화설, 조선국 세종 조 시절에 한 재상이 있으니, 성은 홍이요, 명은 모(某)라. 대대 명문거족으로 소년 등과하여 벼슬이 이조판서에 이르매, 물망이 조야에 으뜸이요, 충효겸비하기로 이름이 일국에 진동하더라. 일찍 두 아들을 두었으니, 일자는 이름이 인형이니 정실 유씨 소생이요, 일자는 이름이 길동이니 시비 춘섬의 소생이라. 선시(先是)에 공이 길동을 낳을 때에 일몽을 얻으니, 문득 뇌성벽력이 진동하며 청룡이 수염을 거사리고 공에게 향하여 달려들거늘 놀라 깨달으니 일장춘몽이라. 심중에 대희하여 생각하되 내 이제 용몽을 얻었으니 반드시 귀한 자식을 낳으리라 하고, <중략> |
| 길동이 점점 자라 팔세 되매 총명이 과인하여 하나를 들으면 백을 통하니 공이 더욱 애중하나, 근본이 천생이라, 길동이 매양 호부 호형하면, 문득 꾸짖어 못하게 하니 길동이 십 세 넘도록 감히 부형을 부르지 못하고 비복 등이 천대함을 각골 통한하여 심사를 정치 못하더니, 추구월 망간을 당하매 명월은 조요하고 청풍은 소슬하여 사람의 심회를 돕는지라. 길동이 서당에서 글을 읽다가 문득 서안을 밀치고 탄식하여 가로되, ㉠<“대장부 세상에 나매 공맹을 본받지 못하면 차라리 병법을 외어 대장인을 요하에 빗기 차고 동정서벌하여 국가에 대공을 세우고 이름을 만대에 빛냄이 장부의 쾌사라.> 나는 어찌하여 일신이 적막하고 부형이 있으되 호부 호형을 못하니 심장이 터질지라. 어찌 통한치 않으리요.” 하고 말을 마치며 뜰에 내려 검술을 공부하더니, 마침 공이 또한 월색을 구경하다가 길동의 배회함을 보고 즉시 불러 물어 가로되, “네 무슨 흥이 있어 야심토록 잠을 자지 아니 하느냐.” 길동이 공경하여 가로되, “소인이 마침 월색을 사랑함이어니와 대게 하늘이 만물을 내시매, 오직 사람이 귀하오나 소인에게 이르러는 귀함이 없사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오리이까.” 공이 그 말을 짐작하나 짐짓, ㉡“네 무슨 말인고.” 길동이 재배하여 가로되, “소인이 평생 설운 바는 대감 정기로 당당하온 남자가 되었사오매 부생모육지은이 깊삽거늘 그 부친을 부친이라 못하옵고 그 형을 형이라 못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오리이까.” 하고 눈물을 흘려 단삼을 적시거늘 공이 청파에 비록 측은하나 만일 그 뜻을 위로하면 마음이 방자할까 저어 크게 꾸짖어 가로되, “재상가 천비소생이 비단 너뿐이 아니거늘 네 어찌 방자함이 이 같으뇨. 차후 다시 이런 말이 있으면 안전에 용납지 못하리라.” 하니 길동이 감히 일언을 고치 못하고, 다만 복지유체뿐이라. 공이 명하여 물러가라 하거늘 길동이 침소로 돌아와 슬퍼함을 마지 아니하더라. 길동이 본디 재기 과인하고 도량이 활달한지라, 마음을 진정치 못하여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더니, 일일은 길동이 어미 침소에 가 울며 고하여 가로되, “소자가 모친으로 더불어 전생연분이 중하여 금세에 모자가 되오니 은혜 망극하온지라. 그러나, 소자의 팔자 기박하여 천한 몸이 되오니 품은 한이 깊사온지라. 장부가 세상에 처하매 남의 천대받음이 불가하온지라. 소자 자연 기운을 억제치 못하여 모친 슬하를 떠나려 하오니 복망 모친은 소자를 염려치 마시고 귀체를 보중하소서.” 그 어미 청파에 크게 놀라 가로되, “재상가 천생이 너뿐이 아니거든 어찌 협한 마음을 발하여 어미 간장을 사르느뇨.” 길동이 대답하여 가로되, “옛날 장충의 아들 길산은 천생이로되, 십삼 세에 그 어미를 이별하고 운봉산에 들어가 도를 닦아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에 유전하였으니, 소자 그를 효칙하여 세상을 벗어나려 하오니 모친은 안심 |
| 하사 후일을 기다리소서. 근간 곡산모의 행색을 보니 상공의 총을 잃을까 하여 우리 모자를 원수같이 아는지라, 큰 화를 입을까 하옵나니, 모친은 소자 나감을 염려치 마소서.” 하니 그 어미 또한 슬퍼하더라. 원래 곡산모는 본디 곡산 기생으로 상공의 총첩이 되었으니, 이름은 초란이라, 가장 교만 방자하여 제 심중에 불합하면 공에게 참소하니 이러므로 가중폐단이 무수한 중, 저는 아들이 없고 춘섬은 길동을 낳아, 상공이 매양 귀히 여김을 심중에 앙앙하여 없이함을 도모하더니, 일일은 흉계를 생각하고 무녀를 청하여 가로되, “나의 일신을 평안케 함은 이곳 길동을 없애기에 있는지라. 만일 나의 소원을 이루면 그 은혜를 후히 갚으리라.” 하니 무녀 듣고 기꺼워 가로되, “지금 흥인문 밖에 일등 관상녀가 있으니, 사람의 상을 한번 보면 전후 길흉을 판단하나니 이 사람을 청하여 소원을 자세히 이르고 상공께 천거하여 전후사를 본 듯이 고하면 상공이 필연 대혹하사 그 아이를 없애고자 하시리니 그 때를 타 여차여차하면 어찌 묘계 아니리이까.” 초란이 크게 기뻐하여 먼저 은자 5백 냥을 주며 상자를 청하여오라 하니 무녀 하직하고 가니라. <홍길동전> |
위 글로 미루어 알 수 있는 당시의 사회상으로 가장 거리가 먼 것은?
윗글에서 알 수 없는 사회상은 관리들의 심한 부패이다.
지문은 홍 판서 집안의 서자 차별과 첩의 흉계를 다룰 뿐, 관리의 부패를 보여 주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 입신양명 중시: ‘이름을 만대에 빛냄이 장부의 쾌사라’에서 드러난다.
- 무격 사상 성행: 초란이 무녀를 청하고 ‘일등 관상녀’를 동원하려는 데서 드러난다.
- 적서 차별: 길동이 ‘호부 호형’을 하지 못하고 비복에게 천대받는 데서 드러난다.
| 화설, 조선국 세종 조 시절에 한 재상이 있으니, 성은 홍이요, 명은 모(某)라. 대대 명문거족으로 소년 등과하여 벼슬이 이조판서에 이르매, 물망이 조야에 으뜸이요, 충효겸비하기로 이름이 일국에 진동하더라. 일찍 두 아들을 두었으니, 일자는 이름이 인형이니 정실 유씨 소생이요, 일자는 이름이 길동이니 시비 춘섬의 소생이라. 선시(先是)에 공이 길동을 낳을 때에 일몽을 얻으니, 문득 뇌성벽력이 진동하며 청룡이 수염을 거사리고 공에게 향하여 달려들거늘 놀라 깨달으니 일장춘몽이라. 심중에 대희하여 생각하되 내 이제 용몽을 얻었으니 반드시 귀한 자식을 낳으리라 하고, <중략> |
| 길동이 점점 자라 팔세 되매 총명이 과인하여 하나를 들으면 백을 통하니 공이 더욱 애중하나, 근본이 천생이라, 길동이 매양 호부 호형하면, 문득 꾸짖어 못하게 하니 길동이 십 세 넘도록 감히 부형을 부르지 못하고 비복 등이 천대함을 각골 통한하여 심사를 정치 못하더니, 추구월 망간을 당하매 명월은 조요하고 청풍은 소슬하여 사람의 심회를 돕는지라. 길동이 서당에서 글을 읽다가 문득 서안을 밀치고 탄식하여 가로되, ㉠<“대장부 세상에 나매 공맹을 본받지 못하면 차라리 병법을 외어 대장인을 요하에 빗기 차고 동정서벌하여 국가에 대공을 세우고 이름을 만대에 빛냄이 장부의 쾌사라.> 나는 어찌하여 일신이 적막하고 부형이 있으되 호부 호형을 못하니 심장이 터질지라. 어찌 통한치 않으리요.” 하고 말을 마치며 뜰에 내려 검술을 공부하더니, 마침 공이 또한 월색을 구경하다가 길동의 배회함을 보고 즉시 불러 물어 가로되, “네 무슨 흥이 있어 야심토록 잠을 자지 아니 하느냐.” 길동이 공경하여 가로되, “소인이 마침 월색을 사랑함이어니와 대게 하늘이 만물을 내시매, 오직 사람이 귀하오나 소인에게 이르러는 귀함이 없사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오리이까.” 공이 그 말을 짐작하나 짐짓, ㉡“네 무슨 말인고.” 길동이 재배하여 가로되, “소인이 평생 설운 바는 대감 정기로 당당하온 남자가 되었사오매 부생모육지은이 깊삽거늘 그 부친을 부친이라 못하옵고 그 형을 형이라 못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오리이까.” 하고 눈물을 흘려 단삼을 적시거늘 공이 청파에 비록 측은하나 만일 그 뜻을 위로하면 마음이 방자할까 저어 크게 꾸짖어 가로되, “재상가 천비소생이 비단 너뿐이 아니거늘 네 어찌 방자함이 이 같으뇨. 차후 다시 이런 말이 있으면 안전에 용납지 못하리라.” 하니 길동이 감히 일언을 고치 못하고, 다만 복지유체뿐이라. 공이 명하여 물러가라 하거늘 길동이 침소로 돌아와 슬퍼함을 마지 아니하더라. 길동이 본디 재기 과인하고 도량이 활달한지라, 마음을 진정치 못하여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더니, 일일은 길동이 어미 침소에 가 울며 고하여 가로되, “소자가 모친으로 더불어 전생연분이 중하여 금세에 모자가 되오니 은혜 망극하온지라. 그러나, 소자의 팔자 기박하여 천한 몸이 되오니 품은 한이 깊사온지라. 장부가 세상에 처하매 남의 천대받음이 불가하온지라. 소자 자연 기운을 억제치 못하여 모친 슬하를 떠나려 하오니 복망 모친은 소자를 염려치 마시고 귀체를 보중하소서.” 그 어미 청파에 크게 놀라 가로되, “재상가 천생이 너뿐이 아니거든 어찌 협한 마음을 발하여 어미 간장을 사르느뇨.” 길동이 대답하여 가로되, “옛날 장충의 아들 길산은 천생이로되, 십삼 세에 그 어미를 이별하고 운봉산에 들어가 도를 닦아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에 유전하였으니, 소자 그를 효칙하여 세상을 벗어나려 하오니 모친은 안심 |
| 하사 후일을 기다리소서. 근간 곡산모의 행색을 보니 상공의 총을 잃을까 하여 우리 모자를 원수같이 아는지라, 큰 화를 입을까 하옵나니, 모친은 소자 나감을 염려치 마소서.” 하니 그 어미 또한 슬퍼하더라. 원래 곡산모는 본디 곡산 기생으로 상공의 총첩이 되었으니, 이름은 초란이라, 가장 교만 방자하여 제 심중에 불합하면 공에게 참소하니 이러므로 가중폐단이 무수한 중, 저는 아들이 없고 춘섬은 길동을 낳아, 상공이 매양 귀히 여김을 심중에 앙앙하여 없이함을 도모하더니, 일일은 흉계를 생각하고 무녀를 청하여 가로되, “나의 일신을 평안케 함은 이곳 길동을 없애기에 있는지라. 만일 나의 소원을 이루면 그 은혜를 후히 갚으리라.” 하니 무녀 듣고 기꺼워 가로되, “지금 흥인문 밖에 일등 관상녀가 있으니, 사람의 상을 한번 보면 전후 길흉을 판단하나니 이 사람을 청하여 소원을 자세히 이르고 상공께 천거하여 전후사를 본 듯이 고하면 상공이 필연 대혹하사 그 아이를 없애고자 하시리니 그 때를 타 여차여차하면 어찌 묘계 아니리이까.” 초란이 크게 기뻐하여 먼저 은자 5백 냥을 주며 상자를 청하여오라 하니 무녀 하직하고 가니라. <홍길동전> |
다음 중 단어의 뜻풀이가 잘못된 것은?
뜻풀이가 잘못된 것은 ‘저어’이다.
‘저어하다’는 ‘염려하거나 두려워하다’라는 뜻으로, 공이 길동을 위로하면 마음이 방자해질까 두려워한다는 의미이지 안타깝게 여긴다는 뜻이 아니다.
- 과인하여: ‘남보다 뛰어나다’는 뜻으로 바르게 풀이했다.
- 소슬하여: ‘으스스하고 쓸쓸하다’는 뜻으로 바르게 풀이했다.
- 짐짓: ‘마음은 그렇지 않으나 일부러’라는 뜻으로 바르게 풀이했다.
| 화설, 조선국 세종 조 시절에 한 재상이 있으니, 성은 홍이요, 명은 모(某)라. 대대 명문거족으로 소년 등과하여 벼슬이 이조판서에 이르매, 물망이 조야에 으뜸이요, 충효겸비하기로 이름이 일국에 진동하더라. 일찍 두 아들을 두었으니, 일자는 이름이 인형이니 정실 유씨 소생이요, 일자는 이름이 길동이니 시비 춘섬의 소생이라. 선시(先是)에 공이 길동을 낳을 때에 일몽을 얻으니, 문득 뇌성벽력이 진동하며 청룡이 수염을 거사리고 공에게 향하여 달려들거늘 놀라 깨달으니 일장춘몽이라. 심중에 대희하여 생각하되 내 이제 용몽을 얻었으니 반드시 귀한 자식을 낳으리라 하고, <중략> |
| 길동이 점점 자라 팔세 되매 총명이 과인하여 하나를 들으면 백을 통하니 공이 더욱 애중하나, 근본이 천생이라, 길동이 매양 호부 호형하면, 문득 꾸짖어 못하게 하니 길동이 십 세 넘도록 감히 부형을 부르지 못하고 비복 등이 천대함을 각골 통한하여 심사를 정치 못하더니, 추구월 망간을 당하매 명월은 조요하고 청풍은 소슬하여 사람의 심회를 돕는지라. 길동이 서당에서 글을 읽다가 문득 서안을 밀치고 탄식하여 가로되, ㉠<“대장부 세상에 나매 공맹을 본받지 못하면 차라리 병법을 외어 대장인을 요하에 빗기 차고 동정서벌하여 국가에 대공을 세우고 이름을 만대에 빛냄이 장부의 쾌사라.> 나는 어찌하여 일신이 적막하고 부형이 있으되 호부 호형을 못하니 심장이 터질지라. 어찌 통한치 않으리요.” 하고 말을 마치며 뜰에 내려 검술을 공부하더니, 마침 공이 또한 월색을 구경하다가 길동의 배회함을 보고 즉시 불러 물어 가로되, “네 무슨 흥이 있어 야심토록 잠을 자지 아니 하느냐.” 길동이 공경하여 가로되, “소인이 마침 월색을 사랑함이어니와 대게 하늘이 만물을 내시매, 오직 사람이 귀하오나 소인에게 이르러는 귀함이 없사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오리이까.” 공이 그 말을 짐작하나 짐짓, ㉡“네 무슨 말인고.” 길동이 재배하여 가로되, “소인이 평생 설운 바는 대감 정기로 당당하온 남자가 되었사오매 부생모육지은이 깊삽거늘 그 부친을 부친이라 못하옵고 그 형을 형이라 못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오리이까.” 하고 눈물을 흘려 단삼을 적시거늘 공이 청파에 비록 측은하나 만일 그 뜻을 위로하면 마음이 방자할까 저어 크게 꾸짖어 가로되, “재상가 천비소생이 비단 너뿐이 아니거늘 네 어찌 방자함이 이 같으뇨. 차후 다시 이런 말이 있으면 안전에 용납지 못하리라.” 하니 길동이 감히 일언을 고치 못하고, 다만 복지유체뿐이라. 공이 명하여 물러가라 하거늘 길동이 침소로 돌아와 슬퍼함을 마지 아니하더라. 길동이 본디 재기 과인하고 도량이 활달한지라, 마음을 진정치 못하여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더니, 일일은 길동이 어미 침소에 가 울며 고하여 가로되, “소자가 모친으로 더불어 전생연분이 중하여 금세에 모자가 되오니 은혜 망극하온지라. 그러나, 소자의 팔자 기박하여 천한 몸이 되오니 품은 한이 깊사온지라. 장부가 세상에 처하매 남의 천대받음이 불가하온지라. 소자 자연 기운을 억제치 못하여 모친 슬하를 떠나려 하오니 복망 모친은 소자를 염려치 마시고 귀체를 보중하소서.” 그 어미 청파에 크게 놀라 가로되, “재상가 천생이 너뿐이 아니거든 어찌 협한 마음을 발하여 어미 간장을 사르느뇨.” 길동이 대답하여 가로되, “옛날 장충의 아들 길산은 천생이로되, 십삼 세에 그 어미를 이별하고 운봉산에 들어가 도를 닦아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에 유전하였으니, 소자 그를 효칙하여 세상을 벗어나려 하오니 모친은 안심 |
| 하사 후일을 기다리소서. 근간 곡산모의 행색을 보니 상공의 총을 잃을까 하여 우리 모자를 원수같이 아는지라, 큰 화를 입을까 하옵나니, 모친은 소자 나감을 염려치 마소서.” 하니 그 어미 또한 슬퍼하더라. 원래 곡산모는 본디 곡산 기생으로 상공의 총첩이 되었으니, 이름은 초란이라, 가장 교만 방자하여 제 심중에 불합하면 공에게 참소하니 이러므로 가중폐단이 무수한 중, 저는 아들이 없고 춘섬은 길동을 낳아, 상공이 매양 귀히 여김을 심중에 앙앙하여 없이함을 도모하더니, 일일은 흉계를 생각하고 무녀를 청하여 가로되, “나의 일신을 평안케 함은 이곳 길동을 없애기에 있는지라. 만일 나의 소원을 이루면 그 은혜를 후히 갚으리라.” 하니 무녀 듣고 기꺼워 가로되, “지금 흥인문 밖에 일등 관상녀가 있으니, 사람의 상을 한번 보면 전후 길흉을 판단하나니 이 사람을 청하여 소원을 자세히 이르고 상공께 천거하여 전후사를 본 듯이 고하면 상공이 필연 대혹하사 그 아이를 없애고자 하시리니 그 때를 타 여차여차하면 어찌 묘계 아니리이까.” 초란이 크게 기뻐하여 먼저 은자 5백 냥을 주며 상자를 청하여오라 하니 무녀 하직하고 가니라. <홍길동전> |
㉠과 같은 생각이 가장 잘 나타난 것은?
㉠과 같은 생각은 ‘장검을 빼어들고 백두산에 올라보니’로 시작하는 시조에 가장 잘 나타난다.
㉠은 병법으로 나라에 큰 공을 세워 이름을 떨치려는 무인의 기개와 포부이고, 이 시조도 칼을 들고 ‘남북풍진을 헤쳐 볼까’ 하는 장수의 웅지를 노래한다.
- ‘가마귀 눈비 맞아’ 시조: 임을 향한 일편단심, 곧 충절을 노래한다.
- ‘간밤에 부던 바람’ 시조: 인재들이 화를 입은 현실에 대한 비분과 우려를 노래한다.
- ‘내해 좋다 하고’ 시조: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말고 천성대로 살자는 처세의 교훈이다.
| 화설, 조선국 세종 조 시절에 한 재상이 있으니, 성은 홍이요, 명은 모(某)라. 대대 명문거족으로 소년 등과하여 벼슬이 이조판서에 이르매, 물망이 조야에 으뜸이요, 충효겸비하기로 이름이 일국에 진동하더라. 일찍 두 아들을 두었으니, 일자는 이름이 인형이니 정실 유씨 소생이요, 일자는 이름이 길동이니 시비 춘섬의 소생이라. 선시(先是)에 공이 길동을 낳을 때에 일몽을 얻으니, 문득 뇌성벽력이 진동하며 청룡이 수염을 거사리고 공에게 향하여 달려들거늘 놀라 깨달으니 일장춘몽이라. 심중에 대희하여 생각하되 내 이제 용몽을 얻었으니 반드시 귀한 자식을 낳으리라 하고, <중략> |
| 길동이 점점 자라 팔세 되매 총명이 과인하여 하나를 들으면 백을 통하니 공이 더욱 애중하나, 근본이 천생이라, 길동이 매양 호부 호형하면, 문득 꾸짖어 못하게 하니 길동이 십 세 넘도록 감히 부형을 부르지 못하고 비복 등이 천대함을 각골 통한하여 심사를 정치 못하더니, 추구월 망간을 당하매 명월은 조요하고 청풍은 소슬하여 사람의 심회를 돕는지라. 길동이 서당에서 글을 읽다가 문득 서안을 밀치고 탄식하여 가로되, ㉠<“대장부 세상에 나매 공맹을 본받지 못하면 차라리 병법을 외어 대장인을 요하에 빗기 차고 동정서벌하여 국가에 대공을 세우고 이름을 만대에 빛냄이 장부의 쾌사라.> 나는 어찌하여 일신이 적막하고 부형이 있으되 호부 호형을 못하니 심장이 터질지라. 어찌 통한치 않으리요.” 하고 말을 마치며 뜰에 내려 검술을 공부하더니, 마침 공이 또한 월색을 구경하다가 길동의 배회함을 보고 즉시 불러 물어 가로되, “네 무슨 흥이 있어 야심토록 잠을 자지 아니 하느냐.” 길동이 공경하여 가로되, “소인이 마침 월색을 사랑함이어니와 대게 하늘이 만물을 내시매, 오직 사람이 귀하오나 소인에게 이르러는 귀함이 없사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오리이까.” 공이 그 말을 짐작하나 짐짓, ㉡“네 무슨 말인고.” 길동이 재배하여 가로되, “소인이 평생 설운 바는 대감 정기로 당당하온 남자가 되었사오매 부생모육지은이 깊삽거늘 그 부친을 부친이라 못하옵고 그 형을 형이라 못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오리이까.” 하고 눈물을 흘려 단삼을 적시거늘 공이 청파에 비록 측은하나 만일 그 뜻을 위로하면 마음이 방자할까 저어 크게 꾸짖어 가로되, “재상가 천비소생이 비단 너뿐이 아니거늘 네 어찌 방자함이 이 같으뇨. 차후 다시 이런 말이 있으면 안전에 용납지 못하리라.” 하니 길동이 감히 일언을 고치 못하고, 다만 복지유체뿐이라. 공이 명하여 물러가라 하거늘 길동이 침소로 돌아와 슬퍼함을 마지 아니하더라. 길동이 본디 재기 과인하고 도량이 활달한지라, 마음을 진정치 못하여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더니, 일일은 길동이 어미 침소에 가 울며 고하여 가로되, “소자가 모친으로 더불어 전생연분이 중하여 금세에 모자가 되오니 은혜 망극하온지라. 그러나, 소자의 팔자 기박하여 천한 몸이 되오니 품은 한이 깊사온지라. 장부가 세상에 처하매 남의 천대받음이 불가하온지라. 소자 자연 기운을 억제치 못하여 모친 슬하를 떠나려 하오니 복망 모친은 소자를 염려치 마시고 귀체를 보중하소서.” 그 어미 청파에 크게 놀라 가로되, “재상가 천생이 너뿐이 아니거든 어찌 협한 마음을 발하여 어미 간장을 사르느뇨.” 길동이 대답하여 가로되, “옛날 장충의 아들 길산은 천생이로되, 십삼 세에 그 어미를 이별하고 운봉산에 들어가 도를 닦아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에 유전하였으니, 소자 그를 효칙하여 세상을 벗어나려 하오니 모친은 안심 |
| 하사 후일을 기다리소서. 근간 곡산모의 행색을 보니 상공의 총을 잃을까 하여 우리 모자를 원수같이 아는지라, 큰 화를 입을까 하옵나니, 모친은 소자 나감을 염려치 마소서.” 하니 그 어미 또한 슬퍼하더라. 원래 곡산모는 본디 곡산 기생으로 상공의 총첩이 되었으니, 이름은 초란이라, 가장 교만 방자하여 제 심중에 불합하면 공에게 참소하니 이러므로 가중폐단이 무수한 중, 저는 아들이 없고 춘섬은 길동을 낳아, 상공이 매양 귀히 여김을 심중에 앙앙하여 없이함을 도모하더니, 일일은 흉계를 생각하고 무녀를 청하여 가로되, “나의 일신을 평안케 함은 이곳 길동을 없애기에 있는지라. 만일 나의 소원을 이루면 그 은혜를 후히 갚으리라.” 하니 무녀 듣고 기꺼워 가로되, “지금 흥인문 밖에 일등 관상녀가 있으니, 사람의 상을 한번 보면 전후 길흉을 판단하나니 이 사람을 청하여 소원을 자세히 이르고 상공께 천거하여 전후사를 본 듯이 고하면 상공이 필연 대혹하사 그 아이를 없애고자 하시리니 그 때를 타 여차여차하면 어찌 묘계 아니리이까.” 초란이 크게 기뻐하여 먼저 은자 5백 냥을 주며 상자를 청하여오라 하니 무녀 하직하고 가니라. <홍길동전> |
㉡에 함축된 화자의 심리 태도로 가장 알맞은 것은?
㉡에는 길동의 말을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체하며 나무라는 질책의 태도가 담겨 있다.
‘공이 그 말을 짐작하나 짐짓’이라고 했으므로 몰라서 묻는 말이 아니며, 뒤이어 ‘마음이 방자할까 저어 크게 꾸짖어’ 가는 흐름과 이어진다.
- 의문: 공은 이미 길동의 속뜻을 짐작하고 있어 순수한 물음이 아니다.
- 동조: 공은 길동의 말을 받아 주지 않고 오히려 꾸짖는다.
- 연민: 측은한 마음은 있으나 위로하면 방자해질까 봐 드러내지 않는다.
| (가) 그래 내 어저께 싸운 것이지 결코 장인님이 밉다든가 해서가 아니다. 모를 붓다가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까 또 승겁다. 이 벼가 자라서 점순이가 먹고 좀 큰다면 모르지만, 그렇지도 못한 걸 내 심어서 뭘 하는 거냐. 해마다 앞으로 축 거불지는 장인님의 아랫배(가 너머 먹은 걸 모르고 내병이라나, 그 배)를 불리기 위하야 심으곤 조곰도 싶지 않다. “아이구, 배야!” 난 몰 붓다 말고 배를 씨다듬으면서 그대루 논둑으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겨드랑에 꼈든 벼 담긴 키를 그냥 땅바닥에 털썩 떨어치며 나도 털썩 주저앉었다. 일이 암만 바뻐도 나 배 아프면 고만이니까. 아픈 사람이 누가 일을 하느냐. 파릇파릇 돋아 오른 풀 한 숲을 뜯어 들고 다리의 거머리를 쓱쓱 문태며 장인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논 가운데서 장인님이 이상한 눈을 해 가지고 한참 날 노려보드니 “너, 이 자식, 왜 또 이래, 응?” “배가 좀 아파서유!” 하고 풀 우에 슬며시 쓰러지니까 장인님은 약이 올랐다. 저도 논에서 철벙철벙 둑으로 올라오드니 잡은 참 내 멱살을 웅켜잡고 뺨을 치는 것이 아닌가……. <중략> “난 갈 테야유. 그동안 사경 쳐 내슈, 뭐.” “너, 사위로 왔지 어디 머슴 살러 왔니?” “그러면 얼찐 성롈 해 줘야 안 하지유. 밤낮 부려만 먹구 해 준다, 해 준다…….” “글쎄, 내가 안 하는 거냐, 그년이 안 크니까…….” 하고 어름어름 담배만 담으면서 늘 하는 소리를 또 늘어놓는다. 이렇게 따져 나가면 언제든지 늘 나만 밑지고 만다. 이번엔 안 된다 하고 대뜸 구장님한테로 단판 가자고 소맷자락을 내끌었다. “아, 이 자식이 왜 이래, 어른을.” (나) 그 전날, 왜 내가 새고개 맞은 봉우리 화전밭을 혼자 갈고 있지 않었느냐. 밭 가생이로 돌 적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 머리 우에서 벌들은 가끔 ‘붕, 붕.’ 소리를 친다. 바위 틈에서 샘물 소리밖에 안 들리는 산골짜기니까 맑은 하눌의 봄볕은 이불 속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 나는 몸이 나른하고 몸살(을 아즉 모르지만 병)이 날랴구 그러는지 가슴이 울렁울렁하고 이랬다. <중략> 그러나 이 날은 웬일인지 성한 밥째루 밭머리에 곱게 나려놓았다. 그리고 또 ㉠내외를 해야 하니까 저만큼 떨어져 이쪽으로 등을 향하고 옹크리고 앉어서 그릇 나기를 기다린다. 내가 다 먹고 물러섰을 때, 그릇을 와서 챙기는데 난 깜짝 놀라지 않었느냐. 고개를 푹 숙이고 밥함지에 그릇을 포개면서 날더러 들으래는지 혹은 제 소린지 “밤낮 일만 하다 말 텐가!” 하고 혼자서 쫑알거린다. |
| ㉡고대 잘 내외하다가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난 정신이 얼떨떨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무슨 좋은 수나 있는가 싶어서 나도 공중을 대고 혼잣말로, “그럼 어떻게?” 하니까, “성예시켜 달라지 뭘 어떻게.” 하고 ㉢되알지게 쏘아붙이고 얼굴이 발개져서 산으로 그저 도망질을 친다. (다) 구장님도 내 이야기를 자세히 듣드니 퍽 딱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구장님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다 그럴 게다. 길게 길러 둔 새끼손톱으로 코를 후벼서 저리 탁 튀기며 “그럼 봉필 씨! 얼른 성옐 시켜 주구려, 그렇게까지 제가 하구 싶다는 걸…….” 하고 내 짐작대루 말했다. 그러나 이 말에 장인님이 삿대질로 눈을 부라리고 “아, 성례구 뭐구 기집애년이 미처 자라야 할 게 아닌가?” 하니까 고만 멀쑤룩해서 입맛만 쩍쩍 다실 뿐이 아닌가……. “그것두 그래!” “그래, 거진 사 년 동안에도 안 자랐다니 그 킨 은제 자라지유? 다 그만두구 사경 내슈…….” “글쎄, 이 자식아! 내가 크질 말라구 그랬니, 왜 날 보구 떼냐?” “빙모님은 참새만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앨 낳지유?(사실 장모님은 점순이보다도 귓배기 하나가 적다.)” <중략> 그러나 이 말에는 별반 신통한 ㉣귀정을 얻지 못하고 도루 논으로 돌아와서 모를 부었다. 왜냐면, 장인님이 뭐라구 귓속말로 수군수군하고 간 뒤다. 구장님이 날 위해서 조용히 데리구 아래와 같이 일러 주었기 때문이다. (뭉태의 말은 구장님이 장인님에게 땅 두 마지기 얻어 부치니까 그래 꾀였다구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않는다.) (라) 이렇게 말하자면 결국 어젯밤 뭉태네 집에 ㉤마슬 간 것이 썩 나뻤다. 낮에 구장님 앞에서 장인님과 내가 싸운 것을 어떻게 알었는지 대구 빈정거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 맞구두 그걸 가만둬?” “그럼 어떻거니?” “임마, 봉필일 모판에다 거꾸루 박아 놓지 뭘 어떡해?” 하고 괜히 내 대신 화를 내 가지고 주먹질을 하다 등잔까지 쳤다. 놈이 본시 괄괄은 하지만 그래 놓고 날더러 석유값을 물라구 막 ㉥찌다우를 붙는다. 난 어안이 벙벙해서 잠자코 앉었으니까 저만 연신 지꺼리는 소리가 “밤낮 일만 해 주구 있을 테냐?” “영득이는 일 년을 살구두 장갈 들었는데 넌 사 년이나 살구두 더 살아야 해?” “네가 세 번째 사윈 줄이나 아니, 세 번째 사위.” |
| “남의 일이라두 분하다, 이 자식아. 우물에 가 빠져 죽어.” 나종에는 겨우 손톱으로 목을 따라구까지 하고, 제 아들같이 함부루 ㉦훅닥이었다. (마) 실토이지 나는 점순이가 아츰상을 가지고 나올 때까지는 오늘은 또 얼마나 밥을 담었나 하고 이것만 생각했다. 상에는 된장찌개하고 간장 한 종지, 조밥 한 그릇, 그리고 밥보다 더 수부룩하게 담은 산나물이 한 대접, 이렇다. 나물은 점순이가 틈틈이 해오니까 두 대접이고 네 대접이고 멋대루 먹어도 좋나, 밥은 장인님이 한 사발 외엔 더 주지 말라고 해서 안 된다. 그런데 점순이가 그 상을 내 앞에 나려놓며 제 말로 지껄이는 소리가 “구장님한테 갔다 그냥 온담 그래!” 하고 엊그제 산에서와 같이 ㉧되우 쫑알거린다. 딴은 내가 더 단단히 덤비지 않고 만 것이 좀 어리석었다, 속으로 그랬다. 나도 저쪽 벽을 향하야 외면하면서 내 말로 “안 된다는 걸 그럼 어떻건담!” 하니까, “쇰을 잡아채지 그냥 둬, 이 바보야!” 하고 또 얼굴이 빨개지면서 성을 내며 안으로 샐죽하니 튀들어 가지 않느냐. 이때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게 망정이지 보았다면 내 얼굴이 에미 잃은 황새새끼처럼 가여웁다 했을 것이다. (바) 내가 머리가 터지도록 매를 얻어맞은 것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가 또한 우리 장인님이 유달리 착한 곳이다. 여느 사람이면 사경을 주어서라도 당장 내쫓았지, 터진 머리를 불솜으로 손수 지져 주고, 호주머니에 히연 한 봉을 넣어 주고, 그리고 “올 갈엔 꼭 성례를 시켜 주마. 암말 말구 가서 뒷골의 콩밭이나 얼른 갈아라.” 하고 등을 뚜덕여 줄 사람이 누구냐. 나는 장인님이 너무나 고마워서 어느덧 눈물까지 났다. 점순이를 남기고 인젠 내쫓기려니 하다 뜻밖의 말을 듣고, “빙장님! 인제 다시는 안 그러겠어유…….” 이렇게 맹서를 하며 ㉨불랴살야 지게를 지고 일터로 갔다. (사) “아! 아! 이놈아! 놔라, 놔, 놔…….” 장인님은 헷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질렀다. 놓긴 왜, 이왕이면 호되게 혼을 내 주리라 생각하고 짓궂이 더 댕겼다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져서 눈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다. “할아버지! 놔라, 놔, 놔, 놔놔.” 그래도 안 되니까, “얘, 점순아! 점순아!” 이 악장에 안에 있었든 장모님과 점순이가 헐레벌떡하고 단숨에 뛰어나왔다. 나의 생각에 장모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순이는 내 편을 들어서 속으로 고수해서 하겠지……. |
| 대체 이게 웬 속인지(지금까지도 난 영문을 모른다.) 아버질 혼내 주기는 제가 내래 놓고 이제 와서는 달겨들며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내 귀를 뒤로 잡어댕기며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었다. 장모님도 덤벼들어 한쪽 귀마저 뒤로 잡아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 이렇게 꼼짝도 못 하게 해 놓고 장인님은 지게막대기를 들어서 사뭇 나려조겼다. 그러나 나는 구태여 피할랴지도 않고 암만해도 그 속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 들여다보았다. “이 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김유정, 「봄․봄」(1935)> |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은 설명은 객관적 신뢰감을 형성한다는 진술이다.
이 작품의 서술자 ‘나’는 점순이의 속을 끝내 ‘영문을 모른다’고 할 만큼 어수룩한 인물이어서, 그의 판단을 그대로 믿기 어렵고 그 어긋남이 웃음을 만든다.
- 희극적 인물과 우스꽝스러운 갈등: 장인과 ‘나’의 싸움, 점순이의 돌변 등에서 드러난다.
- 사투리·토속어·비속어의 익살스러운 사용: ‘사경 쳐 내슈’, ‘이 자식’ 같은 말투에서 확인된다.
- 1930년대 농촌의 장인·데릴사위 갈등과 순박한 사랑을 해학적으로 그림: 작품의 내용과 맞다.
| (가) 그래 내 어저께 싸운 것이지 결코 장인님이 밉다든가 해서가 아니다. 모를 붓다가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까 또 승겁다. 이 벼가 자라서 점순이가 먹고 좀 큰다면 모르지만, 그렇지도 못한 걸 내 심어서 뭘 하는 거냐. 해마다 앞으로 축 거불지는 장인님의 아랫배(가 너머 먹은 걸 모르고 내병이라나, 그 배)를 불리기 위하야 심으곤 조곰도 싶지 않다. “아이구, 배야!” 난 몰 붓다 말고 배를 씨다듬으면서 그대루 논둑으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겨드랑에 꼈든 벼 담긴 키를 그냥 땅바닥에 털썩 떨어치며 나도 털썩 주저앉었다. 일이 암만 바뻐도 나 배 아프면 고만이니까. 아픈 사람이 누가 일을 하느냐. 파릇파릇 돋아 오른 풀 한 숲을 뜯어 들고 다리의 거머리를 쓱쓱 문태며 장인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논 가운데서 장인님이 이상한 눈을 해 가지고 한참 날 노려보드니 “너, 이 자식, 왜 또 이래, 응?” “배가 좀 아파서유!” 하고 풀 우에 슬며시 쓰러지니까 장인님은 약이 올랐다. 저도 논에서 철벙철벙 둑으로 올라오드니 잡은 참 내 멱살을 웅켜잡고 뺨을 치는 것이 아닌가……. <중략> “난 갈 테야유. 그동안 사경 쳐 내슈, 뭐.” “너, 사위로 왔지 어디 머슴 살러 왔니?” “그러면 얼찐 성롈 해 줘야 안 하지유. 밤낮 부려만 먹구 해 준다, 해 준다…….” “글쎄, 내가 안 하는 거냐, 그년이 안 크니까…….” 하고 어름어름 담배만 담으면서 늘 하는 소리를 또 늘어놓는다. 이렇게 따져 나가면 언제든지 늘 나만 밑지고 만다. 이번엔 안 된다 하고 대뜸 구장님한테로 단판 가자고 소맷자락을 내끌었다. “아, 이 자식이 왜 이래, 어른을.” (나) 그 전날, 왜 내가 새고개 맞은 봉우리 화전밭을 혼자 갈고 있지 않었느냐. 밭 가생이로 돌 적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 머리 우에서 벌들은 가끔 ‘붕, 붕.’ 소리를 친다. 바위 틈에서 샘물 소리밖에 안 들리는 산골짜기니까 맑은 하눌의 봄볕은 이불 속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 나는 몸이 나른하고 몸살(을 아즉 모르지만 병)이 날랴구 그러는지 가슴이 울렁울렁하고 이랬다. <중략> 그러나 이 날은 웬일인지 성한 밥째루 밭머리에 곱게 나려놓았다. 그리고 또 ㉠내외를 해야 하니까 저만큼 떨어져 이쪽으로 등을 향하고 옹크리고 앉어서 그릇 나기를 기다린다. 내가 다 먹고 물러섰을 때, 그릇을 와서 챙기는데 난 깜짝 놀라지 않었느냐. 고개를 푹 숙이고 밥함지에 그릇을 포개면서 날더러 들으래는지 혹은 제 소린지 “밤낮 일만 하다 말 텐가!” 하고 혼자서 쫑알거린다. |
| ㉡고대 잘 내외하다가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난 정신이 얼떨떨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무슨 좋은 수나 있는가 싶어서 나도 공중을 대고 혼잣말로, “그럼 어떻게?” 하니까, “성예시켜 달라지 뭘 어떻게.” 하고 ㉢되알지게 쏘아붙이고 얼굴이 발개져서 산으로 그저 도망질을 친다. (다) 구장님도 내 이야기를 자세히 듣드니 퍽 딱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구장님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다 그럴 게다. 길게 길러 둔 새끼손톱으로 코를 후벼서 저리 탁 튀기며 “그럼 봉필 씨! 얼른 성옐 시켜 주구려, 그렇게까지 제가 하구 싶다는 걸…….” 하고 내 짐작대루 말했다. 그러나 이 말에 장인님이 삿대질로 눈을 부라리고 “아, 성례구 뭐구 기집애년이 미처 자라야 할 게 아닌가?” 하니까 고만 멀쑤룩해서 입맛만 쩍쩍 다실 뿐이 아닌가……. “그것두 그래!” “그래, 거진 사 년 동안에도 안 자랐다니 그 킨 은제 자라지유? 다 그만두구 사경 내슈…….” “글쎄, 이 자식아! 내가 크질 말라구 그랬니, 왜 날 보구 떼냐?” “빙모님은 참새만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앨 낳지유?(사실 장모님은 점순이보다도 귓배기 하나가 적다.)” <중략> 그러나 이 말에는 별반 신통한 ㉣귀정을 얻지 못하고 도루 논으로 돌아와서 모를 부었다. 왜냐면, 장인님이 뭐라구 귓속말로 수군수군하고 간 뒤다. 구장님이 날 위해서 조용히 데리구 아래와 같이 일러 주었기 때문이다. (뭉태의 말은 구장님이 장인님에게 땅 두 마지기 얻어 부치니까 그래 꾀였다구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않는다.) (라) 이렇게 말하자면 결국 어젯밤 뭉태네 집에 ㉤마슬 간 것이 썩 나뻤다. 낮에 구장님 앞에서 장인님과 내가 싸운 것을 어떻게 알었는지 대구 빈정거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 맞구두 그걸 가만둬?” “그럼 어떻거니?” “임마, 봉필일 모판에다 거꾸루 박아 놓지 뭘 어떡해?” 하고 괜히 내 대신 화를 내 가지고 주먹질을 하다 등잔까지 쳤다. 놈이 본시 괄괄은 하지만 그래 놓고 날더러 석유값을 물라구 막 ㉥찌다우를 붙는다. 난 어안이 벙벙해서 잠자코 앉었으니까 저만 연신 지꺼리는 소리가 “밤낮 일만 해 주구 있을 테냐?” “영득이는 일 년을 살구두 장갈 들었는데 넌 사 년이나 살구두 더 살아야 해?” “네가 세 번째 사윈 줄이나 아니, 세 번째 사위.” |
| “남의 일이라두 분하다, 이 자식아. 우물에 가 빠져 죽어.” 나종에는 겨우 손톱으로 목을 따라구까지 하고, 제 아들같이 함부루 ㉦훅닥이었다. (마) 실토이지 나는 점순이가 아츰상을 가지고 나올 때까지는 오늘은 또 얼마나 밥을 담었나 하고 이것만 생각했다. 상에는 된장찌개하고 간장 한 종지, 조밥 한 그릇, 그리고 밥보다 더 수부룩하게 담은 산나물이 한 대접, 이렇다. 나물은 점순이가 틈틈이 해오니까 두 대접이고 네 대접이고 멋대루 먹어도 좋나, 밥은 장인님이 한 사발 외엔 더 주지 말라고 해서 안 된다. 그런데 점순이가 그 상을 내 앞에 나려놓며 제 말로 지껄이는 소리가 “구장님한테 갔다 그냥 온담 그래!” 하고 엊그제 산에서와 같이 ㉧되우 쫑알거린다. 딴은 내가 더 단단히 덤비지 않고 만 것이 좀 어리석었다, 속으로 그랬다. 나도 저쪽 벽을 향하야 외면하면서 내 말로 “안 된다는 걸 그럼 어떻건담!” 하니까, “쇰을 잡아채지 그냥 둬, 이 바보야!” 하고 또 얼굴이 빨개지면서 성을 내며 안으로 샐죽하니 튀들어 가지 않느냐. 이때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게 망정이지 보았다면 내 얼굴이 에미 잃은 황새새끼처럼 가여웁다 했을 것이다. (바) 내가 머리가 터지도록 매를 얻어맞은 것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가 또한 우리 장인님이 유달리 착한 곳이다. 여느 사람이면 사경을 주어서라도 당장 내쫓았지, 터진 머리를 불솜으로 손수 지져 주고, 호주머니에 히연 한 봉을 넣어 주고, 그리고 “올 갈엔 꼭 성례를 시켜 주마. 암말 말구 가서 뒷골의 콩밭이나 얼른 갈아라.” 하고 등을 뚜덕여 줄 사람이 누구냐. 나는 장인님이 너무나 고마워서 어느덧 눈물까지 났다. 점순이를 남기고 인젠 내쫓기려니 하다 뜻밖의 말을 듣고, “빙장님! 인제 다시는 안 그러겠어유…….” 이렇게 맹서를 하며 ㉨불랴살야 지게를 지고 일터로 갔다. (사) “아! 아! 이놈아! 놔라, 놔, 놔…….” 장인님은 헷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질렀다. 놓긴 왜, 이왕이면 호되게 혼을 내 주리라 생각하고 짓궂이 더 댕겼다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져서 눈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다. “할아버지! 놔라, 놔, 놔, 놔놔.” 그래도 안 되니까, “얘, 점순아! 점순아!” 이 악장에 안에 있었든 장모님과 점순이가 헐레벌떡하고 단숨에 뛰어나왔다. 나의 생각에 장모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순이는 내 편을 들어서 속으로 고수해서 하겠지……. |
| 대체 이게 웬 속인지(지금까지도 난 영문을 모른다.) 아버질 혼내 주기는 제가 내래 놓고 이제 와서는 달겨들며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내 귀를 뒤로 잡어댕기며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었다. 장모님도 덤벼들어 한쪽 귀마저 뒤로 잡아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 이렇게 꼼짝도 못 하게 해 놓고 장인님은 지게막대기를 들어서 사뭇 나려조겼다. 그러나 나는 구태여 피할랴지도 않고 암만해도 그 속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 들여다보았다. “이 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김유정, 「봄․봄」(1935)> |
위 글을 읽고 파악한 등장인물들의 성격으로 가장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은 것은 뭉태가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설명이다.
뭉태는 ‘나’를 부추기며 대신 화를 내다가 등잔을 치고는 ‘날더러 석유값을 물라구’ 하는 인물로, 희생과는 거리가 멀다.
- ‘나’의 어수룩하고 순박함: 장인의 말에 늘 밑지고, 약속 한마디에 눈물까지 흘린다.
- 장인의 교활함과 욕심: 성례를 미루며 ‘나’를 머슴처럼 부려 먹는다.
- 점순의 당돌하고 야무진 성격: ‘쇰을 잡아채지 그냥 둬, 이 바보야!’라며 ‘나’를 부추긴다.
| (가) 그래 내 어저께 싸운 것이지 결코 장인님이 밉다든가 해서가 아니다. 모를 붓다가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까 또 승겁다. 이 벼가 자라서 점순이가 먹고 좀 큰다면 모르지만, 그렇지도 못한 걸 내 심어서 뭘 하는 거냐. 해마다 앞으로 축 거불지는 장인님의 아랫배(가 너머 먹은 걸 모르고 내병이라나, 그 배)를 불리기 위하야 심으곤 조곰도 싶지 않다. “아이구, 배야!” 난 몰 붓다 말고 배를 씨다듬으면서 그대루 논둑으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겨드랑에 꼈든 벼 담긴 키를 그냥 땅바닥에 털썩 떨어치며 나도 털썩 주저앉었다. 일이 암만 바뻐도 나 배 아프면 고만이니까. 아픈 사람이 누가 일을 하느냐. 파릇파릇 돋아 오른 풀 한 숲을 뜯어 들고 다리의 거머리를 쓱쓱 문태며 장인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논 가운데서 장인님이 이상한 눈을 해 가지고 한참 날 노려보드니 “너, 이 자식, 왜 또 이래, 응?” “배가 좀 아파서유!” 하고 풀 우에 슬며시 쓰러지니까 장인님은 약이 올랐다. 저도 논에서 철벙철벙 둑으로 올라오드니 잡은 참 내 멱살을 웅켜잡고 뺨을 치는 것이 아닌가……. <중략> “난 갈 테야유. 그동안 사경 쳐 내슈, 뭐.” “너, 사위로 왔지 어디 머슴 살러 왔니?” “그러면 얼찐 성롈 해 줘야 안 하지유. 밤낮 부려만 먹구 해 준다, 해 준다…….” “글쎄, 내가 안 하는 거냐, 그년이 안 크니까…….” 하고 어름어름 담배만 담으면서 늘 하는 소리를 또 늘어놓는다. 이렇게 따져 나가면 언제든지 늘 나만 밑지고 만다. 이번엔 안 된다 하고 대뜸 구장님한테로 단판 가자고 소맷자락을 내끌었다. “아, 이 자식이 왜 이래, 어른을.” (나) 그 전날, 왜 내가 새고개 맞은 봉우리 화전밭을 혼자 갈고 있지 않었느냐. 밭 가생이로 돌 적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 머리 우에서 벌들은 가끔 ‘붕, 붕.’ 소리를 친다. 바위 틈에서 샘물 소리밖에 안 들리는 산골짜기니까 맑은 하눌의 봄볕은 이불 속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 나는 몸이 나른하고 몸살(을 아즉 모르지만 병)이 날랴구 그러는지 가슴이 울렁울렁하고 이랬다. <중략> 그러나 이 날은 웬일인지 성한 밥째루 밭머리에 곱게 나려놓았다. 그리고 또 ㉠내외를 해야 하니까 저만큼 떨어져 이쪽으로 등을 향하고 옹크리고 앉어서 그릇 나기를 기다린다. 내가 다 먹고 물러섰을 때, 그릇을 와서 챙기는데 난 깜짝 놀라지 않었느냐. 고개를 푹 숙이고 밥함지에 그릇을 포개면서 날더러 들으래는지 혹은 제 소린지 “밤낮 일만 하다 말 텐가!” 하고 혼자서 쫑알거린다. |
| ㉡고대 잘 내외하다가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난 정신이 얼떨떨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무슨 좋은 수나 있는가 싶어서 나도 공중을 대고 혼잣말로, “그럼 어떻게?” 하니까, “성예시켜 달라지 뭘 어떻게.” 하고 ㉢되알지게 쏘아붙이고 얼굴이 발개져서 산으로 그저 도망질을 친다. (다) 구장님도 내 이야기를 자세히 듣드니 퍽 딱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구장님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다 그럴 게다. 길게 길러 둔 새끼손톱으로 코를 후벼서 저리 탁 튀기며 “그럼 봉필 씨! 얼른 성옐 시켜 주구려, 그렇게까지 제가 하구 싶다는 걸…….” 하고 내 짐작대루 말했다. 그러나 이 말에 장인님이 삿대질로 눈을 부라리고 “아, 성례구 뭐구 기집애년이 미처 자라야 할 게 아닌가?” 하니까 고만 멀쑤룩해서 입맛만 쩍쩍 다실 뿐이 아닌가……. “그것두 그래!” “그래, 거진 사 년 동안에도 안 자랐다니 그 킨 은제 자라지유? 다 그만두구 사경 내슈…….” “글쎄, 이 자식아! 내가 크질 말라구 그랬니, 왜 날 보구 떼냐?” “빙모님은 참새만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앨 낳지유?(사실 장모님은 점순이보다도 귓배기 하나가 적다.)” <중략> 그러나 이 말에는 별반 신통한 ㉣귀정을 얻지 못하고 도루 논으로 돌아와서 모를 부었다. 왜냐면, 장인님이 뭐라구 귓속말로 수군수군하고 간 뒤다. 구장님이 날 위해서 조용히 데리구 아래와 같이 일러 주었기 때문이다. (뭉태의 말은 구장님이 장인님에게 땅 두 마지기 얻어 부치니까 그래 꾀였다구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않는다.) (라) 이렇게 말하자면 결국 어젯밤 뭉태네 집에 ㉤마슬 간 것이 썩 나뻤다. 낮에 구장님 앞에서 장인님과 내가 싸운 것을 어떻게 알었는지 대구 빈정거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 맞구두 그걸 가만둬?” “그럼 어떻거니?” “임마, 봉필일 모판에다 거꾸루 박아 놓지 뭘 어떡해?” 하고 괜히 내 대신 화를 내 가지고 주먹질을 하다 등잔까지 쳤다. 놈이 본시 괄괄은 하지만 그래 놓고 날더러 석유값을 물라구 막 ㉥찌다우를 붙는다. 난 어안이 벙벙해서 잠자코 앉었으니까 저만 연신 지꺼리는 소리가 “밤낮 일만 해 주구 있을 테냐?” “영득이는 일 년을 살구두 장갈 들었는데 넌 사 년이나 살구두 더 살아야 해?” “네가 세 번째 사윈 줄이나 아니, 세 번째 사위.” |
| “남의 일이라두 분하다, 이 자식아. 우물에 가 빠져 죽어.” 나종에는 겨우 손톱으로 목을 따라구까지 하고, 제 아들같이 함부루 ㉦훅닥이었다. (마) 실토이지 나는 점순이가 아츰상을 가지고 나올 때까지는 오늘은 또 얼마나 밥을 담었나 하고 이것만 생각했다. 상에는 된장찌개하고 간장 한 종지, 조밥 한 그릇, 그리고 밥보다 더 수부룩하게 담은 산나물이 한 대접, 이렇다. 나물은 점순이가 틈틈이 해오니까 두 대접이고 네 대접이고 멋대루 먹어도 좋나, 밥은 장인님이 한 사발 외엔 더 주지 말라고 해서 안 된다. 그런데 점순이가 그 상을 내 앞에 나려놓며 제 말로 지껄이는 소리가 “구장님한테 갔다 그냥 온담 그래!” 하고 엊그제 산에서와 같이 ㉧되우 쫑알거린다. 딴은 내가 더 단단히 덤비지 않고 만 것이 좀 어리석었다, 속으로 그랬다. 나도 저쪽 벽을 향하야 외면하면서 내 말로 “안 된다는 걸 그럼 어떻건담!” 하니까, “쇰을 잡아채지 그냥 둬, 이 바보야!” 하고 또 얼굴이 빨개지면서 성을 내며 안으로 샐죽하니 튀들어 가지 않느냐. 이때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게 망정이지 보았다면 내 얼굴이 에미 잃은 황새새끼처럼 가여웁다 했을 것이다. (바) 내가 머리가 터지도록 매를 얻어맞은 것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가 또한 우리 장인님이 유달리 착한 곳이다. 여느 사람이면 사경을 주어서라도 당장 내쫓았지, 터진 머리를 불솜으로 손수 지져 주고, 호주머니에 히연 한 봉을 넣어 주고, 그리고 “올 갈엔 꼭 성례를 시켜 주마. 암말 말구 가서 뒷골의 콩밭이나 얼른 갈아라.” 하고 등을 뚜덕여 줄 사람이 누구냐. 나는 장인님이 너무나 고마워서 어느덧 눈물까지 났다. 점순이를 남기고 인젠 내쫓기려니 하다 뜻밖의 말을 듣고, “빙장님! 인제 다시는 안 그러겠어유…….” 이렇게 맹서를 하며 ㉨불랴살야 지게를 지고 일터로 갔다. (사) “아! 아! 이놈아! 놔라, 놔, 놔…….” 장인님은 헷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질렀다. 놓긴 왜, 이왕이면 호되게 혼을 내 주리라 생각하고 짓궂이 더 댕겼다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져서 눈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다. “할아버지! 놔라, 놔, 놔, 놔놔.” 그래도 안 되니까, “얘, 점순아! 점순아!” 이 악장에 안에 있었든 장모님과 점순이가 헐레벌떡하고 단숨에 뛰어나왔다. 나의 생각에 장모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순이는 내 편을 들어서 속으로 고수해서 하겠지……. |
| 대체 이게 웬 속인지(지금까지도 난 영문을 모른다.) 아버질 혼내 주기는 제가 내래 놓고 이제 와서는 달겨들며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내 귀를 뒤로 잡어댕기며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었다. 장모님도 덤벼들어 한쪽 귀마저 뒤로 잡아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 이렇게 꼼짝도 못 하게 해 놓고 장인님은 지게막대기를 들어서 사뭇 나려조겼다. 그러나 나는 구태여 피할랴지도 않고 암만해도 그 속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 들여다보았다. “이 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김유정, 「봄․봄」(1935)> |
위 글을 시간적 순서대로 올바르게 구성한 것은?
시간 순서는 (나)-(가)-(다)-(라)-(마)-(사)-(바)이다.
(나)는 ‘그 전날’ 화전밭 일이므로 맨 앞이고, (가)의 다툼 뒤 (다) 구장님 앞, (라) ‘어젯밤’ 뭉태네 마실, (마) 아침상이 이어진다. (바)는 ‘머리가 터지도록 매를 얻어맞은 것이 이 때문’이라 하므로 (사)의 싸움 뒤에 온다.
- (가)-(나)-(다)-(라)-(마)-(바)-(사): ‘그 전날’의 일인 (나)보다 (가)를 앞에 두었고, 매를 맞은 결과인 (바)를 싸움인 (사)보다 앞에 두었다.
- (가)-(나)-(라)-(다)-(마)-(사)-(바): (가)를 맨 앞에 두었고, ‘낮에 구장님 앞에서’ 싸운 일을 빈정거리는 (라)를 (다)보다 앞에 두었다.
- (나)-(가)-(라)-(다)-(마)-(바)-(사): (라)를 (다)보다, 결과인 (바)를 원인인 (사)보다 앞에 두었다.
| (가) 그래 내 어저께 싸운 것이지 결코 장인님이 밉다든가 해서가 아니다. 모를 붓다가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까 또 승겁다. 이 벼가 자라서 점순이가 먹고 좀 큰다면 모르지만, 그렇지도 못한 걸 내 심어서 뭘 하는 거냐. 해마다 앞으로 축 거불지는 장인님의 아랫배(가 너머 먹은 걸 모르고 내병이라나, 그 배)를 불리기 위하야 심으곤 조곰도 싶지 않다. “아이구, 배야!” 난 몰 붓다 말고 배를 씨다듬으면서 그대루 논둑으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겨드랑에 꼈든 벼 담긴 키를 그냥 땅바닥에 털썩 떨어치며 나도 털썩 주저앉었다. 일이 암만 바뻐도 나 배 아프면 고만이니까. 아픈 사람이 누가 일을 하느냐. 파릇파릇 돋아 오른 풀 한 숲을 뜯어 들고 다리의 거머리를 쓱쓱 문태며 장인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논 가운데서 장인님이 이상한 눈을 해 가지고 한참 날 노려보드니 “너, 이 자식, 왜 또 이래, 응?” “배가 좀 아파서유!” 하고 풀 우에 슬며시 쓰러지니까 장인님은 약이 올랐다. 저도 논에서 철벙철벙 둑으로 올라오드니 잡은 참 내 멱살을 웅켜잡고 뺨을 치는 것이 아닌가……. <중략> “난 갈 테야유. 그동안 사경 쳐 내슈, 뭐.” “너, 사위로 왔지 어디 머슴 살러 왔니?” “그러면 얼찐 성롈 해 줘야 안 하지유. 밤낮 부려만 먹구 해 준다, 해 준다…….” “글쎄, 내가 안 하는 거냐, 그년이 안 크니까…….” 하고 어름어름 담배만 담으면서 늘 하는 소리를 또 늘어놓는다. 이렇게 따져 나가면 언제든지 늘 나만 밑지고 만다. 이번엔 안 된다 하고 대뜸 구장님한테로 단판 가자고 소맷자락을 내끌었다. “아, 이 자식이 왜 이래, 어른을.” (나) 그 전날, 왜 내가 새고개 맞은 봉우리 화전밭을 혼자 갈고 있지 않었느냐. 밭 가생이로 돌 적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 머리 우에서 벌들은 가끔 ‘붕, 붕.’ 소리를 친다. 바위 틈에서 샘물 소리밖에 안 들리는 산골짜기니까 맑은 하눌의 봄볕은 이불 속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 나는 몸이 나른하고 몸살(을 아즉 모르지만 병)이 날랴구 그러는지 가슴이 울렁울렁하고 이랬다. <중략> 그러나 이 날은 웬일인지 성한 밥째루 밭머리에 곱게 나려놓았다. 그리고 또 ㉠내외를 해야 하니까 저만큼 떨어져 이쪽으로 등을 향하고 옹크리고 앉어서 그릇 나기를 기다린다. 내가 다 먹고 물러섰을 때, 그릇을 와서 챙기는데 난 깜짝 놀라지 않었느냐. 고개를 푹 숙이고 밥함지에 그릇을 포개면서 날더러 들으래는지 혹은 제 소린지 “밤낮 일만 하다 말 텐가!” 하고 혼자서 쫑알거린다. |
| ㉡고대 잘 내외하다가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난 정신이 얼떨떨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무슨 좋은 수나 있는가 싶어서 나도 공중을 대고 혼잣말로, “그럼 어떻게?” 하니까, “성예시켜 달라지 뭘 어떻게.” 하고 ㉢되알지게 쏘아붙이고 얼굴이 발개져서 산으로 그저 도망질을 친다. (다) 구장님도 내 이야기를 자세히 듣드니 퍽 딱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구장님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다 그럴 게다. 길게 길러 둔 새끼손톱으로 코를 후벼서 저리 탁 튀기며 “그럼 봉필 씨! 얼른 성옐 시켜 주구려, 그렇게까지 제가 하구 싶다는 걸…….” 하고 내 짐작대루 말했다. 그러나 이 말에 장인님이 삿대질로 눈을 부라리고 “아, 성례구 뭐구 기집애년이 미처 자라야 할 게 아닌가?” 하니까 고만 멀쑤룩해서 입맛만 쩍쩍 다실 뿐이 아닌가……. “그것두 그래!” “그래, 거진 사 년 동안에도 안 자랐다니 그 킨 은제 자라지유? 다 그만두구 사경 내슈…….” “글쎄, 이 자식아! 내가 크질 말라구 그랬니, 왜 날 보구 떼냐?” “빙모님은 참새만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앨 낳지유?(사실 장모님은 점순이보다도 귓배기 하나가 적다.)” <중략> 그러나 이 말에는 별반 신통한 ㉣귀정을 얻지 못하고 도루 논으로 돌아와서 모를 부었다. 왜냐면, 장인님이 뭐라구 귓속말로 수군수군하고 간 뒤다. 구장님이 날 위해서 조용히 데리구 아래와 같이 일러 주었기 때문이다. (뭉태의 말은 구장님이 장인님에게 땅 두 마지기 얻어 부치니까 그래 꾀였다구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않는다.) (라) 이렇게 말하자면 결국 어젯밤 뭉태네 집에 ㉤마슬 간 것이 썩 나뻤다. 낮에 구장님 앞에서 장인님과 내가 싸운 것을 어떻게 알었는지 대구 빈정거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 맞구두 그걸 가만둬?” “그럼 어떻거니?” “임마, 봉필일 모판에다 거꾸루 박아 놓지 뭘 어떡해?” 하고 괜히 내 대신 화를 내 가지고 주먹질을 하다 등잔까지 쳤다. 놈이 본시 괄괄은 하지만 그래 놓고 날더러 석유값을 물라구 막 ㉥찌다우를 붙는다. 난 어안이 벙벙해서 잠자코 앉었으니까 저만 연신 지꺼리는 소리가 “밤낮 일만 해 주구 있을 테냐?” “영득이는 일 년을 살구두 장갈 들었는데 넌 사 년이나 살구두 더 살아야 해?” “네가 세 번째 사윈 줄이나 아니, 세 번째 사위.” |
| “남의 일이라두 분하다, 이 자식아. 우물에 가 빠져 죽어.” 나종에는 겨우 손톱으로 목을 따라구까지 하고, 제 아들같이 함부루 ㉦훅닥이었다. (마) 실토이지 나는 점순이가 아츰상을 가지고 나올 때까지는 오늘은 또 얼마나 밥을 담었나 하고 이것만 생각했다. 상에는 된장찌개하고 간장 한 종지, 조밥 한 그릇, 그리고 밥보다 더 수부룩하게 담은 산나물이 한 대접, 이렇다. 나물은 점순이가 틈틈이 해오니까 두 대접이고 네 대접이고 멋대루 먹어도 좋나, 밥은 장인님이 한 사발 외엔 더 주지 말라고 해서 안 된다. 그런데 점순이가 그 상을 내 앞에 나려놓며 제 말로 지껄이는 소리가 “구장님한테 갔다 그냥 온담 그래!” 하고 엊그제 산에서와 같이 ㉧되우 쫑알거린다. 딴은 내가 더 단단히 덤비지 않고 만 것이 좀 어리석었다, 속으로 그랬다. 나도 저쪽 벽을 향하야 외면하면서 내 말로 “안 된다는 걸 그럼 어떻건담!” 하니까, “쇰을 잡아채지 그냥 둬, 이 바보야!” 하고 또 얼굴이 빨개지면서 성을 내며 안으로 샐죽하니 튀들어 가지 않느냐. 이때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게 망정이지 보았다면 내 얼굴이 에미 잃은 황새새끼처럼 가여웁다 했을 것이다. (바) 내가 머리가 터지도록 매를 얻어맞은 것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가 또한 우리 장인님이 유달리 착한 곳이다. 여느 사람이면 사경을 주어서라도 당장 내쫓았지, 터진 머리를 불솜으로 손수 지져 주고, 호주머니에 히연 한 봉을 넣어 주고, 그리고 “올 갈엔 꼭 성례를 시켜 주마. 암말 말구 가서 뒷골의 콩밭이나 얼른 갈아라.” 하고 등을 뚜덕여 줄 사람이 누구냐. 나는 장인님이 너무나 고마워서 어느덧 눈물까지 났다. 점순이를 남기고 인젠 내쫓기려니 하다 뜻밖의 말을 듣고, “빙장님! 인제 다시는 안 그러겠어유…….” 이렇게 맹서를 하며 ㉨불랴살야 지게를 지고 일터로 갔다. (사) “아! 아! 이놈아! 놔라, 놔, 놔…….” 장인님은 헷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질렀다. 놓긴 왜, 이왕이면 호되게 혼을 내 주리라 생각하고 짓궂이 더 댕겼다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져서 눈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다. “할아버지! 놔라, 놔, 놔, 놔놔.” 그래도 안 되니까, “얘, 점순아! 점순아!” 이 악장에 안에 있었든 장모님과 점순이가 헐레벌떡하고 단숨에 뛰어나왔다. 나의 생각에 장모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순이는 내 편을 들어서 속으로 고수해서 하겠지……. |
| 대체 이게 웬 속인지(지금까지도 난 영문을 모른다.) 아버질 혼내 주기는 제가 내래 놓고 이제 와서는 달겨들며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내 귀를 뒤로 잡어댕기며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었다. 장모님도 덤벼들어 한쪽 귀마저 뒤로 잡아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 이렇게 꼼짝도 못 하게 해 놓고 장인님은 지게막대기를 들어서 사뭇 나려조겼다. 그러나 나는 구태여 피할랴지도 않고 암만해도 그 속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 들여다보았다. “이 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김유정, 「봄․봄」(1935)> |
(나)와 (마)의 내용을 참고할 때, (사)에서 점순이가 이중적 태도를 취한 이유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적절하지 않은 해석은 점순이가 원래 시집갈 마음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다.
(나)에서 ‘성예시켜 달라지 뭘 어떻게’, (마)에서 ‘쇰을 잡아채지 그냥 둬’라고 한 데서 점순이도 성례를 바라고 있음이 분명하다.
- 부녀의 정이 아직 ‘나’와의 관계보다 깊다는 해석: 아버지 편을 든 이유로 성립한다.
- 직접 말하지 못해 ‘나’를 충동질했다는 해석: (나)·(마)의 부추김과 들어맞는다.
- 당시 여성이 결혼 문제에 나서기 어려웠고 결국 아버지 편을 들었다는 해석: 이중적 태도의 이유로 성립한다.
| (가) 그래 내 어저께 싸운 것이지 결코 장인님이 밉다든가 해서가 아니다. 모를 붓다가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까 또 승겁다. 이 벼가 자라서 점순이가 먹고 좀 큰다면 모르지만, 그렇지도 못한 걸 내 심어서 뭘 하는 거냐. 해마다 앞으로 축 거불지는 장인님의 아랫배(가 너머 먹은 걸 모르고 내병이라나, 그 배)를 불리기 위하야 심으곤 조곰도 싶지 않다. “아이구, 배야!” 난 몰 붓다 말고 배를 씨다듬으면서 그대루 논둑으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겨드랑에 꼈든 벼 담긴 키를 그냥 땅바닥에 털썩 떨어치며 나도 털썩 주저앉었다. 일이 암만 바뻐도 나 배 아프면 고만이니까. 아픈 사람이 누가 일을 하느냐. 파릇파릇 돋아 오른 풀 한 숲을 뜯어 들고 다리의 거머리를 쓱쓱 문태며 장인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논 가운데서 장인님이 이상한 눈을 해 가지고 한참 날 노려보드니 “너, 이 자식, 왜 또 이래, 응?” “배가 좀 아파서유!” 하고 풀 우에 슬며시 쓰러지니까 장인님은 약이 올랐다. 저도 논에서 철벙철벙 둑으로 올라오드니 잡은 참 내 멱살을 웅켜잡고 뺨을 치는 것이 아닌가……. <중략> “난 갈 테야유. 그동안 사경 쳐 내슈, 뭐.” “너, 사위로 왔지 어디 머슴 살러 왔니?” “그러면 얼찐 성롈 해 줘야 안 하지유. 밤낮 부려만 먹구 해 준다, 해 준다…….” “글쎄, 내가 안 하는 거냐, 그년이 안 크니까…….” 하고 어름어름 담배만 담으면서 늘 하는 소리를 또 늘어놓는다. 이렇게 따져 나가면 언제든지 늘 나만 밑지고 만다. 이번엔 안 된다 하고 대뜸 구장님한테로 단판 가자고 소맷자락을 내끌었다. “아, 이 자식이 왜 이래, 어른을.” (나) 그 전날, 왜 내가 새고개 맞은 봉우리 화전밭을 혼자 갈고 있지 않었느냐. 밭 가생이로 돌 적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 머리 우에서 벌들은 가끔 ‘붕, 붕.’ 소리를 친다. 바위 틈에서 샘물 소리밖에 안 들리는 산골짜기니까 맑은 하눌의 봄볕은 이불 속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 나는 몸이 나른하고 몸살(을 아즉 모르지만 병)이 날랴구 그러는지 가슴이 울렁울렁하고 이랬다. <중략> 그러나 이 날은 웬일인지 성한 밥째루 밭머리에 곱게 나려놓았다. 그리고 또 ㉠내외를 해야 하니까 저만큼 떨어져 이쪽으로 등을 향하고 옹크리고 앉어서 그릇 나기를 기다린다. 내가 다 먹고 물러섰을 때, 그릇을 와서 챙기는데 난 깜짝 놀라지 않었느냐. 고개를 푹 숙이고 밥함지에 그릇을 포개면서 날더러 들으래는지 혹은 제 소린지 “밤낮 일만 하다 말 텐가!” 하고 혼자서 쫑알거린다. |
| ㉡고대 잘 내외하다가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난 정신이 얼떨떨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무슨 좋은 수나 있는가 싶어서 나도 공중을 대고 혼잣말로, “그럼 어떻게?” 하니까, “성예시켜 달라지 뭘 어떻게.” 하고 ㉢되알지게 쏘아붙이고 얼굴이 발개져서 산으로 그저 도망질을 친다. (다) 구장님도 내 이야기를 자세히 듣드니 퍽 딱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구장님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다 그럴 게다. 길게 길러 둔 새끼손톱으로 코를 후벼서 저리 탁 튀기며 “그럼 봉필 씨! 얼른 성옐 시켜 주구려, 그렇게까지 제가 하구 싶다는 걸…….” 하고 내 짐작대루 말했다. 그러나 이 말에 장인님이 삿대질로 눈을 부라리고 “아, 성례구 뭐구 기집애년이 미처 자라야 할 게 아닌가?” 하니까 고만 멀쑤룩해서 입맛만 쩍쩍 다실 뿐이 아닌가……. “그것두 그래!” “그래, 거진 사 년 동안에도 안 자랐다니 그 킨 은제 자라지유? 다 그만두구 사경 내슈…….” “글쎄, 이 자식아! 내가 크질 말라구 그랬니, 왜 날 보구 떼냐?” “빙모님은 참새만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앨 낳지유?(사실 장모님은 점순이보다도 귓배기 하나가 적다.)” <중략> 그러나 이 말에는 별반 신통한 ㉣귀정을 얻지 못하고 도루 논으로 돌아와서 모를 부었다. 왜냐면, 장인님이 뭐라구 귓속말로 수군수군하고 간 뒤다. 구장님이 날 위해서 조용히 데리구 아래와 같이 일러 주었기 때문이다. (뭉태의 말은 구장님이 장인님에게 땅 두 마지기 얻어 부치니까 그래 꾀였다구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않는다.) (라) 이렇게 말하자면 결국 어젯밤 뭉태네 집에 ㉤마슬 간 것이 썩 나뻤다. 낮에 구장님 앞에서 장인님과 내가 싸운 것을 어떻게 알었는지 대구 빈정거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 맞구두 그걸 가만둬?” “그럼 어떻거니?” “임마, 봉필일 모판에다 거꾸루 박아 놓지 뭘 어떡해?” 하고 괜히 내 대신 화를 내 가지고 주먹질을 하다 등잔까지 쳤다. 놈이 본시 괄괄은 하지만 그래 놓고 날더러 석유값을 물라구 막 ㉥찌다우를 붙는다. 난 어안이 벙벙해서 잠자코 앉었으니까 저만 연신 지꺼리는 소리가 “밤낮 일만 해 주구 있을 테냐?” “영득이는 일 년을 살구두 장갈 들었는데 넌 사 년이나 살구두 더 살아야 해?” “네가 세 번째 사윈 줄이나 아니, 세 번째 사위.” |
| “남의 일이라두 분하다, 이 자식아. 우물에 가 빠져 죽어.” 나종에는 겨우 손톱으로 목을 따라구까지 하고, 제 아들같이 함부루 ㉦훅닥이었다. (마) 실토이지 나는 점순이가 아츰상을 가지고 나올 때까지는 오늘은 또 얼마나 밥을 담었나 하고 이것만 생각했다. 상에는 된장찌개하고 간장 한 종지, 조밥 한 그릇, 그리고 밥보다 더 수부룩하게 담은 산나물이 한 대접, 이렇다. 나물은 점순이가 틈틈이 해오니까 두 대접이고 네 대접이고 멋대루 먹어도 좋나, 밥은 장인님이 한 사발 외엔 더 주지 말라고 해서 안 된다. 그런데 점순이가 그 상을 내 앞에 나려놓며 제 말로 지껄이는 소리가 “구장님한테 갔다 그냥 온담 그래!” 하고 엊그제 산에서와 같이 ㉧되우 쫑알거린다. 딴은 내가 더 단단히 덤비지 않고 만 것이 좀 어리석었다, 속으로 그랬다. 나도 저쪽 벽을 향하야 외면하면서 내 말로 “안 된다는 걸 그럼 어떻건담!” 하니까, “쇰을 잡아채지 그냥 둬, 이 바보야!” 하고 또 얼굴이 빨개지면서 성을 내며 안으로 샐죽하니 튀들어 가지 않느냐. 이때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게 망정이지 보았다면 내 얼굴이 에미 잃은 황새새끼처럼 가여웁다 했을 것이다. (바) 내가 머리가 터지도록 매를 얻어맞은 것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가 또한 우리 장인님이 유달리 착한 곳이다. 여느 사람이면 사경을 주어서라도 당장 내쫓았지, 터진 머리를 불솜으로 손수 지져 주고, 호주머니에 히연 한 봉을 넣어 주고, 그리고 “올 갈엔 꼭 성례를 시켜 주마. 암말 말구 가서 뒷골의 콩밭이나 얼른 갈아라.” 하고 등을 뚜덕여 줄 사람이 누구냐. 나는 장인님이 너무나 고마워서 어느덧 눈물까지 났다. 점순이를 남기고 인젠 내쫓기려니 하다 뜻밖의 말을 듣고, “빙장님! 인제 다시는 안 그러겠어유…….” 이렇게 맹서를 하며 ㉨불랴살야 지게를 지고 일터로 갔다. (사) “아! 아! 이놈아! 놔라, 놔, 놔…….” 장인님은 헷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질렀다. 놓긴 왜, 이왕이면 호되게 혼을 내 주리라 생각하고 짓궂이 더 댕겼다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져서 눈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다. “할아버지! 놔라, 놔, 놔, 놔놔.” 그래도 안 되니까, “얘, 점순아! 점순아!” 이 악장에 안에 있었든 장모님과 점순이가 헐레벌떡하고 단숨에 뛰어나왔다. 나의 생각에 장모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순이는 내 편을 들어서 속으로 고수해서 하겠지……. |
| 대체 이게 웬 속인지(지금까지도 난 영문을 모른다.) 아버질 혼내 주기는 제가 내래 놓고 이제 와서는 달겨들며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내 귀를 뒤로 잡어댕기며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었다. 장모님도 덤벼들어 한쪽 귀마저 뒤로 잡아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 이렇게 꼼짝도 못 하게 해 놓고 장인님은 지게막대기를 들어서 사뭇 나려조겼다. 그러나 나는 구태여 피할랴지도 않고 암만해도 그 속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 들여다보았다. “이 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김유정, 「봄․봄」(1935)> |
㉠~㉩의 뜻풀이가 옳은 것끼리 묶인 것은?
| 낱말 | 뜻풀이 | |
| ㉠ | 내외 | 부부 |
| ㉡ | 고대 | ‘곱게’의 방언 |
| ㉢ | 되알지게 | 몹시 올차고 야무지게 |
| ㉣ | 귀정 | 일의 결과 |
| ㉤ | 마슬 | 이웃에 일하러 다니는 것 |
| ㉥ | 찌다우 | 허물을 남에게 전가하는 짓 |
| ㉦ | 훅닥이었다 | 공연한 말로 꼴사납게 지껄였다 |
| ㉧ | 되우 | 대충 |
| ㉨ | 불랴살야 | 부랴사랴. 매우 부산하고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 |
| ㉩ | 솔개미 | ‘개미’의 방언 |
옳은 뜻풀이끼리 묶인 것은 되알지게·찌다우·훅닥이었다·불랴살야의 조합이다.
나머지 낱말 중 ‘내외’는 남녀가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고 피함, ‘고대’는 ‘이제 막, 금방’, ‘마슬’은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 ‘되우’는 ‘아주 몹시’, ‘솔개미’는 ‘솔개’의 방언이어서 표의 풀이가 틀렸다.
- 내외·고대·마슬·솔개미를 묶은 조합: 네 풀이가 모두 틀렸다.
- 고대·되우·귀정·찌다우를 묶은 조합: 고대와 되우의 풀이가 틀렸다.
- 고대·마슬·되우·솔개미를 묶은 조합: 네 풀이가 모두 틀렸다.
| (가)房(방) 안에 혓는 ㉠燭(촉)불 눌과 離別(이별)ᄒᆞ엿관ᄃᆡ 것츠로 눈물 디고 속 타는 쥴 모로는고 뎌 燭(촉)불 날과 갓트여 속 타는 쥴 모로도다 <이개의 시조> (나)十年(십 년)을 經營(경영)ᄒᆞ여 草廬三間(초려삼간) 지여 내니 나 ᄒᆞᆫ 간 ㉡ᄃᆞᆯ ᄒᆞᆫ 간에 淸風(청풍) ᄒᆞᆫ 간 맛져 두고 江山(강산)은 들일 듸 업스니 둘러 두고 보리라 <송순의 시조> (다)冬至(동지)ㅅᄃᆞᆯ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春風(춘풍)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황진이의 시조> (라)㉣江湖(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興(흥)이 절로 난다 濁醪溪邊(탁료계변)에 錦鱗魚(금린어)ㅣ 안주로다 이 몸이 閒暇(한가)ᄒᆡ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맹사성,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제1수> |
(가)~(라)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은 (나)를 선경후정의 방식으로 본 설명이다.
(나)는 초장에서 초려삼간을 짓고, 중장에서 달·청풍과 나누어 살며, 종장에서 강산을 둘러 두고 보겠다는 구성으로, 앞에 경치를 그리고 뒤에 정서를 덧붙이는 구조가 아니라 안빈낙도와 자연 친화를 노래한다.
- (가)의 의인화: 무생물인 촛불이 ‘눈물 디고 속 타는’ 존재로 그려진다.
- (다)의 시간 형상화: 추상적인 ‘기나긴 밤’을 베어 내고 펴는 구체적 사물처럼 표현했다.
- (라)의 유교적 가치관: 자연 속 한가함도 ‘역군은’이라 하여 임금의 은혜로 돌린다.
| (가)房(방) 안에 혓는 ㉠燭(촉)불 눌과 離別(이별)ᄒᆞ엿관ᄃᆡ 것츠로 눈물 디고 속 타는 쥴 모로는고 뎌 燭(촉)불 날과 갓트여 속 타는 쥴 모로도다 <이개의 시조> (나)十年(십 년)을 經營(경영)ᄒᆞ여 草廬三間(초려삼간) 지여 내니 나 ᄒᆞᆫ 간 ㉡ᄃᆞᆯ ᄒᆞᆫ 간에 淸風(청풍) ᄒᆞᆫ 간 맛져 두고 江山(강산)은 들일 듸 업스니 둘러 두고 보리라 <송순의 시조> (다)冬至(동지)ㅅᄃᆞᆯ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春風(춘풍)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황진이의 시조> (라)㉣江湖(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興(흥)이 절로 난다 濁醪溪邊(탁료계변)에 錦鱗魚(금린어)ㅣ 안주로다 이 몸이 閒暇(한가)ᄒᆡ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맹사성,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제1수> |
㉠~㉣에 대한 화자의 태도와 정서가 가장 이질적인 것은?
화자의 태도와 정서가 가장 이질적인 것은 촛불(㉠)이다.
촛불은 이별의 아픔으로 ‘속 타는’ 화자의 슬픔이 이입된 대상인 반면, 나머지는 화자가 친근함이나 애정을 느끼는 긍정적 대상이다.
- 달(㉡): 초려삼간에 한 칸을 맡길 만큼 친근하게 여기는 자연이다.
- 어론님(㉢): 기나긴 밤을 아껴 두었다가 함께하고 싶은 사랑하는 임이다.
- 강호(㉣): ‘미친 흥이 절로’ 나게 하는 즐거움의 공간이다.
| (가)房(방) 안에 혓는 ㉠燭(촉)불 눌과 離別(이별)ᄒᆞ엿관ᄃᆡ 것츠로 눈물 디고 속 타는 쥴 모로는고 뎌 燭(촉)불 날과 갓트여 속 타는 쥴 모로도다 <이개의 시조> (나)十年(십 년)을 經營(경영)ᄒᆞ여 草廬三間(초려삼간) 지여 내니 나 ᄒᆞᆫ 간 ㉡ᄃᆞᆯ ᄒᆞᆫ 간에 淸風(청풍) ᄒᆞᆫ 간 맛져 두고 江山(강산)은 들일 듸 업스니 둘러 두고 보리라 <송순의 시조> (다)冬至(동지)ㅅᄃᆞᆯ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春風(춘풍)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황진이의 시조> (라)㉣江湖(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興(흥)이 절로 난다 濁醪溪邊(탁료계변)에 錦鱗魚(금린어)ㅣ 안주로다 이 몸이 閒暇(한가)ᄒᆡ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맹사성,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제1수> |
(가)~(라)에서 안분지족과 물아일체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끼리 묶은 것은?
안분지족과 물아일체의 삶을 보여 주는 작품은 (나)와 (라)이다.
(나)는 초려삼간에 달·청풍과 함께 살며 강산을 둘러 두고 보는 자연 친화와 안빈낙도를, (라)는 강호에서 탁주와 금린어를 즐기는 한가로운 삶을 노래한다.
- (가), (나): (가)는 임과 이별한 슬픔을 노래한다.
- (가), (다): (가)는 이별의 슬픔, (다)는 임을 기다리는 그리움을 노래한다.
- (나), (다): (다)는 임을 기다리는 그리움을 노래한다.
| (가)房(방) 안에 혓는 ㉠燭(촉)불 눌과 離別(이별)ᄒᆞ엿관ᄃᆡ 것츠로 눈물 디고 속 타는 쥴 모로는고 뎌 燭(촉)불 날과 갓트여 속 타는 쥴 모로도다 <이개의 시조> (나)十年(십 년)을 經營(경영)ᄒᆞ여 草廬三間(초려삼간) 지여 내니 나 ᄒᆞᆫ 간 ㉡ᄃᆞᆯ ᄒᆞᆫ 간에 淸風(청풍) ᄒᆞᆫ 간 맛져 두고 江山(강산)은 들일 듸 업스니 둘러 두고 보리라 <송순의 시조> (다)冬至(동지)ㅅᄃᆞᆯ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春風(춘풍)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황진이의 시조> (라)㉣江湖(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興(흥)이 절로 난다 濁醪溪邊(탁료계변)에 錦鱗魚(금린어)ㅣ 안주로다 이 몸이 閒暇(한가)ᄒᆡ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맹사성,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제1수> |
(가)~(라)에서 임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작품끼리 묶은 것은?
임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작품은 (가)와 (다)이다.
(가)는 ‘눌과 이별ᄒᆞ엿관ᄃᆡ’라며 임과의 이별로 속 타는 마음을 촛불에 빗대었고, (다)는 ‘어론님 오신 날’을 위해 동짓달 밤을 아껴 두려는 기다림과 그리움을 노래한다.
- (가), (나): (나)는 자연 속 안빈낙도를 노래한다.
- (나), (다): (나)는 임과 무관한 자연 친화의 삶을 노래한다.
- (나), (라): (라)도 강호에서의 한가로운 삶과 임금의 은혜를 노래할 뿐 임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다.
| ㉠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生涯) 엇더ᄒᆞᆫ고 녯 사ᄅᆞᆷ 풍류(風流)ᄅᆞᆯ 미ᄎᆞᆯ가 ᄆᆞᆺ 미ᄎᆞᆯ가 천지간(天地間) 남자(男子) 몸이 날만ᄒᆞᆫ 이 하건마ᄂᆞᆫ 산림(山林)에 뭇쳐 이셔 지락(至樂)을 ᄆᆞᄅᆞᆯ 것가 수간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앏픠 두고 송죽(松竹) 울울리(鬱鬱裏)예 풍월주인(風月主人) 되여셔라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도화 행화(桃花杏花)ᄂᆞᆫ 석양리(夕陽裏)예 퓌여 잇고 녹양방초(綠楊芳草)ᄂᆞᆫ 세우 중(細雨中)에 프르도다 칼로 ᄆᆞᆯ아 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ᄉᆞᄅᆞᆸ다 수풀에 우ᄂᆞᆫ 새ᄂᆞᆫ 춘기(春氣)ᄅᆞᆯ ᄆᆞᆺ내 계워 소ᄅᆡ마다 교태(嬌態)로다 물아일체(物我一體)어니 ㉡흥(興)이ᄋᆞㅣ 다ᄅᆞᆯ소냐 시비(柴扉)예 거러 보고 정자(亭子)애 안자 보니 소요음영(逍遙吟詠)ᄒᆞ야 산일(山日)이 적적(寂寂)ᄒᆞᆫᄃᆡ 한중진미(閑中眞味)ᄅᆞᆯ 알 니 업시 호재로다 이바 니웃드라 산수(山水) 구경 가쟈스라 답청(踏靑)으란 오ᄂᆞᆯ ᄒᆞ고 욕기(浴沂)란 내일(來日) ᄒᆞ새 아ᄎᆞᆷ에 채산(採山)ᄒᆞ고 ㉢나조ᄒᆡ 조수(釣水)ᄒᆞ새 ᄀᆞᆺ 괴여 닉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으리라 화풍(和風)이 건ᄃᆞᆺ 부러 녹수(綠水)ᄅᆞᆯ 건너오니 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새 진다 준중(樽中)이 뷔엿거ᄃᆞᆺ 날ᄃᆞ려 알외여라 소동(小童) 아ᄒᆡᄃᆞ려 주가(酒家)에 술을 믈어 얼운은 막대 집고 아ᄒᆡᄂᆞᆫ 술을 메고 미음완보(微吟緩步)ᄒᆞ야 시냇ᄀᆞ의 호자 안자 명사(明沙) 조ᄒᆞᆫ 물에 잔 시어 부어 들고 청류(淸流)ᄅᆞᆯ 굽어보니 ᄯᅥ오ᄂᆞ니 도화(桃花)ㅣ로다 무릉(武陵)이 갓갑도다 져 ᄆᆡ이 긘 거이고 송간(松間) 세로(細路)에 두견화(杜鵑花)ᄅᆞᆯ 부치 들고 ㉣봉두(峰頭)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천촌만락(千村萬落)이 곳곳이 버러 잇ᄂᆡ 연하일휘(煙霞日輝)ᄂᆞᆫ 금수(錦繡)ᄅᆞᆯ 재폇ᄂᆞᆫ ᄃᆞᆺ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유여(有餘)ᄒᆞᆯ샤 ⓐ공명(功名)도 날 ᄯᅴ우고 부귀(富貴)도 날 ᄭᅴ우니 청풍명월(淸風明月) 외에 엇던 벗이 잇ᄉᆞ올고 단표누항(簞瓢陋巷)에 흣튼 혜음 아니 ᄒᆞᄂᆡ 아모타 백년행락(百年行樂)이 이만ᄒᆞᆫᄃᆞᆯ 엇지ᄒᆞ리 <정극인, ‘상춘곡(賞春曲)’> |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적절하지 않은 설명은 계절의 변화에 따른 대상의 차이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윗글은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이후 봄의 경치와 흥취만을 다루며, 계절별 대상의 차이를 대비하지 않는다.
- 자연과 동화된 삶에 대한 자부: ‘풍월주인 되여셔라’, ‘물아일체어니’에서 드러난다.
- 설의법·의인법·직유법 사용: ‘흥이ᄋᆡ 다ᄅᆞᆯ소냐’, 새의 ‘교태’, ‘금수ᄅᆞᆯ 재폇ᄂᆞᆫ ᄃᆞᆺ’에서 확인된다.
- 시선의 확대: 수간모옥·정자·시냇가를 거쳐 봉두에 올라 ‘천촌만락’을 내려다본다.
| ㉠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生涯) 엇더ᄒᆞᆫ고 녯 사ᄅᆞᆷ 풍류(風流)ᄅᆞᆯ 미ᄎᆞᆯ가 ᄆᆞᆺ 미ᄎᆞᆯ가 천지간(天地間) 남자(男子) 몸이 날만ᄒᆞᆫ 이 하건마ᄂᆞᆫ 산림(山林)에 뭇쳐 이셔 지락(至樂)을 ᄆᆞᄅᆞᆯ 것가 수간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앏픠 두고 송죽(松竹) 울울리(鬱鬱裏)예 풍월주인(風月主人) 되여셔라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도화 행화(桃花杏花)ᄂᆞᆫ 석양리(夕陽裏)예 퓌여 잇고 녹양방초(綠楊芳草)ᄂᆞᆫ 세우 중(細雨中)에 프르도다 칼로 ᄆᆞᆯ아 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ᄉᆞᄅᆞᆸ다 수풀에 우ᄂᆞᆫ 새ᄂᆞᆫ 춘기(春氣)ᄅᆞᆯ ᄆᆞᆺ내 계워 소ᄅᆡ마다 교태(嬌態)로다 물아일체(物我一體)어니 ㉡흥(興)이ᄋᆞㅣ 다ᄅᆞᆯ소냐 시비(柴扉)예 거러 보고 정자(亭子)애 안자 보니 소요음영(逍遙吟詠)ᄒᆞ야 산일(山日)이 적적(寂寂)ᄒᆞᆫᄃᆡ 한중진미(閑中眞味)ᄅᆞᆯ 알 니 업시 호재로다 이바 니웃드라 산수(山水) 구경 가쟈스라 답청(踏靑)으란 오ᄂᆞᆯ ᄒᆞ고 욕기(浴沂)란 내일(來日) ᄒᆞ새 아ᄎᆞᆷ에 채산(採山)ᄒᆞ고 ㉢나조ᄒᆡ 조수(釣水)ᄒᆞ새 ᄀᆞᆺ 괴여 닉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으리라 화풍(和風)이 건ᄃᆞᆺ 부러 녹수(綠水)ᄅᆞᆯ 건너오니 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새 진다 준중(樽中)이 뷔엿거ᄃᆞᆺ 날ᄃᆞ려 알외여라 소동(小童) 아ᄒᆡᄃᆞ려 주가(酒家)에 술을 믈어 얼운은 막대 집고 아ᄒᆡᄂᆞᆫ 술을 메고 미음완보(微吟緩步)ᄒᆞ야 시냇ᄀᆞ의 호자 안자 명사(明沙) 조ᄒᆞᆫ 물에 잔 시어 부어 들고 청류(淸流)ᄅᆞᆯ 굽어보니 ᄯᅥ오ᄂᆞ니 도화(桃花)ㅣ로다 무릉(武陵)이 갓갑도다 져 ᄆᆡ이 긘 거이고 송간(松間) 세로(細路)에 두견화(杜鵑花)ᄅᆞᆯ 부치 들고 ㉣봉두(峰頭)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천촌만락(千村萬落)이 곳곳이 버러 잇ᄂᆡ 연하일휘(煙霞日輝)ᄂᆞᆫ 금수(錦繡)ᄅᆞᆯ 재폇ᄂᆞᆫ ᄃᆞᆺ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유여(有餘)ᄒᆞᆯ샤 ⓐ공명(功名)도 날 ᄯᅴ우고 부귀(富貴)도 날 ᄭᅴ우니 청풍명월(淸風明月) 외에 엇던 벗이 잇ᄉᆞ올고 단표누항(簞瓢陋巷)에 흣튼 혜음 아니 ᄒᆞᄂᆡ 아모타 백년행락(百年行樂)이 이만ᄒᆞᆫᄃᆞᆯ 엇지ᄒᆞ리 <정극인, ‘상춘곡(賞春曲)’> |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적절한 설명은 ㉠을 화자와 대조되는 삶을 사는 사람들로 본 것이다.
‘홍진에 뭇친 분네’는 속세에 묻혀 사는 사람들로, 자연 속에서 풍류를 누리는 화자가 ‘이내 생애 엇더ᄒᆞᆫ고’라며 말을 건네는 대조적 존재이다.
- ㉡을 자연이 인간보다 우위에 있다고 본 설명: ‘물아일체어니’ 뒤에 오므로 새와 화자의 흥이 다르지 않다는 동화의 표현이다.
- ㉢을 선공후사의 태도로 본 설명: ‘저녁에 낚시하세’는 자연 속 한가로운 일과일 뿐 공적인 일과 무관하다.
- ㉣을 위정자의 책임감으로 본 설명: 봉우리에 올라 봄 경치를 조망하는 장면이지 백성의 삶에 대한 관심이 아니다.
| ㉠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生涯) 엇더ᄒᆞᆫ고 녯 사ᄅᆞᆷ 풍류(風流)ᄅᆞᆯ 미ᄎᆞᆯ가 ᄆᆞᆺ 미ᄎᆞᆯ가 천지간(天地間) 남자(男子) 몸이 날만ᄒᆞᆫ 이 하건마ᄂᆞᆫ 산림(山林)에 뭇쳐 이셔 지락(至樂)을 ᄆᆞᄅᆞᆯ 것가 수간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앏픠 두고 송죽(松竹) 울울리(鬱鬱裏)예 풍월주인(風月主人) 되여셔라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도화 행화(桃花杏花)ᄂᆞᆫ 석양리(夕陽裏)예 퓌여 잇고 녹양방초(綠楊芳草)ᄂᆞᆫ 세우 중(細雨中)에 프르도다 칼로 ᄆᆞᆯ아 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ᄉᆞᄅᆞᆸ다 수풀에 우ᄂᆞᆫ 새ᄂᆞᆫ 춘기(春氣)ᄅᆞᆯ ᄆᆞᆺ내 계워 소ᄅᆡ마다 교태(嬌態)로다 물아일체(物我一體)어니 ㉡흥(興)이ᄋᆞㅣ 다ᄅᆞᆯ소냐 시비(柴扉)예 거러 보고 정자(亭子)애 안자 보니 소요음영(逍遙吟詠)ᄒᆞ야 산일(山日)이 적적(寂寂)ᄒᆞᆫᄃᆡ 한중진미(閑中眞味)ᄅᆞᆯ 알 니 업시 호재로다 이바 니웃드라 산수(山水) 구경 가쟈스라 답청(踏靑)으란 오ᄂᆞᆯ ᄒᆞ고 욕기(浴沂)란 내일(來日) ᄒᆞ새 아ᄎᆞᆷ에 채산(採山)ᄒᆞ고 ㉢나조ᄒᆡ 조수(釣水)ᄒᆞ새 ᄀᆞᆺ 괴여 닉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으리라 화풍(和風)이 건ᄃᆞᆺ 부러 녹수(綠水)ᄅᆞᆯ 건너오니 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새 진다 준중(樽中)이 뷔엿거ᄃᆞᆺ 날ᄃᆞ려 알외여라 소동(小童) 아ᄒᆡᄃᆞ려 주가(酒家)에 술을 믈어 얼운은 막대 집고 아ᄒᆡᄂᆞᆫ 술을 메고 미음완보(微吟緩步)ᄒᆞ야 시냇ᄀᆞ의 호자 안자 명사(明沙) 조ᄒᆞᆫ 물에 잔 시어 부어 들고 청류(淸流)ᄅᆞᆯ 굽어보니 ᄯᅥ오ᄂᆞ니 도화(桃花)ㅣ로다 무릉(武陵)이 갓갑도다 져 ᄆᆡ이 긘 거이고 송간(松間) 세로(細路)에 두견화(杜鵑花)ᄅᆞᆯ 부치 들고 ㉣봉두(峰頭)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천촌만락(千村萬落)이 곳곳이 버러 잇ᄂᆡ 연하일휘(煙霞日輝)ᄂᆞᆫ 금수(錦繡)ᄅᆞᆯ 재폇ᄂᆞᆫ ᄃᆞᆺ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유여(有餘)ᄒᆞᆯ샤 ⓐ공명(功名)도 날 ᄯᅴ우고 부귀(富貴)도 날 ᄭᅴ우니 청풍명월(淸風明月) 외에 엇던 벗이 잇ᄉᆞ올고 단표누항(簞瓢陋巷)에 흣튼 혜음 아니 ᄒᆞᄂᆡ 아모타 백년행락(百年行樂)이 이만ᄒᆞᆫᄃᆞᆯ 엇지ᄒᆞ리 <정극인, ‘상춘곡(賞春曲)’> |
이 글의 시적 화자가 지닌 삶의 태도와 가장 유사한 것은?
화자의 삶의 태도와 가장 유사한 것은 김천택의 시조이다.
상춘곡의 화자는 속세를 떠나 자연에서 풍류를 즐기며, 김천택의 시조도 ‘전원에 나믄 흥’을 싣고 돌아와 거문고와 책으로 남은 해를 보내려는 자연 속 풍류를 노래한다.
- 윤선도의 시조: 남의 시비에 상관없이 자기 몸을 닦겠다는 수양의 태도이다.
- 정철의 시조: 서로 김을 매어 주자는 상부상조를 권하는 교훈이다.
- 신흠의 시조: 노래로 시름을 풀어 보려는 마음을 드러낸다.
| ㉠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生涯) 엇더ᄒᆞᆫ고 녯 사ᄅᆞᆷ 풍류(風流)ᄅᆞᆯ 미ᄎᆞᆯ가 ᄆᆞᆺ 미ᄎᆞᆯ가 천지간(天地間) 남자(男子) 몸이 날만ᄒᆞᆫ 이 하건마ᄂᆞᆫ 산림(山林)에 뭇쳐 이셔 지락(至樂)을 ᄆᆞᄅᆞᆯ 것가 수간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앏픠 두고 송죽(松竹) 울울리(鬱鬱裏)예 풍월주인(風月主人) 되여셔라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도화 행화(桃花杏花)ᄂᆞᆫ 석양리(夕陽裏)예 퓌여 잇고 녹양방초(綠楊芳草)ᄂᆞᆫ 세우 중(細雨中)에 프르도다 칼로 ᄆᆞᆯ아 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ᄉᆞᄅᆞᆸ다 수풀에 우ᄂᆞᆫ 새ᄂᆞᆫ 춘기(春氣)ᄅᆞᆯ ᄆᆞᆺ내 계워 소ᄅᆡ마다 교태(嬌態)로다 물아일체(物我一體)어니 ㉡흥(興)이ᄋᆞㅣ 다ᄅᆞᆯ소냐 시비(柴扉)예 거러 보고 정자(亭子)애 안자 보니 소요음영(逍遙吟詠)ᄒᆞ야 산일(山日)이 적적(寂寂)ᄒᆞᆫᄃᆡ 한중진미(閑中眞味)ᄅᆞᆯ 알 니 업시 호재로다 이바 니웃드라 산수(山水) 구경 가쟈스라 답청(踏靑)으란 오ᄂᆞᆯ ᄒᆞ고 욕기(浴沂)란 내일(來日) ᄒᆞ새 아ᄎᆞᆷ에 채산(採山)ᄒᆞ고 ㉢나조ᄒᆡ 조수(釣水)ᄒᆞ새 ᄀᆞᆺ 괴여 닉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으리라 화풍(和風)이 건ᄃᆞᆺ 부러 녹수(綠水)ᄅᆞᆯ 건너오니 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새 진다 준중(樽中)이 뷔엿거ᄃᆞᆺ 날ᄃᆞ려 알외여라 소동(小童) 아ᄒᆡᄃᆞ려 주가(酒家)에 술을 믈어 얼운은 막대 집고 아ᄒᆡᄂᆞᆫ 술을 메고 미음완보(微吟緩步)ᄒᆞ야 시냇ᄀᆞ의 호자 안자 명사(明沙) 조ᄒᆞᆫ 물에 잔 시어 부어 들고 청류(淸流)ᄅᆞᆯ 굽어보니 ᄯᅥ오ᄂᆞ니 도화(桃花)ㅣ로다 무릉(武陵)이 갓갑도다 져 ᄆᆡ이 긘 거이고 송간(松間) 세로(細路)에 두견화(杜鵑花)ᄅᆞᆯ 부치 들고 ㉣봉두(峰頭)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천촌만락(千村萬落)이 곳곳이 버러 잇ᄂᆡ 연하일휘(煙霞日輝)ᄂᆞᆫ 금수(錦繡)ᄅᆞᆯ 재폇ᄂᆞᆫ ᄃᆞᆺ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유여(有餘)ᄒᆞᆯ샤 ⓐ공명(功名)도 날 ᄯᅴ우고 부귀(富貴)도 날 ᄭᅴ우니 청풍명월(淸風明月) 외에 엇던 벗이 잇ᄉᆞ올고 단표누항(簞瓢陋巷)에 흣튼 혜음 아니 ᄒᆞᄂᆡ 아모타 백년행락(百年行樂)이 이만ᄒᆞᆫᄃᆞᆯ 엇지ᄒᆞ리 <정극인, ‘상춘곡(賞春曲)’> |
ⓐ와 유사한 발상 및 표현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와 유사한 발상을 찾을 수 없는 것은 김수영의 ‘폭포’이다.
ⓐ는 공명과 부귀를 사람처럼 그려 그것들이 화자를 꺼린다고 표현한 것으로, 사물이 화자를 향해 반응하는 발상이다. ‘폭포’는 떨어지는 물방울의 모습을 묘사할 뿐 대상이 화자에게 반응하지 않는다.
- 기형도의 ‘10월’: 빈 병이 ‘나를 쳐다본다’고 하여 사물이 화자를 향해 행동한다.
- 정철의 ‘관동별곡’: 벽계와 새소리가 화자와의 이별을 원망하는 듯하다고 표현한다.
- 김광균의 ‘노신’: 등불이 ‘나에게 속삭거린다’고 하여 사물이 화자에게 말을 건넨다.
| (가)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까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까나 <신경림, ‘농무(農舞)’> (나)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개찰구에는 못 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역사(歷史)가 화물차에 실리어 간다. 대합실에 남은 사람들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노선(路線)이 너의 등에는 지도처럼 펼쳐 있다. <오장환, ‘The Last Train’> (다)나와 하늘과 하늘 아래 푸른 산뿐이로다 꽃 한 송이 피워낼 지구도 없고 새 한 마리 울어줄 지구도 없고 노루새끼 한 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나와 밤과 무수한 별뿐이로다 밀리고 흐르는 게 밤뿐이요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뿐이로다 내 마음 둘 곳은 어느 밤 하늘 별이드뇨 <신석정, ‘슬픈 구도(構圖)’> |
<보기>를 읽고 (가)에 대해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70년대 우리 작가들이 농촌문제의 형상화에 심혈을 기울인 까닭은 농촌이 산업화의 최대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농촌의 황폐화와 저임금․저곡가 체제로 인한 농촌 경제의 파탄, 이농현상으로 인한 급격한 인구 감소 등의 상황은 많은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었으며, 작품속에서 농민은 때로 분노하거나 좌절하는 모습으로, 때로는 자각에까지 이르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다.
적절하지 않은 설명은 ‘꺽정이처럼 울부짖’는 모습을 자각에까지 이른 농민으로 본 것이다.
울부짖음은 답답한 현실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며, 곧이어 ‘발버둥친들 무엇하랴’라는 체념이 이어지므로 자각에 이른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
- ‘쪼무래기들뿐’: 젊은이들이 떠난 이농 현실을 보여 준다.
-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저곡가 체제로 인한 농촌 경제의 파탄과 좌절을 드러낸다.
- ‘도수장’: 소가 도살되는 곳으로, 농민이 살아가기 힘든 현실을 빗댄 것으로 볼 수 있다.
| (가)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까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까나 <신경림, ‘농무(農舞)’> (나)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개찰구에는 못 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역사(歷史)가 화물차에 실리어 간다. 대합실에 남은 사람들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노선(路線)이 너의 등에는 지도처럼 펼쳐 있다. <오장환, ‘The Last Train’> (다)나와 하늘과 하늘 아래 푸른 산뿐이로다 꽃 한 송이 피워낼 지구도 없고 새 한 마리 울어줄 지구도 없고 노루새끼 한 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나와 밤과 무수한 별뿐이로다 밀리고 흐르는 게 밤뿐이요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뿐이로다 내 마음 둘 곳은 어느 밤 하늘 별이드뇨 <신석정, ‘슬픈 구도(構圖)’> |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적절하지 않은 설명은 ‘목놓아 우는’ 행동이 해방감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화자는 비애를 보낸 뒤에도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노선’을 떠올리므로, 목놓아 우는 것은 해방감이 아니라 깊은 슬픔의 표출이다.
- ‘못 쓰는 차표’와 ‘청춘의 조각’의 병치: 되돌릴 수 없는 청춘을 나타낸다.
- ‘대합실에 남은 사람’: 떠나지 못하고 남은 화자 자신을 객관화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 ‘카인’: 비애를 보낸 뒤에도 남는 죄의식을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가)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까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까나 <신경림, ‘농무(農舞)’> (나)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개찰구에는 못 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역사(歷史)가 화물차에 실리어 간다. 대합실에 남은 사람들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노선(路線)이 너의 등에는 지도처럼 펼쳐 있다. <오장환, ‘The Last Train’> (다)나와 하늘과 하늘 아래 푸른 산뿐이로다 꽃 한 송이 피워낼 지구도 없고 새 한 마리 울어줄 지구도 없고 노루새끼 한 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나와 밤과 무수한 별뿐이로다 밀리고 흐르는 게 밤뿐이요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뿐이로다 내 마음 둘 곳은 어느 밤 하늘 별이드뇨 <신석정, ‘슬픈 구도(構圖)’> |
(다)시의 시어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적절하지 않은 설명은 1연의 ‘하늘’을 화자가 의지하는 절대적 존재로 본 것이다.
1연은 ‘나와/하늘과/하늘 아래 푸른 산뿐이로다’라 하여 다른 생명이 없는 고립과 단절의 구도를 보여 줄 뿐, 하늘이 의지처로 제시되지 않는다.
- 3연의 ‘나, 밤, 별’의 구도: 어둠 속에 홀로 놓인 화자의 상황을 나타낸다.
- ‘뿐이다’, ‘없다’의 반복: 현재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다.
- 4연의 ‘별’: ‘내 마음 둘 곳’을 묻는 대상으로, 의지하고자 하는 곳을 뜻한다.
| 그 동안 우리의 음악계는 전통 음악의 고유성을 무시한 채 근대화된 서구 사회의 급속한 접목으로 인하여 유입된 ‘낯선 음악’ 위주로 발전해 왔다. 그 결과 우리 전통 음악은 국민들로부터 유리되어 음악계의 한 구석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음악이 그것을 향수하는 민족의 정서와 정신을 대변한다고 할 때 이러한 음악적 환경 하에서 우리의 국민적 정서는 어찌될 것인지 우려되는 바가 매우 크다. 이에 전통 음악의 대중화를 위한 방안이 시급히 요청된다. |
본론에 들어갈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서양 음악에 대한 이해 증진이다.
서론은 ‘낯선 음악’ 위주의 발전으로 전통 음악이 소외되었다고 진단하고 전통 음악의 대중화 방안을 요청하므로, 서양 음악 이해를 높이는 것은 주제와 어긋난다.
- 전통 음악이 소외된 배경: 서론의 문제 제기를 구체화하는 내용이다.
- 우리나라 음악 교육의 실태: 대중화 방안을 찾기 위한 현황 분석이다.
- 음악에 대한 청소년의 기호: 대중화 전략을 세우기 위한 수용자 분석이다.